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접속 : 327   Lv. 18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17 명
  • 전체 : 191255 명
  • Mypi Ver. 0.3.1 β
[가져온 괴담] 한 여름밤의 이야기 - 1 - (0) 2010/06/20 PM 08:05

초등학생 무렵, 학교 뒷산 깊숙한 곳에 우리들은 비밀기지를 만들어두었다.

비밀기지라 해도 상당히 노력을 들였기에 제법 훌륭했다.

몇개를 판자를 못으로 고정해서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다다미 3장 정도 넓이의 오두막.

방과후엔 그곳에서 간식을 먹거나 야한책을 읽는 등 마치 우리들의 집처럼 이용하곤 했다.

그곳을 아는 것은 나와 진, 쥰. 그리고 2마리의 개 정도였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날, 우리는 비밀기지에서 하루밤 자고 오기로 결정했다.

부모님에겐 각자 다른 친구집에서 자고 온다고 속여두고,

용돈을 모아서 간식, 불꽃놀이 로켓, 쥬스 같은 걸 샀다.

수학여행때보다 두근 두근 거렸다.

오후 5시쯤 학교 정문에서 집합, 뒷산으로 향했다.

산길을 걸어 1시간 정도 거리에 우리들의 비밀기지가 있었다.

기지 주변은 2마리 들개 (해피♂, 터치♂)의 세력권이기에 기지 근처에 다가가면,

언제나 어디에선가 튀어나와 꼬리를 흔들며 마중나와줬다.

우리들은 개 2마리를 향해 [마중 나와서 고마워~] 라고 말하며 맛봉을 하나씩 줬다.

기지에 도착했을 한뒤 가지고 온 짐을 오두막에 넣었다.

그리고 아직 해가 떠있었기에 근처에 있는 커다란 연못에서 낚시를 했다.

그래봤자 잡히는 건 식용 개구리 뿐이지만.

낚시를 하는 중 해가 떨어졌기에 우리는 불꽃놀이를 시작했다.

상당히 많이 샀던 것 같은데, 30분도 지나지 않아 불꽃놀이 화약도 다 떨어졌기에

우리들은 일단 오두막에 돌아갔다.

한밤중의 비밀기지는 우리 모두 처음이었다.

깊은 산중이기에 가로등도 없고 바깥의 불빛이라곤 오로지 달빛뿐.

들리는 소리는 벌레 울음 소리밖에 없었다.

준비해간 캠핑용 전등을 킨 우리는 처음엔 과자를 먹으며 좋아하는 애에 대한 이야기나

선생님에 대한 험담 같은 걸 했다,

그러던 중 조용하던 바깥에서 때때로 [첨벙] 하는 소리나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들은 그 소리가 점차 무섭게느껴졌다.

[잠깐, 지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곰...인 건가?]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무서웠다.

시간은 9시, 오두막안은 너무나 더웠고, 모기도 있었기에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거기에 한밤중의 산이 가진 분위기에 압도된 우리는 점차 이곳에 남은 걸 후회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결과, 곰이 나올 수도 있고, 오두막안이 너무 더워 잘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에

달빛이 나오는 지금, 산에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회중전등 빛에 의지해서 우리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출발하고 5분 정도는 해피와 터치가 우리를 따라와줬기에 내심 든든했지만,

오두막에서 일정거리를 벗어나자 그 2마리는 돌아가버렸다.

평상시 몇번이나 다녔던 길임에도 한밤중의 산길은 전혀 모르는 곳을 걷는 느낌을 주었다.

서로 30CM 정도의 거리로 밀착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그 때 였다. 진이 내 어깨를 꽉 붙잡더니,

[저기 누가 있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들은 순간적으로 제자리에 드러누우며 전등을 껐다.

귀를 기울여 보니 확실히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부스럭, 부스럭]

두 다리로 수풀을 헤쳐나가는 소리.

그 소리가 흘러 나오는 곳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우리들 있는 곳에서 2, 30m 정도 떨어진 수풀 속에서 누군가 나왔다.

전등을 한손에 들고, 다른 한손에는 긴 봉같은 걸 들고선 그 봉으로 수풀을 밀어 헤치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우리들은 처음엔 별로 무섭지 않았다.

되려 소리의 정체가 사람이라는 것에 지금까지 느꼈던 공포가 사라진 것에 안도했다.

안도감 때문일까, 우리들의 어린 마음에 호기심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저거 누구지? 따라가볼까?]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두 친구는

[물론.]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어보였다.

우리는 이미 희미하게 보이는 회전 전등 빛과 수풀을 헤쳐나가는 소리를 의지하며,

그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뒤를 따라갔다.

정체모를 사람은 20분 정도 산을 오르다 한 장소에서 멈춰섰다.


우리는 뒤쪽으로 30 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성별은 커녕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

그 사람은 발을 멈추더니 등에 짊어진 가방을 내려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저 사람 혼자 뭐하려고 온 거지? 하늘 가재라도 잡으러 왔나?]

