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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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껌 ~ 29 ~ (0) 2010/06/22 PM 06:38


-우쉬이우히위히치


계단에 있던 괴물이 소리를 냈다.

손전등을 비춰보니 이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가슴팍에는 낯익은 여자의 얼굴이 표독스러운 눈매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리님 잘 들으세요.”


필중의 말과 거의 동시에 괴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가 아까 미쳐 말 하지 못 한 것들이 있어요. 앞으로 대리님에겐 꽤 중요한 이야기일수도 있죠. 그러니까 음, 음.”


필중이 바지주머니를 뒤적뒤적 거리더니 핸드폰을 빼내, 내 쪽으로 내밀었다.


“이걸 가져가세요.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얼떨결에 핸드폰을 받아버렸다.

어떤 도움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절실한 도움이었다.


“너, 대체 뭘 할 작정이야?”


“사실 방금 전까지 대리님을 원망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오주임 그 새끼가 나만 멀쩡하게 둘 리가 없어요. 분명히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랬겠죠. 그러니 나한테만 지 살을 준 것이고.”


“너, 너 지금 무슨 말이야. 오주임이 또 뭔가 한 거야?”


-우쉬히이위히취이


괴물이 불과 세 걸음이면 닿을 정도까지 다가왔다.

거기다 위층에서 들려오는 괴물의 소리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세요!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


필중이 소리치며 나를 옆쪽으로 밀었다.

그렇게 계단 난간 쪽에 몸을 붙인 자세로 필중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필중은 껌을 든 손을 정면으로 내밀면서 괴물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야 이 새끼야! 김필중!”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지만 어느새 필중은 괴물과 마주섰다.

그리고 내 쪽을 쳐다보며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어서 가라고!!”


-우쉬이히위취이!!


-콰악!


괴물이 필중의 손을 붙잡았다.

이제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다.

그저 필중의 바람대로 나라도 살기 위해 뛰어야 한다.


“씨, 씨팔. 김필중!!”


나는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껌을 세 개나 뭉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괴물은 몸을 비집고 지나가는 나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나는 손쉽게 괴물을 피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니까 필중을 미끼로 말이다.


“대리님!”


괴물에게 벗어나 몇 계단을 더 내려갔을 때, 필중이 나를 불렀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손전등을 비추었다.

하지만 괴물의 등에 가려 필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말소리만이 아직 필중이 그 앞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장기자랑 때. 대리님 사회 죽여줬던 거 아시죠?”


“...별말씀을. 너야말로 필승 죽여줬다.”


“하하하. 고마워요 대리님. 정말 고마...”


-위쉬위휘이휘치


괴물의 소리가 들리면서, 필중의 소리가 끊어졌다.

아마 방금 전 고맙다는 말이 생 전 마지막 말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씨발... 누가 누구보고 고맙대.”


끓어오르는 슬픔을 간신히 억누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계단을 모두 내려가기 전에 떨어뜨렸던 나의 핸드폰도 발견했지만 줍지 않았다.

예상대로 망가져 있었는데, 괴물이 밟기라도 했는지 거의 산산조각이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벽에 붙어있는 덩어리 하나를 떼어내는 것은 잊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씹어야 하니까 말이다.

내 주먹만한 덩어리의, 일부분을 뜯어 입으로 가져갔다.

어느새 친숙해진 비릿한 맛이 입 안 가득히 퍼진다.

그렇게 나는 한 손에는 오부장의 덩어리를,

나머지 한 손에는 필중의 핸드폰을 쥔 채 1층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손전등의 범위 안에 괴물의 모습이 잡히지 않았고, 그것은 문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문 앞에 서서 잠시 호흡을 골랐다.

이제 이 문만 열면,

이 문만 열면 이곳을 나갈 수 있다.

핸드폰과 덩어리를 왼 손에 쥐고, 오른 손으로 문 손잡이를 잡았다.


-철컥. 끼이이이익


거슬리는 낡은 쇳소리가 내 귀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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