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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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들러붙은 여자 ~ 12 ~ (0) 2010/06/24 PM 01:27


존이 나를 의자에 묶어놨던 도구들을 분리했다.

의자에서 일어선 나는 몸이 신기할 정도로 가벼웠다.

나와 존은 함께,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의 끝에는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희망의 빛이었다.

우리들은 현관 밖으로 나갔다.

그 때, 시선의 한 구석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아버지...."


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하게 미소지으셨다.

내 눈에서는 도저히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아버지의 상냥한 얼굴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 아이처럼 소리 높여 울었다. 정말 아이처럼...


"형님"


나는 존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지상 20층에 위치한 호화로운 호텔 룸. 우리는 돌아왔다.


"아... 너무나도 긴 악몽을 꾼 기분이야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존, 고마워."


"아니예요. 저만이 아니예요. 사장님과 아버님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물론, 형님도요.

그 미끼 작전 때, 형님은 적의 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빌딩에서 뛰어내리셨죠.

현실이 아닌걸 알고 있다해도, 보통은 못 뛰어내립니다.

게다가 적의 본체를 향해 계속 몰아 붙이셨잖아요.

그건, 형님이 용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예요"


"아니, 나는....."


나는 곧 입을 다물었다. 혼자였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기, 존. 그 여자 말인데..."


존은 나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무슨말을 하고 싶으신지 알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도 그 여자에게 침입했었으니까...

그치만, 걱정 안하셔도 되요. 전부 끝났습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창 밖에 펼쳐진 야경을 바라봤다.

안타까운 마음을 떨치기 위해, 나는 야경을 눈에 새겼다.



그 후, 나는 안심한 탓인지,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다.

3일 정도 고열에 시달린 후, 나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부러져있던 왼팔의 뼈도, 의사가 눈을 동그랗게 뜰 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최악이었던 컨디션도 완전히 회복해, 나는 예전같은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입원중, 존이 몇번이나 문병을 왔었다.

이 녀석은 정말 좋은 놈이다.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속에서 존과 만난 것만은 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다음 날, 나는 다시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변함없이 히스테릭한 사장님은


"말만 말고, 고마우면 돈을 내라고!!"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 괜찮다.

그리고 사장님은 "꼭 아버지께 성묘하러 가!" 라고 했다.

나는 오래간만에, 가족과 함께 아버지께 성묘를 하러갔다.

오랜만에 온 아버지의 무덤은 흙 먼지로 뒤덮여있었다.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청소 도구를 꺼내, 정성스럽게 아버지의 무덤을 닦았다.


"가족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닦았다.

어머니도 여동생도 필사적으로 무덤을 청소하는 나를 바라보며

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도 청소도구를 건내고, 함께 청소를 끝냈다.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 후, 우리들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오래간만의 단란한 가족 나들이었다.

식사 후에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 입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는, 빌딩의 옥상이었다.

놀란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내 시선 끝자락에는 그 소동의 본체인 남자가 펜스에 기댄채 담배를 물고 있었다.


"오랜만!"


가벼운 인사를 하며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다가오지마!!!"


나는 소리쳤다.


"하하, 무섭네. 그렇게 소리 안질러도 돼. 딱히 뭘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남자는 계속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무슨짓을 하려고!!! 대체 뭐하러 온거야!!?"


소리치는 나를 무시하고 남자는 내 앞에 서더니, 뜻 밖의 말을 꺼냈다.



"일의 전말을 알고 싶지 않아?"


"일의 전말이라고?"



남자는 나를 조롱이라도 하는 듯,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그 오카마 사장의 허락을 받았으니까."


남자는 내 가슴에 주먹을 날린다.

그러자 남자의 주먹은 아무런 느낌없이 내 가슴을 통과해버렸다.


"봤지. 나는 너한테 아무짓도 할 수 없다.

그 오카마가 너를 완벽하게 지키고 있으니까.

내 능력도 오카마에게 제어당하고 있지.

지금 나는 오카마에게 거기를 잡혀있어서 꼼짝도 못 해."


나는 뒷걸음질쳤다.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남자는 어디에선가 의자를 꺼내더니, 걸터앉았다.


"아까도 얘기 했잖아? 일의 전말이라고.

어째서 나랑 여동생이 너를 노렸는지. 왜, 죽이려고 했는지.

너한테는 들을 권리가 있다."


확증은 없었지만, 나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어보였다.

확실히 나도, 이 소동의 동기와 이유를 알고 싶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안개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좋아. 그럼 얘기해 봐. 일의 전말을."


"그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일부러 찾아온 보람이 있지."


그렇게 말한 남자는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비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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