이에 진은

[좀 더 가까이 가보자.]

라고 말했다.

우리는 낙엽이나 나뭇가지를 밟지 않도록 발을 땅에 스치듯 걸으며 근처로 천천히 다가갔다.

우리들은 실실 웃고 있었다.

머릿속으론 누군지 모를 저 사람을 어떻게 골려줄까, 이런 생각 뿐이었다.

그 때,

[쾅!!]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심장이 멈출 듯 놀랐다.

[쾅!!]

또 들렸다. 순간 진과 쥰을 쳐다보니, 쥰이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야! 저 사람이 뭔가를 하고 있어!]

나는 그쪽을 쳐다봤다.

[쾅!! 쾅!! 쾅!!]

뭔가를 나무에 내리치고 있었다.

손에 든 게 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이 [저주의 의식] 이라는 건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왜냐면 이 산은 옛날부터 [저주를 거는 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저 뜬 소문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나는 너무나 무서워서,

[도망치자.]

라고 말했지만, 진이

[저 사람, 여자 같은데?]

그 말에 쥰은,

[어떤 사람인지 보는 거 어때? 좀 더 근처로 가보자구.]

그러면서 두 사람은 다시 움직였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겁쟁이 취급 당하는 것도 싫었기에 마지못해 두 사람 뒤를 쫓았다.

여자와의 거리가 줄어들 때마다

[쾅!! 쾅!!]

이외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여자는 불경 같은 걸 암송하고 있었다.

조금 우회해서 우리는 그 여자한테서 8m 정도 떨어진 나무 그늘 밑에 몸을 숨겼다.

그 여자는 어깨에 걸릴 정도로 머리카락이 길었고, 마른 체형이었다.

발밑에는 짊어지고 온 배낭과 전등을 두고, 사진 같은 것에 차례차례 못을 박고 있었다.

못은 벌써 6~7개 정도가 박혀 있었다.

그때였다.

[멍!!]

우리들이 놀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해피와 터치가 꼬리를 흔들며 서있었다.

다음 순간 진이,

[우와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무서운 얼굴을 한 여자가 한 손에 쇠망치를 들고

[캬아아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와 쥰은 곧바로 일어서 도망치려 했다.

갑자기 내 어깨를 잡혔단 느낌이 들더니 그대로 뒤로 쓰러져버렸다.

쓰러진 내 가슴위로 퍽 하고 뭔가 내리찍힌 바람에 나는 먹은 걸 게워냈다.

일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랐지만, 내 가슴위에 놓여진 여자의 다리에 상황을 파악했다.

여자는 이빨을 으깨는 것 처럼 갈아대며

[그으....그윽....]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소리를 냈다. 고통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공포로 인해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여자한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시선을 떼어놓는 순간 저 손에 들린 쇠망치를 내리칠 것만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니 그런 상황이기 때문일까.

그 여자의 얼굴은 아직도 생각난다.

연령은 마흔살 정도일까, 조금 야윈 얼굴에 흰자위를 희번뜩 내보이며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빨은 악물고 있었고, 흥분해서인지 몸을 조금씩 떨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걸까,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여자가 내 얼굴을 확인하려는 듯 천천히 고개를 숙인 순간, 터치가 여자의 등에 달려 들었다.

순간적으로 여자의 몸이 비틀거리며 내 가슴을 짓밟던 다리가 떨어졌다.

거기에 해피도 여자에게 달라붙었다.

그 2마리는 평상시 우리와 자주 놀았기에, 이 여자도 자신들과 놀아줄 거라 생각한듯 했다.

나는 찬스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일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진과 쥰이 손전등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나는 빛이 보이는 곳으로 달렸다.

[퍽]

뒤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나한테는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우리 셋이 산을 내려왔을 때는 벌써 12시가 지나있었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여자가 쫓아올 수 있다 생각해서 진의 집까지 달려서 도망쳤다.

진의 집에 도착하자, 나는 울컥하고 웃음이 터뜨렸다.

극도의 긴장감에서 풀려났기 때문일까?

나와 달리 쥰은 엉엉하고 울었다.

나는

[비밀기지는 이제 갈 수 없겠어. 그 여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라고 말했다. 그러자 쥰은 울면서,

[바보! 날이 밝으면 다시 가봐야 해!]

라고 말했다. 내가 어째서?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진이 말해줬다.

[네가 그 여자한테 도망쳤을 때, 해피랑 터치가 당한 것 같아.]

[그 여자가...터치를...터치를....]

쥰은 통곡했다.

이야기는 이랬다.

달려가는 나를 뒤에서 때리려 했기에 해피가 여자에게 덤벼들었고, 쇠망치에 맞았다.

여자는 한번 더 나를 쫓으려 했지만 터치가 발밑에서 방해했고 결국 쇠망치에 맞아 죽었다.

그리고 여자는 우리쪽을 한번 돌아본 뒤, 널부러진 개들을 계속 때렸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낮이 밝으면 다시 한번 더 산에 오르기로 했다.

흥분해서인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신고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