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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좀비님, 실례지만 세금이 체납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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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제트! 거기 지게차 가니까 조심해!”
“어…….”
아돌프 렉싱턴. 일터에서 ‘제트’라 불리는 그가 반응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어있었다. 지게차의 포크가 그의 목을 절단냈다.
하지만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소란스러웠던 건 물류센터 옆에서 일어난 사망 현장이었다.
“옆동네 장 선생이 차에 치여 죽었다!”
“아냐 멍청아. 치이기도 전에 놀라서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쫄보였구만 이거!”
“어설픈 녀석은 S시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법이지!”
“어차피 다음 화에 멀쩡히 살아있겠지만!”
포크 위에 안정적이게 올려진 제트의 머리는 팔자눈썹을 한 채 투덜거렸다.
“뭐가 저렇게 시끄러워. 현장 안보다 밖이 사고가 더 많은 거 같은데?”
한편, 지게차 기사는 차에서 내려 그의 몸을 포크 앞까지 가져왔다.
“아이고 미안혀 제트. 나중에 호두 사줄 테니까 너무 화내지 말고. 흡연장 가서 쉬고 있으라고.”
“김 씨. 거 운전 조심 좀 하라고.”
“아 어쩌겠어. 화물 때문에 뭐가 보여야지.”
제트는 한때 잘 나가던 오컬트 학자였지만 지금은 좀비다. 또한 내야 할 세금이 3년치 정도 밀린 체납자이며, 그래서 S시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온갖 일용직 현장에서 뛰고 있었다.
***
제트가 일용직 현장을 전전하게 된 까닭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G국에 살았던 그는 대학의 오컬트 학과에서 장래가 유망한 인재였다.
오컬트라 해도 괴기스러운 건 아니다. 굳이 따지면 민속학과에 오파츠와 강령술, 약학이 조금 섞인 정도.
원래 대학이란 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 말도 안 되는듯한 학과나 강의가 있지 않던가.
예를 들자면, 돈벌이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것 같은 문예창작학과 같은 거 말이다. 오컬트 학과도 그중 하나였다.
동네 학자 나부랭이가 되고 싶었던 제트는 불행히도 전쟁 때문에 G국이 계획한 극비 프로젝트의 연구원으로 차출되었다.
“군인을 죽지 않게 하는 약물을 개발하라고요? 저희가요?”
말도 안 된다고는 할 수는 없었다. 근로환경에 책상과 각종 문구류, 그리고 등 뒤에 겨눠진 권총 한 자루가 포함되어 있다면 대부분은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밖에 못 할 것이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은 또 두 종류로 나뉜다.
역시 말뿐인 선언이어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고 쓰러지는 쪽.
그리고 진짜로 해내버리는 천재. 제트는 이쪽에 속하는 인재였다.
“이게 된다고? 왜?”
세계 최초의 좀비 연구가이자 좀비 1호가 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연구실에 불을 지르는 일이었다.
일단 총구를 겨누고 시키니 만들기는 했지만, 죽은 사람을 일으켜 싸우게 한다는 게 얼마나 비윤리적인지는 알았다.
그는 운이 나쁜 오컬트 학자지, 턱관절이 빠진 자기 할아버지를 무덤에서 일으켜 전장에 보내는 패륜아 새끼는 아니었다.
그래도 G국에서 한참 떨어진 K국까지 도망친 것까지는 좋았는데…….
“비자나 망명이 안 된다고?”
당시 입국 관리자는 복잡한 표정을 한 채 답했다.
“그게……. 서류적으로도 생물적으로도 선생님은 완전히 죽어있는데 이걸 어떻게 문서화 하라는 겁니까?”
“흠, 일리있군.”
“그렇지만 세금은 내셔야 해요.”
“아니 시벌 내가 왜. 죽었다면서?”
“그치만 일단 생활은 하실 거잖아요.”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그럼 세금 내셔야죠.”
“흠. 일리…있나?”
“그래도 살아있지 않으시니까 엥겔지수가 낮을테니 살만하시지 않으실 까요?”
“이거 참 살아있는 건지 살아있지 않은 건지 헷갈리는 대화로구먼.”
그로부터 약 50년.
좀비의 주식인 뇌를 호두로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제트는 고액 체납자가 되어, 오늘도 현장 일용직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
“언제 들어도 기구하구먼.”
급한 일을 마치고 흡연장으로 온 김 씨는 아직 머리와 분리되어 있는 제트의 입에 불 붙인 담배를 꽂아주며 말을 이었다.
“나름대로 세계를 구한 거 아냐? 하여간에 정치인과 관료들은 나 못써먹을 놈들 뿐이라니까.”
“그건 아냐 김 씨.”
“그래?”
담배연기가 제트의 입을 지나, 문자 그대로 시원하게 뻥 뚫린 목 아래로 빠져나갔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나쁜 새끼들이 훨씬 많거든. 그래서 티가 덜 나는 것 뿐이야.”
“그렇구먼. 연륜에서 나온 경험인가? 멋진데.”
“멋지긴 시벌 개뿔. 멋지면 이러고 50년을 살았겠나.”
“아니, 좀비잖아. 살아있다고 하면 안 되지.”
“됐고, 이따 호두 사는 거 잊지나 말고. 하아, 다 때려치고 로또나 됐으면 좋겠는데.”
“누가 아니래냐.”
두 노동자는 오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꿈을 꾸며 담배를 뻐끔댔다.
사람이 죽었든 살았든, 오늘도 구름은 흘러가고 있었다.
***
이곳은 K국의 S시.
거대 운석이 낙하하다 허공에서 멈춘 기묘한 도시.
이것은 S시에 사는 사람들의 혼돈과, 혼돈의 이야기다.
세계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9,998화.
아무쪼록 즐거운 한가위 되시고, 창작의 즐거움이 고통을 가뿐히 이겨내는 생활이 지속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