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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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예견 ~ 1 ~ (0) 2010/06/23 PM 03:09



"딩동,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문구멍으로 빼꼼히 내다보니 어리숙하게 생긴 집배원이 문 앞에 서있다.

"등기 왔습니다. 여기 사인 좀."

언뜻 발송인을 보니 아무개다. 모르는 이름이다.

소포는 사절지 크기의 아담한 것이다.

부피도 작은 게 무슨 책이 들은 것 같다.



"옜소"



문을 닫고 소포를 ‘휙‘ 내 팽겨 친 후,


부산스럽게 방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째깍 째깍 시계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한참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또다시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딩동, 딩동, 딩동,"



귀찮아서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는데 집요하게 울려 퍼진다.



"옘병할"



혀를 차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문구멍으로 빼꼼히 내다본다.

웬 낯선 남자가 문 앞에 서있다.

굵은 뿔태안경이 유난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지금 바쁩니다. 돌아 가시요."



나는 문을 열지 않고 고함친다.

본새로 보아 틀림없이 잡상인일거라 단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밖의 남자가 심상찮은 목소리로 간촉한다.



"아주 위급한 일입니다. 이문 좀 어서 열어주세요. 선생의 신변에 관한 일입니다."



"아 일없다니까."



남자가 언성을 높이며 재촉한다.



"선생이 오늘 괴한에게 살해 당합니다!"



순간 귀가 ‘솔깃‘한다.



"뭐라?"



"선생이 오늘 이 자택에서 괴한에게 살해 당할거란 말입니다! "



하도 기가 막혀서 남자의 얼굴을 빼꼼히 주시하게 된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회개 망측한 헛소리를 나불대는 거요?"



"헛소리가 아닙니다. 예견입니다. "



"예견이라? 지금 나에게 사이비 무당 같은 헛소릴 늘어놓겠단 거요?"



남자가 다짜고짜 문손잡이를 움켜잡고 흔들어댄다.

둔탁한 쇠 소리가 귀청을 따갑게 찔러댄다.



"뭐하는 짓이요?"



"선생이 살해되는 장면을 봤습니다."



어이가 없는 소리가 연거푸 이어지자 이윽고 할말을 잃게 된다.



"선생이 이 집에서 괴한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할거란 말입니다.

바로 오늘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돌아가시오. 허무맹랑한 헛소리 그만 읊어대고."



정신 나간 미♡ 작자가 틀림없다고 판단하고 일언지하 등을 보이려는데,

뒤에서 초인종소리가 연거푸 귀청을 찔러댄다.



"딩동, 딩동, 딩동,"



"도대체 당신 왜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는거야? "



"이 문부터 먼저 열어주시죠. 들어가서 자세한 얘길 드리겠습니다."



마지못해 문의 걸쇠를 풀어준다.

풀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남자가 집안으로 몸을 들이민다.

연신 불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안절부절 호들갑을 떨어댄다.



나는 그를 본능적으로 경계하게 된다.



"전, 정신과 의사입니다."



남자가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내민다. 그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런 명함 쪼가리 하나 위조 하는게 무슨 대수겠는가?

뭔가 수상쩍은 남자가 틀림없다.



"도대체 이게 무슨 오만불손한 행동이요?"



"최면요법에 대해 좀 아십니까?"



'?'



"정신과에선 우울증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최면요법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최면을 걸면 그 사람의 전생을 볼 수 있습니다.


간혹 지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미래까지 투시하곤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노스트라다무스'나


성경의 '요한'같은 예언가들이 그런 범주죠."



갑자기 말을 뚝 끊은 남자가 심각하게 미간을 일그린다.



"선생님이 살해되는 장면이 투시되었습니다.

바로 얼마전, 최면치료 중에 말입니다.

환자에게 최면치료를 하던 중,

느닷없이 환자가 선생의 최후를 예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죽는 장면이 예지되었다? 안면부지의 환자에게?"



"그렇습니다. 그 환자는 최면 중에

간혹 생판모르는 타인의 미래를 투시할때가 있습니다.

우리로선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때문에 그 환자에겐 유독 비상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를테면 21c 노스트라다무스의 부활이라 할까요. 아니나 다를까,

환자의 예지는 조사해보니, 적중률이 무려 100%입니다.

틀린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겁니다.

물론 아직 정식적으로 학계에 통보되진 않았습니다만. "



『그럴테지 지금 하는 말 자체가 새빨간 거짓부렁 일 테니』



난 속으로 이렇게 중얼대며 더욱더 그를 미심쩍게 쳐다본다.



"그 환자가 말했습니다.

누군가 위험하다고,

괴한이 침입해 집주인을 사정없이 칼로 찔러대고 있다고,.. "



난 하도 어이가 없어 한숨을 토했다.



"환자의 말을 추슬러 보니 바로 이곳,

즉 선생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이 호수였습니다.

때문에 전 이곳으로 부랴부랴 달려온 겁니다.

그 환자의 예견은 현실과 놀랍도록 적중한 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저이기에 말입니다."



말을 맺은 남자가 어울리지 않는 뿔태안경을 한번 위로 치켜 올린 후,

심각한 표정으로 날 응시한다.



"얘기 끝났소?"



"선생님, 경솔하게 넘겨버리지 마세요.

이건 선생의 생명이 걸려있는 위급한 문젭니다."



"이보쇼, 당신. 정신과 치료를 많이 하다보니

정신이 좀 어떻게 된 거 아니요?"



남자가 좀 언짢은 표정으로 날 쏘아본다.

뭔가 주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난 다시한번 매몰차게 말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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