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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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껌 ~ 3 ~ (1) 2010/06/22 PM 05:02


달다. 달다. 달다.

씹을수록 단 맛이 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점점 단 맛이 강해진다.

껌이 아니라 사탕을 먹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탕과는 달리 그 부피가 줄어들지 않는다.

실로 놀라운 껌이었다.

일터로 돌아가는 동안 우리는,

이 신기한 껌을 음미하느라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언젠간 단물이 빠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각자의 턱만 바쁘게 움직였다.

대체 무엇으로 이런 껌을 만들어냈단 말인가?

나는 속으로 연신 감탄만을 내 뱉을 뿐이었다.

우리가 그나마 대화다운 대화를 시작한 것은 일터에 도착해서 부터였다.


“아, 아. 와. 이거 정말. 미치겠네요, 이 껌. 대박이네.”


오주임이 말했다.

황홀감에 빠져있는 목소리였다.


“질겅, 질겅, 응. 이건 진짜. 질겅, 질겅, 와, 말을 못 하겠네. 질겅, 질겅.”


정말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내 턱이 그것을 허락 하지 않는다.

내 몸 자체가 이미 껌에 푹 빠져있는 모양이었다.

마치 마약과도 같은 단물이 씹는 족족 흘러나온다.

미식가라고 자부하던 내가, 구멍가게에서 우연찮게 얻은 조그만 껌 따위에 매료될 줄이야.

괜한 위화감 때문에 이 껌을 끝내 거절했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대리님, 음, 음, 몇 개에요? 저는 열 두 개인데.”


아까 받은 껌의 개수를 묻는 모양이었다.

쥐고 있던 손을 펴 껌의 개수를 헤아린다.


“음, 열 두 개. 나도 열 두 개네.”


내 말과 동시에 오주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또 다시 서로가 침묵을 지켰다.

단지 일정한 리듬의 껌 씹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영원할 것만 같은 단 맛에 취하며 우리는 각자의 업무를 시작했다.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찌나 껌을 씹었는지 턱이 아파올 정도였다.

잠시 기지개를 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장실이라도 갔는지 오주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불현듯 껌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퉤!”


손바닥에 껌을 뱉었다.

그런데 뱉자마자, 껌을 달라고 아우성치듯 입 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조금 있으니 현기증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상태가 점점 몸 전체에 퍼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오한에, 발열 증상까지 오는 것 같았다.

결국 살펴보는 것을 포기하고, 황급히 뱉었던 껌을 다시 입에 넣었다.

이쯤 되자 무서운 기분마저 들었다.

혹시 마약이라도 들어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 중에는 오주임도 있었다.

내가 느낀 불안감을 오주임에게도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아 오주임, 이 껌....”


하지만 끝까지 말을 잇지는 못했다.

오주임과 함께 들어온 두 명도 뭔가 씹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오주임, 너 설마... 껌 줬어?”


내 말에 오주임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줬어요. 아까 전에 오부장님이랑, 박대리님한테도 줬답니다. 다 들 난리가 났어요. 하하.”


오주임과 함께 들어온 두 명은, 오주임의 입사 동기인 양주임과, 이주임이었다.

셋이서 자주 뭉쳐 다니는 편이었다.


“와, 이거 진짜 끝내줘요. 어떻게 이런 껌이 있을 수 있죠?”


방금 내게 말을 꺼낸 사람은 양주임이었다.

덩치가 아주 컸고, 파마머리를 하고 있다.


“오주임. 이 껌 혹시 뱉어봤어?”


내가 물었다.

나와 같은 증상을 겪었다면 그렇게까지 낙천적일 수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아뇨. 아직 뱉은 적은 없었어요. 아, 삼킨 적은 있어요. 곧바로 새 껌을 입에 넣었지만.”


오주임이 말했다.

순간,

그 구멍가게에서 주인이 한 말이 떠오른다.


-명심해야 돼. 절대 삼키면 안 된다.


“오주임! 아까 그 주인이 삼키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 안 나?”


오주임이 멀뚱히 나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아~ 맞다. 그랬었죠, 하하. 뭐 그런데 별 일 있겠어요? 그래봐야 껌인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왠지 심각하게 생각한 내가 바보인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거는 있어요. 씹다 보면 진짜 미친 듯이 삼켜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거 말이에요. 식도를 넘어갈 때는 어떤 느낌일지, 위 안에서도 계속 단 맛이 생겨날지, 괜히 막 느껴보고 싶더라고요.”


마치 신앙 간증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오주임은 이 껌에 깊이 빠진 것 같았다.

물론 나 역시도 삼키고 싶은 욕망은 있었다.

그 때 나를 막아준 것은 다름 아닌 미식가로서의 자존심이었다.

그러니까 음식의 요구사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라면은 절대 생 라면으로 먹지 않고, 게 요리의 껍질은 반드시 벗겨서 먹어야 한다.

그런 것처럼 껌은 씹어서 단물을 즐기는 음식일 뿐,

절대 삼켜서는 안 된다는 게 내 법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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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껌 원래 삼키는데.. 큰일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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