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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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손 ~ 8 ~ (1) 2010/06/22 PM 01:19


“아악!! 이게 뭐야!! 눈이!! 아아악!!”


조장의 기겁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내 눈 앞에 믿지 못 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촤아아아아아아아


민혁의 얼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바늘이 꼽힌 왼 쪽 뺨의 한가운데였다.

마치 분수처럼 솟구치는 피는,

맹렬한 기세로 뿜어져 나와 사방을 적시고 있었다.


“아아악!! 아아악!! 제기랄!!”


민혁의 피로 거의 세수를 하다시피 한 조장은,

눈으로 피가 들어갔는지 눈을 비비면서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으으으으...”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민혁이 격한 비명도 없이,

나지막한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그는 그 큰 덩치를 비틀 비틀 거리며 여기저기에 피를 튀기고 있었는데,

삽시간에 넓지 않은 화장실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조장!!!”


“으으윽, 나도 몰라. 그냥 피를 빼려고 바늘을 찔렀을 뿐이... 아악!! 눈이, 눈이 안 떠져!!”


솟구치는 피가 좀처럼 그치질 않았다.

온 몸의 피가 다 빠지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다급하게 팔을 움직여 비틀거리는 민혁의 몸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오른 손으로 피가 솟는 민혁의 왼쪽 뺨을 붙잡았다.

어찌나 혈압이 강한지 막고 있는 손이 들썩 거릴 정도였다.

나는 오른손에 온 힘을 집중했다.

민혁의 뺨이 보기 흉하게 찌그러졌지만 그런 것을 가릴 때가 아니다.


“헉, 헉, 헉, 멎 ...었나?


다행히도 솟구치던 피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혈압도 방금 전보다는 약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미 지금 쏟은 피 만으로도 치사량을 넘었을 것 같았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민혁의 얼굴을 쳐다봤다.

여전히 붉은 얼굴.

입에서 조금씩 신음 소리가 나오는 걸로 보아 숨은 붙어 있었다.


“으으윽. 민혁이 어때? 좀 진정 됐어?”


조장이 여전히 눈을 감고 괴로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의 모습도 걱정스러웠지만 일단 어떻게든 민혁을 돕는 게 우선이었다.


“예, 일단 피는 멈춘 것 같...”


나는 차마 말을 다 마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민혁의 눈이 갑자기 붉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엄청난 속도로 붉어지고 있었다.

눈이 충혈될 때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그리고 코와 입에서도 조금씩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안 좋은 징조였다.


“왜 말을 멈춰. 무슨 일 있...”


-촤아아아아아아아


조장도 말을 다 마칠 수 없었다.

다시 민혁에게서 피가 솟구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랐다.

이번엔 눈이었다.

방금 전처럼 맹렬한 기세로 줄기를 이루고,

정면을 향해 뿜어지고 있었다.

세상에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어디 상상이나 해 봤겠는가.

더군다나 민혁과 마주보는 자세로 있던 터라,

난 거의 무방비로 쏟아지는 피에 당하고 말았다.


“으아아악!!!!”


나는 황급히 얼굴을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뺨을 잡고 있던 손이 떨어지자,

그 곳에서도 다시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번엔 두 눈과 뺨에서 아까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피가 눈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나로선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작 일을 벌린 조장은 눈도 못 뜨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으..어어어어..”


민혁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사방팔방으로 뿜어지는 피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대로는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민혁에게로 다가갔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간다.

나는 눈으로 피가 들어가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왼 팔은 이마 위로 밀착시켰다.

대체 어디부터 막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


“민혁이한테 또 무슨일이야! 내가 도와줄게! 어디야!!”


조장이 소리쳤다.

그렇지만 당신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거야.


-촤아아아아아


가뜩이나 비틀거리는데다가

피를 쏟는 구멍이 세 군대였기 때문에 막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단 넘어뜨리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다가가자마자 민혁의 다리를 걸었다.

피가 빠져나간 탓인지 그 큰 덩치가 가볍게 뒤로 넘어간다.

넘어진 민혁의 뺨과 눈을 두 손으로 막아본다.

그런데,

아까처럼 강한 혈압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다급하게 민혁의 코에 손을 대 보았다.

숨이 없다.

나는 본능적으로 민혁의 가슴에 양 손을 얹고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가슴을 압박하고 또 압박했다.

하지만,

민혁은 끝내 숨을 쉬지 않는다.


“안돼... 안돼 제기랄!!! 안돼!!!”


민혁은 이미 몸의 거의 모든 피를 쏟고 죽음에 이른 것이 분명했다.

그의 얼굴은 피로 범벅이 돼 있었지만,

새파랗게 변한 입술에서 그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야!!!!!! 정민혁이!!!!!! 어떻게 된 거야! 이봐 당신!! 어떻게 된 거냐고!!”


조장이 소리쳤다.


“...죽었어요. 어떻게든 해 보려고 했는데 역부족이었어요...”


“지랄하지마! 그 새끼 덩치가 그 정도로 죽을 덩치야? 가뜩이나 갚을 일도 있었는데 왜 벌써 죽어 그 새끼가!!”


벌써 네 명이 죽음을 당했다.

남은 사람은 아직도 정신을 잃고 있는 아내와,

눈을 못 뜨고 있는 조장,

그리고 나 뿐.

‘손’과 떨어져 있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했었다.

민혁의 죽음은 그래서 더욱 뜻밖이었다.

혹시라도 '손'에게 당한 것이 영향을 끼친 거라면

나 또한 안심할 수 없었다.

이대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떡하든 여기서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꿈틀 찌지직 찌지지지직 꿈틀 빠직


잠시 잊고 있던 소리가 귀에 박혀온다.

아까보다 훨씬 진화한 게 느껴지는 소리였다.

나는 민혁의 시체를 뒤로하고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스르륵 쿵 스르륵 쿵


이번엔 조금 다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중을 하지 않아도 단번에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는 소리였다.

왜냐하면,

그 소리는,


죽은 경비의 시체가 조금씩 내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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