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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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껌 ~ 33 ~ (0) 2010/06/22 PM 06:50


“씨, 씨발! 눈 떠, 눈 뜨라고!”


손전등을 얼굴 바로 앞까지 비추며 소리쳤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씨발!”


-퍼억!


다짜고짜 씨발이라고 외치며 후려갈겼다.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저 기억하시죠? 였는데.


-퍼억! 퍼억!


몇 번 더 후려갈겼다.

차마 노인의 얼굴은 때릴 수 없어 몸통과 팔을 타겟으로 삼았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퍼억! 퍼억! 퍼억!


“씨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얼굴을 때릴 찰나,


“으으음.”


주인의 입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주먹의 움직임을 멈추고 주인을 향해 다시 손전등을 비추었다.

주인이 간신히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조금씩 그가 빛을 인식하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으으으. 누, 누기래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우선 나는 손전등으로 내 얼굴을 비추며 노인에게 말했다.


“나에요. 기억하시죠?”


그 상태로 충분히 시간을 준 후 다시 주인을 비추었다.

주인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그 때 껌 삼키지 말라고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어? 아아. 자네로기만.”


기억이 난 모양이다.

주인의 표정이 풀리고 있었다.


“자넨 삼키지 않았니?”


“삼키지 않았어요. 저는 원래 껌 삼키는 것을 싫어해요.”


“오호. 대단한데. 이 껌을 삼키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뭐에요? 그럼 삼킬 걸 예상하고 줬다는 거야!?”


내가 소리를 지르자 주인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그리 소리를 질러? 껌 삼키면 어떻게 되는지 봤니?”


“봤죠. 아주 잘 봤죠. 잘도 그런 껌을 우리한테 줬습니까!”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 있었다.

어쩌다가 다 죽어가는 노인을 윽박질러야 하는 상황까지 되었을까.


“진정해 진정. 나는 분명히 경고했디. 그리고 니들이 먼저 달라고 했디. 안 그래?”


말을 마친 주인이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계속 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까 전에 왔던 놈과는 반응이 영 다르네. 에헹.”


“아까... 전?”


“니랑 같이 왔던 놈 있잖아. 삐쩍 마른 놈 말이야.”


삐쩍 마른 건 둘째 치고 나랑 같이 이곳을 왔다는 것만으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건 오주임이었다.


“오주임? 오주임이 여길 왔었어요?”


“그래. 왔었디. 그놈이 내 몸뚱아리를 어떻게 해놨는지 봐.”


주인이 뜯겨져나간 자신의 몸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 그게 오주임이 그랬다는 거예요?”


“크, 크, 크큭. 맞아. 그렇지만 내가 원했던 일이야.”


“원하다니. 무슨 말이에요 대체!”


“나는 이제 늙고 힘이 빠졌으니 숙주가 될 수 없디. 젊고 싱싱한 새로운 숙주가 나타났으면 당연히 물러나야 하는 거야.”


주인이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수, 숙주라니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요!”


“그 놈에게 내 딸도 줬디. 내 딸은 숙주를 돕는 데는 최고디. 더불어 예쁘기도 하고. 끌끌.”


“딸? 옆에 음식점 주인 말이에요?”


주인이 약간 놀랐다는 눈초리를 보였다.


“오잉? 그걸 어떻게 알았디? 그래. 걔가 내 딸이디. 늦게나마 짝을 만나서 출가했으니 난 이제 염원이 없다. 끌끌끌.”


정리해보면,

오주임은 숙주인지 뭔지가 돼서 주인의 몸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사십대는 훌쩍 넘긴 것 같은 그 아줌마를, 그러니까 주인의 딸을 데리고 이곳을 나가버렸다는 건가?

대체 어떻게 이해하면 잘 이해했다고 소문이 날 수 있을까?


“오주임이 원한건가요? 그렇게?”


“글치! 그건 숙주의 사명인걸. 내 딸은 숙주 옆에 있어야 하니께. 그건 니가 될 수도 있었고. 끌끌.”


“내가 될 수도 있었다?”


“고럼. 둘 모두가 그렇게 됐다면 한 놈은 나한테 죽었을 거야. 다행힌거디. 끌끌”


이 미치광이 노인내가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건가.

온 몸이 뜯어져나가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은 상태로, 정신 나간 소리를 잘도 내뱉고 있었다.

그 음식점 주인을 데리고 산다는 생각만으로도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이보세요! 일단 다른 건 다 집어치우고. 껌을 삼킨 사람을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요. 저는 그것만 들으면 돼요.”


주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사람처럼 갑자기 눈동자를 뒤집었다가 정상으로 돌렸다가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온 몸에 살이 뜯겨져 너덜너덜한 노인네가 눈을 뒤집고 있는 모습은 실로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이봐요! 어서 말해요. 시간이 없다고!”


순간 노인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껌에 대해서 어디까지 아니?”


“아, 진짜 딴 말 하지...”


“삼키면 어떻게 되는지 까지만 아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인이 완고한 어조로 내 말을 끊어버렸다.

아무래도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으면 원하는 대답을 얻기 힘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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