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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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 9 ~ (0) 2010/06/24 PM 03:53


삼일 후 기원은 보현사를 나와서 서울로 향했다.

서울역에 도착한 기원이 전화를 걸었다.


"네.. 강남 경찰섭니다."


"김영민씨 부탁합니다."


"네? 김영민씨가 누굽니까?, 그런 사람 없..... 아 혹시 김경감님 말하시는 건가요?"


"네, 김경감 맞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30초가 지나자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바꿨습니다"


"김경감님 김중호씨 어디 있나요?"


"네? 아니 김중호씨를 어떻게..... 아 혹시.."


"그래, 나야"


"헉, 기원이구나... 너 대체 어디있었던거야...."


"김중호씨 잘 있지?"


"그..그래 , 근데 넌 친구보다 그 사람을 더 찾냐?"


"일곱시까지 서울역 앞으로 보내줘"


"찰칵"


기원이 전화를 끊은 뒤 재발신을 눌렀다.


"02-642-00XX......"


신호가 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누군가 수화기를 들었다.





- 반갑습니다 -





기원이 활짝 웃었다.





"사쿠라양..... 당장 이리로 와 주시겠습니까?"





기원은 역 벤치에 앉았다.

기다리는 동안 이리저리 둘러 보았다.

새삼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모든게 보였다.

수천 번의 전생이 보였고, 그 사람의 심성과 업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전생은 대부분이 가축이거나 하찮은 미물이었고,

사람이 전생이었던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또 그 사람이 쌓은 업을 보면 다음 생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사람 몸 나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더욱 어렵더라..'


기원이 한참을 기다리자, 저쪽에서 두명이 뛰어왔다.


"기원아!! 이 자식 하여튼 연락두절엔 선수로구만!!"


영민이 반갑게 기원을 안았다.


"그래 반갑다.."


기원이 영민에게 미소를 보이곤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김중호씨도 오랜만입니다"


기원이 과장된 몸짓으로 악수를 청했다.

김중호가 말없이 악수를 받아 들이자, 영민이 물었다.


"너 왜 저 사람에 대해서 말 안해줬냐? 한참 동안 답답해 죽을 뻔 했다."


"미련한 네 탓이지.."


"뭐라고? 하하.. 그래 내 탓이다 내 탓.. 근데 너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이는 걸?"


"내가 정상이고 네가 비정상이야.."


"크크... 그러냐? 어쨌든 같이 가자, 니가 없어진 후론 자살자도 사라졌어.."


"그래?"


"응, 한켠에서는 붉은 사쿠라가 죽었다고도 하고..."


"흠... 알았다, 넌 들어가봐. 김중호씨랑 갈 데가 있어"


"어딜?"


"나중에 연락해 줄께"


기원이 매표소로 걸어가자, 김중호가 뒤따랐다.





달리는 기차속에서 기원이 아까의 통화를 떠올렸다.


- 삼일 후 보현사에서 뵙겠습니다 -


"보현사?"


- 그래요, 그곳에서 저를 맞아 주십시오 -


"알겠소, 사쿠라양.."


"찰칵"




기차는 몇시간 후 충주역에 도착했고, 둘은 내렸다.

둘은 일절의 대화도 없이 묵묵히 걷기만 했다.

한참을 걸어가자 멀리서 보현사가 드러났다.


"응?"


기원이 바라보니 보현사쪽에 '기'가 불안정하게 뒤틀려 있었다.


"설마..."


기원의 걸음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이익"


절에 도착한 기원이 급히 문을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절안에는 많은 수의 스님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엔 공포감이 드러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기원이 재빨리 지나가는 스님 하나를 붙잡았다.


"아.... 시주님이시군요, 지금 큰일났습니다."


"큰일이라뇨?"


"진수스님이 자살하셨습니다."


"........"


기원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기원이 바라 본 진수스님은 경지에 든 인물이었고, 결코 자살 따윌 할 인물이 아니었다.

무언가 섬광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혹시.... 여자 하나가.... 왔었..나요?"


"엇....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스님이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아뿔사.. 속았구나....'


기원이 부리나케 큰스님에게로 달려갔다.

큰스님의 방 주위에서 수십명의 스님이 웅성대고 있었다.


"앗... 시주님!!"


청하스님이 기원을 알아챘다.


"드르륵"


기원이 허겁지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큰스님...."


법진대사는 말없이 가부좌를 튼 채 염불을 외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시주가 왔구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겁니까?"


법진대사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다 나의 불찰이네... 혼자 만났어야 하는 것을...."


"그녀....를.. 큰스님께서도 만났습니까?"


"나와 진수가 같이 만났네"


"........그녀가 돌아간 지 얼마나 지났죠?"


"두시간 쯤 됐을걸세.."


"아...."


기원이 그제서야 안도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 큰스님께서는 설...득.. 당하지 않으셨군요."


법진대사의 표정이 쓸쓸해졌다.


"한순간에 모든것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네."


"진수가 싸울동안, 난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았지."


"그녀는 한낱 요물일 뿐입니다... 간사한 혓바닥만 놀려 댈 뿐이죠"


"그럴지도 모르지... 자네 이만 나가 주겠나? 생각 좀 해야겠네"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기원이 방을 빠져나왔다.

주위의 스님이 기원을 보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시주님...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대체 그 여자는 누구입니까?"


"쉿..."


기원의 손가락이 입술에 닿았다.


"혹시 여자가 남긴 말이 있습니까?"


"내가 들었네"


중년의 만수 스님이 앞으로 나섰다.


"내일 동틀 무렵에 다시 오겠다더군, 그 말 뿐이었어"


"알겠습니다."


기원이 자신이 기거하던 방으로 걸음을 옮기자, 김중호가 조용히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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