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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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껌 ~ 34 ~ (1) 2010/06/22 PM 06:53


“후우. 알만큼 알아요. 삼키면 괴물로 변하는 것. 껌을 씹다가 뱉으면 고통에 시달리다가 죽는 다는 것. 그리고 한 번 씹으면 미친 듯이 삼키고 싶은 것!”


“끌끌끌 끄윽, 끌끌끌큭큭.”


내 말이 끝나자 노인이 웃기 시작했다.


“많이 아네.”


“그러니까 어서 말해요. 어떻게 하면 되돌릴 수 있는지!”


“그런데 껌을 삼키면 무조건 괴물로 변하는 건 아니디. 때로는 그 자리에서 눅눅하게 변하기도 허고, 때로는 뻥 하고 터지기도 허디. 그건 어떤 법칙이 있는 건 아니야. 중요한 건 삼킨 사람이 껌으로 변한다는거디.”


오부장은 폭발하고, 양주임과 이주임이 괴물이 된 데에는 딱히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말인가?

주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껌을 씹다가 뱉으면 죽디. 살기 위해선 계속 씹거나, 삼키거나 둘 중 하나 뿐이야.”


“껌으로 변하는 게 죽는 것과 뭐가 다르죠!?”


“끌끌끌. 껌으로 변하지 않는 방법을 알고 싶니?”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할 모양이었다.


“어, 어서 말해요. 지금 이 시간에도 내 아내는, 내 딸은 변하고 있을 거라고요. 그 빌어먹을 껌인지 뭔지!”


“끌끌끌끌. 가족이 껌을 삼켰나? 경솔했군. 끌끌.”


뭐가 그렇게 웃긴지 계속 끌끌 거린다.

무척이나 거슬렸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원하는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말이다.


“그 전에. 숙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겄는디 괜찮겠어?”


“제기랄! 괜찮지 않아요. 더 이상은 참지 않을 거예요!”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숙주고 나발이고 나에게는 전혀 쓸모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아내와 딸만 구할 수 있으면 된다.

어찌됐건 나머지는 그 후에 생각할 일일 뿐이다.


“어허 성깔머리하고는. 좋아 그것부터 말해주겠어.”


“어서 말해요!”


“끌끌. 숙주의 살을 씹으면 돼. 그러면 껌으로 변하지 않디.”


“씹다가 뱉으면요?”


“그럼 다시 돌아가게 되는거디. 껌을 삼킨 시점으로. 끌끌끌.”


문득 필중의 말이 떠올랐다.

오주임의 껌이라서 뱉을 수 없었다는 그 말.

그렇다면 필중도 껌을 삼켰던 것인가.


“그럼 일시적인 거잖아요. 좀 더 제대로 된 방법을 알려줘요!”


“끌끌. 그럴려면 내 딸에 대한 이야기와, 숙주의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어. 듣겠니 안 듣겠니?”


왈가왈부 하며 시간을 허비할 바엔 차라리 듣는 쪽이 나을 것 같다.

결국 교활한 늙은이의 페이스에 따라가게 되는 모양이다.


“후우... 알았어요. 어서 말해요.”


나는 말이 길어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


......


......


“택시!”


가게에서 나오니 다행히도 안개가 조금 걷혀있었다.

차량들도 제법 통행이 가능할 정도여서 어렵지 않게 택시 한 대를 잡을 수 있었다.


“서울이요.”


“네?”


택시기사가 나의 말에 짐짓 놀란 표정으로 반응을 한다.

하지만 이내 얼굴 전체에 환한 미소를 띠기 시작한다.

곧 있으면 할증도 붙을 테니 그야말로 봉 잡은 기분일게 뻔했다.

어차피 나도 수 십 만원 깨질 건 각오하고 있었다.

사실 수 십이든, 수 백이든 돈 따위는 지금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손님. 서울까지는 요금이 상당히 나올 텐데 괜찮으세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슬쩍 나를 떠볼 모양인가보다.


“제가 정말 급합니다. 돈은 따블로 드릴 테니 최대한 밟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사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밝아졌다.

택시 기사 입장에선 정말 엄청난 횡재나 다름없을 테니 말이다.


“타, 타세요. 운전벨트 단단히 메셔야 할 겁니다.”


기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얼마나 걸릴까요?”


“음. 여기 빠져나가는 것만 조심하면 대략 두 시간 내외로 도착할 것 같은데요?”


두 시간 내외도 내게는 너무 길다.


“더 빨리는 안 될까요? 한 시간 반 정도로.”


“아, 그렇게는...”


“따따블로 드릴게요.”


“아, 뭐. 예. 오늘 정말 미친 듯이 밟아보죠!”


기사가 평소에도 이렇게 환하게 웃어준다면 손님들이 비싼 택시비를 내더라도 만족스러워 할 것이다.

따따블을 준다는 말에만 이러지 말고 말이다.


“자 그럼 출발합니다.”


기사는 엑셀에서 좀처럼 발을 떼지 않으며 능숙한 솜씨로 기어를 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계기판의 화살표가 숫자 100을 지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 밤의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한 쪽 손으로 안전벨트를 꼭 잡고,

나머지 손에 쥐고 있는, 가게 주인이 죽기 전에 남긴 손가락 두 마디만한 크기의 유리병을 보고 있었다.

반 정도 차 있는 분홍색 액체가 택시의 움직임이 격해지자 병 안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트에 머리를 기댄 후,

나를 무척이나 곤란하게 만들고 죽어버린 그 노인네와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그 생각 덕분에 먼 길을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느새 택시가 영동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난히 짙었던 안개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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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좀 올려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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