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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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손 ~ 1 ~ (0) 2010/06/22 PM 12:45


-따르르르르르릉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새벽 5시.

8시에 맞춰야 하는 건데 시간을 잘못 설정한 모양이다.


“자기야!! 뭐야! 벌써 8시 됐어??”


덩달아 잠에서 깬 아내가, 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리며 반 쯤 눈을 뜨고 있었다.

척 봐도 짜증이 가득한 얼굴에는 입까지 삐죽 나와 나를 더욱더 미안하게 했다.


“아 미안해. 알람을 잘못 맞췄나봐 어제 좀 정신이 없어서...”


아내는 여전히 못 마땅한 얼굴로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누워 버린다.

그리고는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 올리고 한 마디를 툭 던진다.


“그러게 밤에 술 좀 작작 마시고 들어와라. 이 화상아.”


기억이 어렴풋이 나지만,

새벽 3시쯤에 들어와서 대충 옷만 벗어던지고 침대에 드러누웠던 것 같다.

자는 줄로만 알았던 아내가,

계속 나를 누운 채 째려보고 있었다는 것을 안 순간 얼마나 깜짝 놀랐었던가.

나는 아직 술이 덜 깼는지, 정신이 멍한 상태로 다시 누울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급하게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술 먹은 다음 날이라 그런지 배까지 살살 아파오는 것 같았다.

아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온다.

점점 강렬해지는 변의.


“아아 그 책이 어디 있더라. 아 이거 급한데 어디 있지, 어디 있지.”


아침에, 변기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하루의 낙이라면 낙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읽던 책이 책상위에 둔 것 같은데 보이지가 않았다.


“아 이거 미치겠네. 나올 것 같은데. 아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패스.”


하루의 소소한 행복을 포기하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점점 방광은 참기 힘든 속내를 나타내며 조금씩 하의를 적신다.

이것 참 누가 보면 얼마나 망신스러운 일인지.

아직은 해가 없는 새벽 5시.

거실의 어두움을 넘어서 화장실 앞으로 도달했다.

불을 킬 겨를도 없이 문을 박차고 변기 앞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격하게 하의를 내리고 변기에 앉으려는 순간,


-물컹


“엇!! 뭐야 방금!!”


순간,

나는 스프링이라도 밟은 것처럼 붕 뛰어올라 앞으로 엎어졌다.

엉덩이에 무언가 감촉이 느껴졌던 것이다.

급하게 바지를 추스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아 진짜 깜짝 놀랐네 하아...하아...도둑고양이가 창문으로 들어왔나.”


느껴진 감촉으로는 분명히 생물체이거나 그 일부분이었다.

나는 잠시 변기 쪽을 응시했지만 불을 켜지 않은 상태라 식별이 불가능했다.

다행히도 깜짝 놀란 덕분인지 그렇게 급했던 변의가 잠시 진정 된 것 같았다.

난 침착하게 화장실 문을 열고 문 바로 옆에 있는 콘센트의 전원을 올렸다.


-파팟


백열전구에 불이 들어오면서 주황빛이 시야를 밝힌다. 그리고 변기를 바라보는 순간,


-쉬이이이이이이이


나는 바지도 벗지 못 하고 멍 하니 소변을 보고 말았다.

허벅지와 종아리를 지나 발목을 적신 소변방울이 뚝 뚝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지만

난 그 자리에 굳은 채 움직이지 못 하고 있었다.


“아, 어, 으, 어, 손...이잖아?”


변기 한 가운데에는 사람의 손이 솟아 있었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잠시 다른 곳을 보고 쳐다봐도 사람의 손이 확실했다.

몸이 먼저 공포를 느꼈는지 아랫도리를 축축하게 적셔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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