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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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 6 ~ (0) 2010/06/24 PM 03:35


한 시간 뒤 동시에 백명이 목숨을 끊었다.

경찰이 붙은 사람은 혀를 깨물었고, 나머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했다.

영민이 윤성호를 맡았었는데, 완전 포박에 혀에 물린 헝겊도 소용이 없었다.

윤성호는 숨을 들이 마시지 않는 방법으로 질식사를 택했다.

이 엄청난 사건에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가 취재를 해갔다.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뉴스와 신문은 조용했다. 완전 묻혀 버린 것이다.



쇼크 상태에 빠진 기원이 어디론가 나가버리자, 영민이 수사팀의 해산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그들이 어째서 반박을 못했을까...'


기원은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는 명동거리에 있었다.


'진짜 존재...? 신을 말하는 걸까.? '


여자의 말이 귓속에서 계속 되풀이 되고 있었다.


'백만번이 뭘 뜻할까..... 백만번...백만번...'


주위엔 젊은 연인들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문든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나로 인해 100명이 죽었어... 불 지옥에 떨어지겠구나...'


기원이 씁쓸하게 웃었다.


"부스럭"


그 때 뒤에서 누군가 옷자락을 만졌다.


"응?"


기원이 돌아보자 창백한 얼굴의 한 꼬마가 서 있었다.

꼬마의 손에는 비디오 테잎 하나가 케이스 채로 들려 있었다.


"찰칵"


꼬마가 케이스를 열자 테잎과 쪽지 하나가 드러났다.


"스윽"


꼬마는 쪽지만 꺼낸 뒤 기원에게 내밀었다.


"꼬마야, 이거 나한테 주는 거니?"


기원이 몸을 숙여 쪽지를 건네 받았다.


"02- 642-00XX......? 이게 뭐지?"


쪽지에는 전화번호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휘익"


꼬마가 말없이 왔던 곳으로 걸어 가기 시작했다.


"흠...."


기원이 슬쩍 비디오를 봤지만, 첫글자인 ' 노' 자만 확인 할 수 있었다.

묵묵히 쪽지를 보던 기원이 한순간 화들짝 놀랐다.


"아!! 사쿠라....."


붉은 사쿠라가 강당에 들어 올때가 떠올랐다. 그 때 뒤따르던 꼬마의 얼굴도 기억이 났다.


"저 꼬마였구나..."


기원이 황급히 꼬마가 간 방향으로 뛰어갔다.

한참을 뛰던 기원이 일순 멈추었다.


'아니지... 내가 가서 뭘 어쩌겠다고... 가봐야 죽을 뿐이지...'


기원이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 이건 사쿠라의 직통 번호겠구나....'


묘한 흥분이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움츠릴 때다...'


기원이 번호를 외우곤 쪽지를 불태웠다.


'많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최소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필요해...'


기원이 곰곰히 생각했다.


'예수나 석가....? 아니면 공자나 노자...? 그들이라면 상대 할 수 있을까?'


'성철스님이 계셨더라면 어땠을까.... '


기원은 이미 입적하신 성철스님을 떠올렸다.


'성철스님의 경지라면 그녀를 알고 있지 않았을까?'


'아........ 혼란스럽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지...'


기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산으로 가서 수련이나 할까...'



다음 날 영민이 있는 수사팀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네... 강남경찰서 입니다.."


영민의 목소리는 축 쳐저 있었다.


"나다, 영민아.... 나 당분간 산에 가 있기로 했어..."


기원의 목소리가 들리자 영민이 다급히 말했다.


"뭐? 산에 간다고? 그럼 우리는 어떡하고.... "


"백명이나 죽었으니 위에서도 인력지원이 있을거야... 그들과 합류하도록 해..."


"너라도 되니까 버텼지... 나머지 것들이 뭘 알겠냐.."


"큭.... 참 김중호씨는 당분간 거기서 지내도록 해줘.."


영민이 쓰게 웃었다.


"히든카드라더니... 완전 속았다 속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 내가 연락할께"


"찰칵"


통화가 끊기자 영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려 주십시오.."


그 날 폭포암에서는 때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중놈도 아닌기 화두는 무신 화두..."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사정이 있다고..."


노기 가득한 주지스님의 입에서 불호령이 터졌다.


"네 이놈!! 출가도 안한 놈이 화두공부가 가당키나 하더냐!!"


"아니 그런 법도는 누가 만들었습니까? 부처님 생전엔 듣도 보도 못한 말입니다.."


"이런 미친놈이 있나... 한 때 좋게 보았더니... 완전 더러운 놈이구나!!"


"스님게서 저를 박대하시면 이 길로 보왕사로 갈 것입니다."


"뭐라꼬? 보왕사? 그기는 안된다... 광허 그 돌중이 뭘 안다꼬 그까지 가노?"


"광허스님께서는 좋다구나 하고 화두를 내려 줄 겁니다"


기원이 슬쩍 몸을 일으키는 척 했다.


"앉아있그라, 니 맴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기지...끙"


주지스님이 일어나서 종이와 먹을 챙겼다.


"화두는 아무렇게나 받으면 천벌 받는기라....."


기원이 공손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스윽"


스님이 화선지에 글자를 써 내려갔다.


" 無 "


"무........"


기원의 몸이 저절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 '무' 자 화두다... 똑똑한 놈이니까 설명은 안할란다.."


기원이 화선지를 품에 넣고 법당을 빠져 나왔다.

그 길로 곧장 두 시간 동안 산을 탔다.

수풀을 헤집고 도착한 곳은 동굴 앞이었다.

잠시 숨을 고른 기원이 동굴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동굴안에는 타고남은 초와 향들이 굴러 다녔고.. 벽에는 탱화가 걸려 있었다.


'성철스님은 7년간의 용맹정진 끝에 대오각성을 이루셨다... 최소 7년은 잡아야 돼...'


기원이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았다.

'무'자 화두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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