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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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껌 ~ 6 ~ (0) 2010/06/22 PM 05:12


-딩동, 딩동


“은비야 아빠 왔다~”


10시 30분.

결국 예상했던 시각에 도착하고 말았다.

그놈의 치킨이 나오는데 10분이나 걸릴 줄이야.


“자기 왔어?”


현관문이 열리고 아내가 나를 반긴다.


“아빠~~~ 치킨, 치킨!”


아내 바로 뒤에서 내 딸 은비의 소리가 들린다.


“은비 너~ 맨 발로 현관에 나오지 말랬지! 어서 들어가.”


아내가 딸을 나무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겨운 집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후우. 오늘 정말 피곤했어. 재수 없게 당일치기 출장이라니.”


“그러게 말이야. 피곤할 텐데 어서 씻고 나와.”


“아빠, 치킨, 치킨!! 무슨 치킨 사왔어?”


귀여운 여덟 살 배기, 내 딸 은비가 다리에 매달린다.

누굴 닮았는지 보면 볼수록 예뻐 죽겠다.


“짠~ 은비가 좋아하는 교촌치킨~”


은비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이 번지기 시작한다.


“와아~ 교촌이다. 아빠 짱!”


“은비야. 손 씻고 먹어야지. 잘 밤이니까 콜라는 조금만 마셔야 해. 알았지?”


“응응, 알았어.”


귀여운 딸의 모습을 보니 쌓였던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


“자기 밥은 먹었어?”


아내가 내게 물었다.


“아, 밥 아직 못 먹었어. 집에 뭐 맛있는 거 있어?”


옷을 벗으며 내가 말했다.

왠지 어제 마트에서 산 ‘3분 정통 스파게티’가 먹고 싶었다.


“그런데, 밥도 안 먹고 웬 껌을 그렇게 씹고 있어?”


“아아, 그냥. 나 어제 산 스파게티 좀 해주라. 물은 조금만 넣는 거 알지?”


껌에 대한 대답을 대충 얼버무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 받아놨어~”


문 밖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서 빨리 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밥을 먹으려면 껌을 뱉어야 할 텐데,

아까처럼 몸에 이상이 올까 두려웠다.

하지만 이대로 밤새 껌을 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물 밖으로 손을 내밀어 아까처럼 퉤 하고 껌을 뱉었다.


“......”


괜찮았다.

침이 고이지도, 머리가 아프지도, 오한이 나지도 않았다. 단순히 과민했던 탓이었을까?

아까와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 뱉을 때는 단 물이 거의 다 빠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


......


목욕을 마치고 목에 수건을 두른 채 밖으로 나왔다.

은비가 즐거운 표정으로 신나게 치킨을 먹고 있었고, 아내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그, 은비야, 옷에다가 닦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 하니.”


“으응, 알았어.”


먹는 모습을 보니 배가 몹시 고파온다.


“자기야, 어서 와. 배고프겠다.”


아내가 자신이 있는 식탁 쪽으로 손짓을 한다.

식탁에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스파게티가 눈에 들어온다.


“와, 마트에서 산 것치곤 엄청 먹음직스럽네. 거 봐 잘 샀지.”


식탁 앞에 의자를 빼 앉았다.

치킨을 먹느라 정신이 없는 은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그러자 은비가 나를 보며 씨익 웃는다.

입 주위가 양념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은비의 귀여운 볼을 손으로 살짝 꼬집어 본다.


“세 개에 만원이나 하는데 이정도 때깔은 나와야지. 어서 먹기나 하셔~”


아내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포크를 움직여 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했다.

유별나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나쁘진 않았다.

허겁지겁 먹는 내 모습을 보며 아내가 살짝 미소 짓는다.

행복하다.

이 행복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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