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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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역사속의 괴담 ~ 14 ~ (0) 2010/06/28 PM 07:19


하루는 율곡선생이 지시했다.


"오늘은 사람의 운이 불길하니 집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라."


대감의 당부 말씀인지라 온 가족과 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대문을 걸어 잠그고 문밖 출입을 삼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웃집 아이가 몰래 집에 들어와 감을 따기 위해 나무에 올라갔다가 방문 여는 소리에 놀라 그 자리에 떨어져 숨지고 말았다.


이웃집 부모는 순식간에 아이를 잃는 슬픔을 당했지만, 양반집 가문에서 일어난 일이라 무엇이라 항의할 수도 없었다.


이 일로 오랫동안 고민에 잠겨있던 이율곡은 그의 자식에게 석함을 주며, 앞으로 내가 죽고 7대 손에 위험이 미치면 이 함을 열어 보라고 유언을 하였다.


세월이 흘러 그 7대 손이 죄를 지어 포도청에 끌려가게 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문득 7대조 할아버지의 유언이 생각나 유언대로 석함을 들고 나섰다.


원님 앞에 꿇어앉은 7대손이 석함을 꺼내놓자 원님이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후손이 답했다.


"예. 이것은 저희 집안의 7대 선조 율곡 이이 선생이 가보로 물려준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것을 가져왔느냐?"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기를, 7대 후손인 제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니 그 때 열어보라고 율곡선생께서 유언하셨다 합니다."


"허어. 그렇게 고명하신 분의 유언이니 필시 무슨 깊은 뜻이 담겨 있을 법 하구나. 이리 가져 오너라. 내가 직접 열어보리라."


"예에. 하오나 제가 비록 죄 지은 몸으로 이곳에 와 있으나, 7대조 율곡선생의 유물인지라 원님이 직접 일어서서 받으시는 것이 마땅한 줄로 압니다."


"그 말이 맞구나. 나 또한 율곡선생을 존경하고 그 분의 가르침을 소중히 해왔거늘 어찌 소홀할 수 있겠느냐."


말을 마치고 원님이 밑으로 내려와 그 함을 받아들자마자 금방 원님이 앉아 있던 자리로 대들보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원님이 문득 깨닫는 바 있어 급히 석함을 열어본즉 문서에 이렇게 씌여 있었다.


"내가 너의 목숨을 살려주니 너도 나의 7대손을 살려주기 바란다."


율곡 이이는 옆집 아이의 죽음이 7대손에게 나쁜 영향이 미칠 것을 미리 알고 그것을 예방해 놓은 것이었다. 이율곡은 그만큼 주역에 능통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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