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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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껌 ~ 完 ~ (3) 2010/06/22 PM 07:06


“우쉬이히우추후이”


희영이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용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야속한 놀이터에는 그 흔한 나무막대기 하나도 없었다.

용희가 좋아하는 그랑죠라는 로봇은 주문을 외우면 손에서 칼이 나오던데,

혹시 자신도 가능하진 않을까.

용희가 손을 합장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뿔사, 주문이 떠오르질 않는다.

칼 이름이 엘젤카이져라는 것만 떠오른다.

용희가 다시 눈을 떴다.

어쩔 수 없이 맨 주먹으로 상대해야 할 것 같다.

용희는 고사리 같은 손을 꾸욱 쥐고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울컥, 울컥, 후쉬이히, 울컥, 울컥”


희영의 입에서 허연 물이 쏟아졌다.

토악질로 보기에는 색이 너무 진했다.

한 달 전에 아빠가 도배할 때 쓰던 진득한 풀이 떠올랐다.

아빠는 절대 손 데면 안 된다며 용희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놨었다.


“이, 이 귀신아! 저리 꺼져!”


용희가 뒷걸음치며 소리쳤다.

붉다 못해 푸르딩딩하게 변해버린 희영은 더 이상 용희가 좋아하던 그 희영이 아니었다.

용희가 무기를 찾기 위해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작은 나뭇가지나 돌맹이라도 주웠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 사이 희영에게는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경련은 멈췄지만 점점 몸이 붓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헐렁하게 보였던 원피스가 어느새 꽉 껴서 살을 짓누르고 있었고,

얼굴은 혹뿌리영감의 혹을 수십 개나 달아 놓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왔다.

용희는 자신이 만든 모래성 뒤로 몸을 숨겼다.

혹시라도 거대하게 변하면 어떡하지.

입에서 불을 뿜으면 큰일인데.

로봇을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백화점에서 조금 더 엄마를 졸랐어야 했다.


“우쉬이후위위추!”


잔뜩 부푼 희영이 아까보다 더 크게 괴성을 질렀다.

한번 부풀기 시작한 희영의 몸은 급속도로 커져만 갔다.

바람을 잔뜩 집어넣은 풍선처럼 희영의 몸이 탱탱하게 변하고 있었다.

급기야 덩치가 아빠보다도 커진 것 같다고 느낄 때쯤, 갑자기 용희의 눈이 환해졌다.


-퍼어엉!


엄청난 굉음에 용희가 눈을 감은 채 뒤로 발랑 넘어졌다.

집 앞에서 뻥튀기를 팔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뻥튀기 튀기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그 앞을 지나가면 모두가 귀를 막곤 했다.

그런데 이건 그것보다도 더 컸다.

그 바람에 씹고 있던 껌까지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다.

귀가 먹먹해진 용희가 막 솟구치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 희영아. 희영아~!”


희영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밀가루 반죽처럼 보이는 시퍼런 덩어리들만 이곳저곳에 산재 되어 있었다.

용희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풍선처럼 커져가던 희영이가 결국엔 터져버렸다는 것을.

힘들게 쌓아놓은 모래성도 대포 같은 퍼런 덩어리에 당해 무너져 버렸다.

용희의 눈에서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모래성 따위가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지금 상황이 너무나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희영이.

희영이는 죽어버린 걸까?


“으, 으아아아앙! 으아아앙!”


빨리 엄마가 왔으면 좋겠다.

엄마가 오면 당장 장난감 가게부터 가자고 할 생각이다.

울음 때문인지 용희의 머리가 아파온다.

그리고 몸도 으슬으슬 떨려온다.

사나이는 아무 때나 울면 안 된다고 했던 아빠의 말이 떠올랐다.

울음을 멈추면 몸도 괜찮아지겠지.

억지로 입술을 꽉 깨물고 손등으로 눈가를 닦아내본다.


......


......


자 이제 선택은 자네가 하는 거네.


세상을 구하고 영웅이 될 지,


당장 가족만 구하고 말 건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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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ㅜㅠㅠㅠ

Black Edition    친구신청

껌 분명 이 뒤에이야기도 올려주신거같은데
보려니까 사라졌어요ㅜㅜ

다시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신 마츠나가    친구신청

[Boogeyman] / 음.. 다음편이 있긴한데.. 차라리 여기서 끝내는게 깔끔합니다..

Black Edition / 두편이 더 있긴합니다만.. 연재중단인지라.. 여기서 딱 끊는게 깔끔하고 보기 좋아보여서요.. 그래도 보고 싶으시다면 쪽지 한통 날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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