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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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껌 ~ 11 ~ (0) 2010/06/22 PM 05:37


......


......


“커억, 컥, 컥.”


잠에서 깨어났다.

목구멍에 뭐가 걸린 느낌이 나 헛기침이 계속 나온다.


“커억, 퉤.”


껌이었다.

뱉지 않고 자는 바람에 목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가까스로 뱉어낸 후에도 몇 번 더 기침을 한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래도 삼키진 않았으니 다행이다.

잠시 머리를 긁적이며 시계를 확인한다.

5시 40분.

조금 일찍 일어났지만 다시 잠을 청하기도 애매한 시각이었다.

아내는 여전히 없었다.

외박까지 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아내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자기야, 자는 중일 것 같아서 문자로 보내. 동창이 결국엔 죽고 말았어. 이제 막 가족들 불렀고, 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네? 모처럼 만난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라 다 들 슬픔이 커. 그래서 나도 아침까지는 같이 있기로 했어. 미안해 자기야.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은비는 대기실에 있는 침대에서 잘 자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말어. 늦지 않게 출근 잘 해. 미안해 자기야♡]


......


......


새벽 공기가 무척이나 차갑다.

아침을 차려 먹기가 귀찮아 일찌감치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근처에 있는 샌드위치 매장에 들어가 카푸치노 커피와 에그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갓 구운 토스트 안에 잘 으깬 계란과, 야채들이 알차게 들어 있었다.

입 가에 카푸치노 거품을 잔뜩 묻히며 허겁지겁 아침을 해결한다.

물론 다 먹은 후에 껌을 입에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김대리, 김대리. 잠깐 이리 와 봐.”


박과장이 일찍부터 나를 찾는다.

잠시 자리에서 기지개를 한 번 펴고 박과장에게로 갔다.


“기획서 이야기는 들었어. 뭐 직장생활이 다 그런 거잖아. 너무 담아두지 말라고.”


“예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런가보다 해야죠.”


나도 모르게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아, 그건 그렇고. 김대리 하루만 더 수고해야 할 일이 생겼어.”


역시 용건은 따로 있던 모양이었다.


“예? 하루만이라는 건...”


“오늘 점심 먹고, 강원도에 한 번 더 내려가야 할 것 같아.”


나는 깜짝 놀랐다.

강원도를 내려가라니.

불과 이틀 전에 당일치기로 다녀오지 않았던가.


“아아, 그런 표정 짓지 말어. 상무님 지시니까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아니, 이유가 대체 뭐에요. 뭐가 또 빠졌어요?”


“우리 쪽 확인서를 팩스로 보내야 되는데, 팩스기가 고장 난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상무님이 직접 다녀오라고 지시하셨어. 그런데 너를 지목하시더라고.”


미칠 노릇이었다.

이건 단순한 응징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팩스가 고장 났으면 다른 데서 양해를 구하고 받으면 되잖아요.”


박과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박과장이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아 요즘 상무님한테 기획부가 별로 안 좋게 찍혀서, 출장 가 있는 사람들한테도 잘 믿음이 안 가는 모양이야. 더군다나 어제는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됐잖아. 가서 업무 상황도 체크 해 보라는 이유도 있는 거지.”


어이가 없었다.

업무 상황 체크를 대리 밖에 안 된 내가 왜 해야 하며,

당장 다시 써야 하는 기획서는 어쩌라는 말인가.

스트레스 때문인지 난폭하게 턱이 움직인다.


“당일치기로는 죽어도 못 갑니다.”


“누가 당일치기로 가랬나. 내가 간신히 설득해서 내일 하루 빼주기로 했으니까. 하루만 수고 좀 해 줘.”


다행히 당일치기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기획서의 압박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기획서는 어떡합니까. 김상무님이 당장 갖고 오라고 난리인데.”


“아 그것도 말 다 끝났어. 일단 다녀오는 것을 우선으로 해. 기획서는 조금 천천히 써도 되니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다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어쩌겠는가.

위에서 하라면 하는 게 직장생활인 것을.

아내와 딸을 또 못 보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어제도 내내 혼자였는데 말이다.

그래도 최대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껌도 세 개 밖에 안 남았으니,

내려간 김에 다시 그 가게를 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열 통 정도는 사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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