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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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껌 ~ 4 ~ (1) 2010/06/22 PM 05:06


“그럼 몇 개나 남은거야?”


오주임에게 물었다.

여기 저기 뿌리고 다녔으니 이제 많이 줄어들었겠지.


“여섯 개 남았어요. 이건 다른 사람 안 주고 저만 먹으려고요. 히히.”


“어? 그런 게 어디 있어. 적어도 우리한테는 하나씩 더 줘야지!”


이주임이 말 했다.

비교적 덩치가 작고, 피부가 검은 친구였다.


“하는 거 봐서 줄게. 크큭.”


“알았어. 잘 할 테니까 하나만 줘. 나 방금 삼켰단 말이야!”


양주임이 애원하듯 말한다.

그러자 오주임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껌 하나를 그에게 건 낸다.


“아아아, 고마워 으읍, 질겅, 질겅, 질겅.”


껌을 받자마자 양주임이 게걸스럽게 씹기 시작한다.

산만한 덩치가 껌 하나에 집착하니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여전히 마음속에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지만 별 일 없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껌을 삼킬 마음은 없지만 말이다.


......


......


퇴근시간.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시계를 확인한다.


“아, 오주임. 먼저 올라갈 테니까, 이부장님 말 잘 듣고, 마무리 잘 해. 다음 주에 보자고.”


당일치기 출장이었기 때문에 저녁 기차를 타고 바로 서울로 가야했다.

같이 내려온 사람들 중 나만 그런 거였다.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3일이나 더 있다가 올라온다.

이것은 순전히 가위 바위 보에서 내가 진 까닭이었다.


“헤헤헤, 대리님 피곤하시겠어요. 내일 오전에 바로 출근 하셔야 할 텐데.”


오주임이 웃으며 얘기한다.


“얄밉기는, 하여튼 난 간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문을 나서려는 순간,


“아, 대리님 잠깐만요.”


오주임이 나를 부른다.


“저, 껌 하나만 주고 가시면 안 돼요? 어느새 바닥이 나 버려서...”


“응? 그 많은 걸 벌써 다 씹었다고?”


“아 뭐, 제가 네 개 쯤 삼키고... 사람들 나눠주고 하니까 벌써 바닥 나 버렸어요. 지금 입 안에 있는 게 마지막이에요.”


나는 처음 씹었던 껌을 여태 씹고 있었는데 오주임은 벌써 껌이 바닥난 모양이었다.

역시 미식가와 일반인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가볍게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주머니에서 껌 한 개를 꺼냈다.


“혹시 말이야. 껌이 다 떨어진다고 새벽에 전화하거나 하지는 마. 나 오늘 엄청 피곤할 것 같으니까.”


말을 마치고 오주임에게 껌을 휙 던졌다.

오주임이 활짝 웃으며 그 껌을 받는다.


“예, 그럼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예요. 히히. 대리님 수고하셨슴다!”


껌 한 개에 저렇게 천진난만한 모습이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빨리 도착해도 밤 10시는 훌쩍 넘길 것 같았다.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주임과, 양주임에게 작별인사를 한 다음 밖으로 나왔다.

쌀쌀한 가을 공기가 물씬 느껴진다.

그리고 껌을 씹는 턱은 더 빨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


......


“여보세요? 어 나야. 그래 지금 차 기다리고 있어. 은비는? 숙제는 다 했대? 그래, 어 바꿔줘. 음... 어, 은비니? 그래 아빠야. 숙제는 다 했니? 그래. 착하다 우리 딸.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치킨? 밤중에 기름진 거 먹으면 별로 안 좋은데. 아, 그래, 그래 알았다. 아빠가 치킨 사 갈게, 대신에 아빠 조금 늦게 들어가도 엄마랑 같이 기다리고 있어야 해. 그래그래, 우리 딸 아빠가 최고로 사랑한다. 아, 은비야 지금 기차왔다. 아빠 끊을게. 이따가 봐요~”


......


......


달리는 기차 안에서 내다보는 창밖의 야경이 아름답다.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몸이 축 쳐지는 느낌이 든다.

아마 곧 잠이 들겠지.

서서히 눈꺼풀이 감겨온다.

그 순간,

불현듯 오늘 오후의 일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아줌마는 왜 자기의 팔을 껌이라고 한 걸까?’


‘그 할아버지는 왜 껌을 삼키지 말라고 한 걸까?’

......


'BBQ를 사 갈까, 교촌을 사 갈까.'


하지만 이내 내 마음은 딸에게 사 줄 치킨을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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앜ㅋㅋㅋㅋ 치킨 광고였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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