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백만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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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소설] 웹소설) 10,000회차 연재 후 끝장나는 세계 - 8 (2) 2021/09/26 PM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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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어느 미친 과학자의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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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멈춘 운석을 연구하기 위해 연초에 S시로 이사왔던 레즈랫박사의 연구는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건 과학이 아니라 마법이라니까뭘 어떻게 해명한다는 거야.’

이 돌팔이가마법이라고 포기할 거면 중세로 꺼지시던가.’

 

그녀가 라이벌이던 옥청진 박사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이사온 당시엔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발달한 과학이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해서과학이 마법인 건 아니다.

문제의 운석이 스마트폰 전화 한 통으로 마법과 통화해서 날아왔다는 사실도 알아내지 못한 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갔고어느덧 여름이 왔다.

 

덥구먼…….”

 

일은 진전이 없고 배는 고프던 그때사무실 문이 열렸다한창 다른 테이블 위에서 자료뭉치를 치우며 점심을 준비하던 조수는 아니었다.

 

짜장면 배달 왔어요~”

 

문을 연 것은 다름아닌 운석 정지사건의 당사자나라였다그녀는 마법과 계약한 운석 유지비용을 위해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오늘도 운석 연구 중이신가봐요?”

진전이 없는 것만 빼면 아주 완벽하지내 계산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

저기전에도 말슴드렸지만 제가 그 마법을 건 당사자인데요.”

말이 되는 소리를어떻게 여고생이 운석을 멈추겠어?”

거기까지 떨어트린 것까지 포함인데…….”

됐고계산이나 해줘.”

 

그렇게 나라를 보내고 나서 조수와 함께 짜장면을 먹던 박사는 대뜸 입을 열었다.

 

역시 지치니까휴가를 다녀올까 한다.”

하지만 박사님관측장비 같은 거 사느라 예산이 없는데요.”

후후조수통 속의 뇌라는 개념은 알고 있겠지?”

모를 수가 없죠. SF소설 단골 소재잖아요.”

통 속에서 시원한 환각을 볼 수 있다면그건이미 훌륭한 휴가 아닐까?”

그건 휴가가 아니라 인체 실험이…….”

그렇게 되었으니조수사흘 정도 연구실에서 나가주게.”

저는 또 왜요?”

 

레즈랫 박사는 뺨에 홍조를 띄우며 답했다.

 

조수자네는 여자아이가 벗는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는 패티시가 있던게로군?”

머리에서 뇌를 꺼내겠다는 걸 약간 야한 에로코미디처럼 말하지 말아주세요.”

 

***

 

그리고 사흘 후.

예상 밖의 유급휴가를 만끽하고 돌아온 조수는 테이블 위해 당연하단 듯 올려져 있는 통 속의 뇌와 설명서를 보고 머리를 싸매쥐었다.

 

진짜로 했냐고……일단 설명서라도 볼까.”

 

[조수가 해줘야 할 것.]

1. 6시간 단위로 영양액을 갈아줄 것.

2. 사전에 작성해둔 휴양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줄 것.(1시간 간격으로 엔터만 누르면 됨)

3. 복구 작업은 열흘 후 연구실 구석 파이프에 통을 넣으면 자동으로 진행됨.

4. 그러면잠깐 리비도의 저편까지 다녀오겠네.

 

미치겠네 진짜.”

짜장면 배달왔어요~. 어라박사님은요?”

…… 휴가?”

 

이게 휴가가 맞기는 한 걸까.

조수는 뇌만 덩그러니 놓인 방 안에서 조금 이른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

 

그리고 보름 후.

옥청진 박사는 연구 데이터 공유 건으로 레즈랫의 연구소를 방문했다제법 중요한 데이터도 있던 탓에 이 대화에는 조수도 낄 수 없었다.

기본적인 일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레 통 속의 뇌에서 보낸 휴가로 이어졌고옥청진 박사는 커피를 홀짝이며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점을 입에 올렸다.

 

꽤나 효율적인 휴가라고 생각하긴 하네만……레즈랫휴양 프로그램 실행을 수동으로 해둔 건 설계 미스 아닌가그거까지 자동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흐히히옥박사당신이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수술자국이 가로로 길게 지나가는 넓은 이마를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 레즈랫 박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며 이어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휴가 내내 나를 신경쓰게 하는 것그게 중요한 거라고.”

알다가도 모르겠구먼자네가 조수를 생각하는 방식은.”

원래 연애는 공식 같은 걸로 해명하거나 이해하는 게 아니야.”

……마법을 해명하려고 하는 자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

 

이곳은 K국의 S.

거대 운석이 낙하하다 허공에서 멈춘 기묘한 도시.

이것은 S시에 사는 사람들의 혼돈과혼돈의 이야기다.

 

세계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9,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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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야 뭐....친목으로 오인되더라도 제 소설에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면 마냥 좋은 일인지라, 편하신 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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