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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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손 ~ 3 ~ (0) 2010/06/22 PM 12:52


-딩동 딩동


“계십니까!”


- 쿵쿵쿵쿵


“901호 아무도 안 계세요?”


나는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보았다.

‘손’은 여전히 움직임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저 안에 정말로 사람이 들어있다면,

그리고 죽은 채로 발견 된다면,

일생 최대의 끔찍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비실에서 왔습니다! 문 좀 열어 보세요”


119가 도착하기로 한 10분은 좀 이른가 싶었는데 역시나 다른 사람이었다.

벽에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현관까지 걸어간다.


-딸칵, 끼이이익


“무슨 일 있어요? 소방서에서 연락이 왔네요. 901호에 문제 있는 것 같다고. 대원들 곧 온다는데 제가 일단 먼저 왔습니다.”


야간 타임을 맡고 있는 경비다.

깊게 파인 이마 주름과,

눈가의 다크 서클이 야간 근무의 피곤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대기업 출신이라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평가가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에겐 너무나 필요한 사람이었다.


“아 아저씨. 정말 감사해요. 저 지금 너무 무서워서. 사람이 죽었을지도 몰라서. 아 정말.”


횡설수설 말이 나온다.

경비는 내 얼굴을 잠시 보더니, 몸 전체를 훑어보았다.

소변으로 범벅이 된 아랫도리 근처에서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는 것 같았다.


“그 쪽 말로는 착란 증세가 있는 것 같다는데 병원부터 가실까요?”


착란 증세라니.

물론 술이 아직 덜 깬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절대 착란이 아니었다.

백문이 불어일견일 것 같아 나는 경비에게 말했다.


“저. 일단 한 번 들어와 보시죠. 착란인지 아닌지.”


경비는 복잡한 표정으로 잠시 한숨을 쉬더니 허리를 굽혀 신발 끈을 풀기 시작한다.

여전히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자 들어왔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저랑 같이 화장실에 한 번 들어가 주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한 번 보죠.”


다리가 풀려 걸음이 느린 나를 두고, 경비는 먼저 성큼성큼 화장실로 향했다.


-끼이이익


“응!?”


아직 화장실로 도착하지 못 한 나에게 경비의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눈 좀 떠 보세요! 아주머니!”


쓰러져 있는 아내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봐요. 당신 아내랑 싸웠소? 지금 무슨 일이요 대체!”


이 양반이 변기는 안 쳐다보고 쓰러진 아내만 본 모양이다.

가까스로 화장실에 도달한 나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 말했다.


“변기를 한 번 보세요.”


경비는 불신 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변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변기에 대체 뭐가 있.....어억!?”


경비는 얼마나 놀랐는지 입을 벌린 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이로서 변기에서 ‘손’을 본 사람이 나를 포함 세 명이 되었다.

절대 고양이를 잘못 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저씨 119는 언제 오는 거예요. 이제 10분 정도 된 것 같은데. 저 안에 분명히 사람이 들어있다고요."


경비도 다리가 좀 풀렸는지 몸이 떨리는 것 같아 보였다.

가까스로 내게 고개를 돌린 그는 휘둥그레진 눈망울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어, 저...저기... 음... 사람이 있네요. 그.. 그렇죠. 음.. 아.. 곧 올 겁니다!”


나보다 더 횡설수설이다.

몇 분전에 나를 보던 눈빛을 떠 올리니 조금 고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경비는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여전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저... 아저씨. 그런데 저기에 사람이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될까요?”


경비는 내 말을 듣고 더욱 더 복잡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마의 주름이 더욱 깊어진 느낌이 든다.


“그...어... 상식적으로 말은 안 되지만 일단 지금은 들어가 있는 것 가...같네요.”


그렇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됐다.

팔 부위가 잘려져 있는 거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저 ‘손’이 움직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생동감 있게 부르르 떨기 까지 했다.

물론 지금은 움직임이 없지만.

잠시 생각에 잠겼던 경비가 그 점을 파고들었다.


“팔만 잘려져 있는 거면 가능하겠네요!”


그 말을 마친 경비가 다시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기 시작한다.


“아니에요. 아저씨가 오기 바로 전까지 저 ‘손’이 움직였다고요! 마치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처럼.”


경비는 이제 긴장이 좀 풀렸는지 실소까지 띄우고 말을 한다.


“당신...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대놓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상식의 범위에서만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답답했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지금, 뭔가 오해하시는 모양인데요. 저 '손' 잘려진 게 아니에요. 한 번 만져 보시던가요.”


뭔가 당황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자,

오히려 경비 쪽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변기에서 '손'을 만져보면 간단하게 문제는 해결 될 것이지만,

시체의 토막을 만진다는 것은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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