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접속 : 327   Lv. 18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285 명
  • 전체 : 190687 명
  • Mypi Ver. 0.3.1 β
[가져온 괴담] 껌 ~ 18 ~ (0) 2010/06/22 PM 06:01


“읍! 으읍!! 으으으읍!”


입에 물고 있는 손전등 덕분에 명쾌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거친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제발 누가 있어줘야 한다.

제발.


-스르륵, 쿠웅.


하지만 어느새 ‘그것’은 내가 휘두르는 콤파스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커다란 건축 설계용 콤파스도 이 괴물 앞에서는 초라해 보이기만 했다.


“씨, 씨팔. 꺼져 꺼지라고!!”


소리를 내자 입에 물고 있던 손전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떨리는 왼손을 더욱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다가오던 ‘그것’ 아니 괴물의 움직임이 조금은 멈칫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 움직임을 계속한다.


-스르륵, 푸우욱. 쿵


콤파스가 보기 좋게 괴물의 배를 찔렀다.

하지만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콤파스를 빼려고 손을 당기자 엉겨 붙은 살이 쭈욱 하고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껌처럼.


“아, 아, 아아아아악 씨팔!!”


-투욱!


엉겨 붙은 살 때문에 더 이상 콤파스를 움직일 수 없었다.

이제 모든 게 끝이다.

가까이 다가온 양주임의 얼굴에서 왠지 희미한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으, 은비야. 미안해. 미안해.”




-철컥!





죽음 앞에서 환청이라도 들은 건가?


“#$#@@#$@세요!!”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어서 들어오세요! 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소리는 403호에서 나온 것이었다.

나는 손잡이를 잡은 손에 다시 힘을 넣었다.


-벌컥!


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우이쉬휘위추휘


괴물의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시간이 없다.

몸을 던져서라도 들어가야 한다.


-콰악


“으아아악.”


하지만 보기 좋게 괴물에게 발을 붙잡히고 말았다.

고개를 내려 보니 다리춤에 붙어 있던 손이 뻗어져 나와, 기괴한 모양으로 내 발목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아마 엄청난 힘으로 나를 끌고 갈 것이 뻔했다.


“껌, 그 씹고 있는 껌을 뱉어요!”


403호의 사람이 소리쳤다.


“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거의 조건반사 식으로 껌을 뱉어버렸다.

입에서 나온 껌이 포물선을 그리며 괴물의 바로 옆으로 떨어졌다.

그 때였다.

갑자기 양주임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몹시 흥분한 표정이랄까.


-우쉬이위우취이추이!!!


그리고는 3층에서처럼 격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발목을 감고 있던 손도 풀어져 있었다.


“어서 들어와요! 어서!”


나는 이번에야 말로 몸을 날렸다.


-쿠당탕!


몸이 바닥에 부딪치면서 둔탁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아픈 줄도 모르고 급하게 몸을 추슬렀다.


“저, 저것들은 대체 뭐요!”


“일단! 문부터 잠그죠. 문 좀 잡아주세요.”


나는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허겁지겁 문을 붙잡았다.

그러자 그가 까치발을 들고 문 위로 손을 올렸다.


“문이 움직이지 않게 잘 잡아 주세요.”


투명한 문 앞으로 그 괴물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내가 뱉은 껌 쪽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서 그런지, 이쪽에는 등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나에겐 고역이었다.

왜냐하면 그 등에도 얼굴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씨, 씨발. 천대리 아니야.”


당장이라도 이 손을 놓고 싶었다.

괴물의 등짝에 달려있는 동기의 얼굴을 보는 것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더군다나 그 특유의 부리부리한 눈으로 계속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빠, 빨리 잠가요. 더 이상 못 견디겠어!”


“자꾸 손을 떠니까 균형이 안 맞잖아요. 잘 좀 잡아 봐요!”


짜증 섞인 말투였다.

하지만 몸이 떨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용할 정도였으니까.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최대한 집중해서 손잡이를 꽉 잡았다.


-우쉬추우후후


괴물의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나를 노려보던 천대리의 얼굴에서 나온 소리였다.

예상이 맞는다면 이제 내 쪽으로 관심을 돌릴게 분명하다.


-스르륵, 스르륵


그리고 예상대로,

괴물이 굽히고 있던 몸을 펴서 조금씩 내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씨, 씨파알.”


떨면 안 된다.

떨면 안 된다.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굵은 식은땀이 발밑으로 떨어진다.


-쿵.

신고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