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을 눌러도 오늘따라 문을 늦게 열어주네요.
한참을 기다리다가 다시 벨을 누르려던 찰나 문이 열립니다.
하지만 오늘은 늘 그러듯 눈을 마주치고 웃는 얼굴로 인사하지 않는 그녀.
"저 사실 오늘 레슨을 깜박했어요"
종종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였구나.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건
화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군요? 허둥지둥 신발들을 정리하고 대충 입은 옷이
마음에 걸리는지 자꾸만 만지작 거리며 얼굴은 여전히 보여주지 않은 채
"먼저 준비하고 계세요"
하더니 후다닥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귀엽다. 너무 귀엽다! 심장이 멎을 것 같다!!
거실에서 악기를 끄집어내면서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여기저기 잔뜩 어지럽힌 것들의 흔적이 급하게 정리하려한 탓에 더더욱 눈에 띈다.
이것마저도 귀엽다.
딱히 할일이 없으니 일단 간단한 곡을 연주하는 도중에
불과 5분도 안되는 시간에 급하게 한듯한 옅은 화장을 한 모습으로
그녀가 나타났다. 그제서야 얼굴을 보여주는군요.
하지만 말과 행동은 여전히 허둥지둥하는 그녀.
가끔 그녀에게서 이런 엉뚱한 모습을 보지만 그게 매력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있을까?
그런 불완전하고 엉뚱한 그녀가 악기만 집어들면 자신감이 넘치고 완벽해진다.
"화장 안해도 귀엽고 이쁘세요 선생님~^^"
마음속으로 이야기해본다.
너무나도 짧은 한시간이 지나가고 별 진전없이 선생님 댁을 나온다.
이제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하는구나. 일주일. 단순계산으로 164시간.
난 한시간을 위해서 164시간을 기다려야한다. 어쩌면 328시간이 될지도?
종종 있는 일이니까. 확실한건 절대 앞당겨지는 않는다.
기다림도 아름답지만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할수만 있다면 눈뜨면 164시간이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