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살 때 BMW 3시리즈를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중고였지만 거진 신차에 가까운 적산거리 만 키로도 안되는 3시리즈 가솔린
M스포츠패키지였죠. BMW 딜러에게 구입했는데, 잔고장 때문에 진짜 고생 많이했습니다.
반년도 안되어서 잔고장이 많이 났는데 BMW에 가지고가니 일단 원인을 모르니 뜯어봐야하고
무상보증대상이 아니라서 뜯어만봐도 돈을 내야한다고 -ㅅ-...
정말 차가 꼴도보기 싫어서 일단 고쳐놓고 바로 처분을 했습니다.
일본 옥션에서 처분을 했는데, 기후에 사는 사람이 사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두 달 있다가 그사람에게 연락이 와서는 제가 판 BMW가 사고차라고 차를 보낼테니
돈을 전부 돌려달라더군요. 저는 무사고차 인증받은 인증서가 있었기에 그거 들이 밀었고
환불 못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끝나는가 했더니만 한달쯤 후에 법원에서 편지가 왔더군요.
너님 소송당했으니 기후 재판소에 참석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참고로 도쿄에서 기후까지 거진 400키로 입니다. 멀죠. 처음에는 제잘못이 없으니 무시하려고했지만
그러면 제가 진다더군요. 소송 내용은 환불을 해달라는 건 아니었고 차는 그냥 탈테니 보상금으로
80만 엔 정도를 달라고 합디다. 저도 일단 변호사를 지인에게 소개받아서 상담을 받아보니..
제가 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더군요.
저한테 인증서가 있었는데, 제 인증서보다 더 최근에 발부된(그러니까 그 사람이 다시 인증을 받은거죠)
인증서를 상대방이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에 사고차라고 되어있고 사고 위치는 뒤쪽 휀다 교체(절단)
저도 첨보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인증서에는 그냥 무사고라고만 되어있었죠.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었지만, 차량이 업자옥션에서 거래될 때, 무사고를 판정하는데 이게 업자옥션장마다
내용이 틀린 거였습니다. 저한테 차를 판 딜러가 가지고온 옥션장에서는 리어휀다는 사고차로 분류가 안되더군요.
그런데 제 차를 사간 사람이 검사한 옥션장에서는 리어휀다도 사고차로 분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굉장히 복잡한 상황이었죠.
결과적으로 제가 잘못이 없지만 보상은 해줘야하는 상황. 법적으로 가장 원활한 방법은
일단 제가 상대방이 원하는 금액을 보상해주고, 저도 상대방처럼 BMW딜러에게 피해보상을 신청하면 되는데
문제는 시간이 오래걸래고 변호사 비용도 제가 감당하기엔 좀 벅차더군요.
일단은 변호사를 선임하려했으나 비용이 40만 엔 가량 들어간다고 하길래
제 차를 사간 사람에게 전화해서 40만 엔에 합의보자. 나도 피해자다. 라고 이야기해봤지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재판을 하게되었고 변호사 선임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저는 그냥 개인으로 대응했습니다.
상대방은 알고봤더니 폭스바겐 딜러였는데 변호사가 둘이나 붙어있더군요 -ㅅ-
이렇게 시작된 재판은 결과적으로 거의 1년반을 끌게 됩니다.
약식재판으로 금방 끝날 재판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제가 이의재기한 것들이 받아들여지면서 정식재판이 되더군요.
발버둥이라도 쳐보자고 혼자 시작하면서 상담해준 변호사가 제가 불쌍했는지 중간중간 도와줬는데 주로
법원에 제출할 서류를 양식에 맞게 수정을 해주는 도움을 받았는데 엄청난 도움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하죠 ^^
아무튼 이렇게 재판을 한... 다섯 번?? 정도.. 한 거 같습니다.
거리가 멀어서 일단은 제가 재판소를 도쿄로 이송시켜달라고 했으나 시간끌기는 성공했지만
기각되어서 재판은 그대로 기후에서 하게 되었죠. 그 먼거리를 왔다갔다 경비만 해도 장난 아닌데 이런 경우에는
마지막 공판 전까지는 직접 안가더라도 제가 서류로 제출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재판을 이어나갔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증거를 수집했고, 제 인증서가 확실한지 확인도 했고..
BMW딜러에게도 조금 도움을 받고 이래저래 발버둥 치다보니 "어? 이거 내가 이기는거 아니야?"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렇게 마지막 공판 전까지 계속 재판을 이어갔고 담당 검사랑 관련 직원과 전화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공판이었는데, 이건 참석을 무조건 해야한다더군요. 그래서 기후까지가서 재판에 참석을 합니다.
정말 왜갔나 싶을 정도로 금방 10분도 안되어서 끝나더군요.
보통 발언권도 안주어지는데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그냥 긴장만 하면서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앉아있는데
갑자기 재판장이 저한테 할말이 있냐고 하더군요. 너무 놀라서 어버어버 하다가... 제가 사기치려는 것도 아니었고
증거를 봐도 알겠지만 만약 저사람 말이 사실이라면 나도 피해자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외국에서 일본까지 와서 고생많다면서 앉으라더군요.
결과적으로는 제가 졌습니다.
그대신 금액은 좀 줄어들어서 60만 엔 정도가 되었고 그간의 이자와 재판비용은
제가 부담하라고 되어있더군요. 제 차를 사간 사람은 재판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올 필요가 없었겠죠.
아무튼 재판 끝나고 그사람이 연락왔던데 재판비용이나 이자는 됐고 판결대로 60만 엔만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줬습니다 ㅋㅋㅋ 주면서 제가 물어봤어요. 60만 엔 받아봐야 변호사 둘이나 고용하고 이래저래 경비 따지면
내가 재판 전에 40만 엔 준다했을 때 그냥 그거 받았음 되지 않았냐고 ㅎㅎ 했더니 당시에는 그냥 약식재판으로
금방 끝날 줄 알았고 외국인한테 사기당했다 생각하니 너무 화가나서 비용을 떠나서 할수있는 건 다 하고
싶었다더군요.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저도 피해자라는 걸 그사람도 알게되어서 BMW쪽에 꼭 피해보상
받아내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재판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BMW 딜러에겐 어찌해야할까.. 참 고민 많이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제가 이 소송때문에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BMW쪽에 재판을 다시 걸 엄두가 안나있었지만
BMW딜러가 이미 지례 겁을 먹고 저한테 개인적으로 합의를 하자면서 연락이와서
80만 엔 정도 보상받고 끝냈습니다. 60만 엔 제가 재판비용으로 썼으니 뭐 20만 엔 번 셈이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소액임에도 정식재판이 되었고 여러 관련자들이 관심을 가져준 건 아마
신기해서이지 않았을까싶습니다. 외국인이 변호사도 없이 뭐가 그렇게 억울하다고
이 먼 곳까지와서 저러는가 싶었을 겁니다. 정말 다신 하고싶지 않더군요. 너무 피곤했고
힘들었고 길었습니다. 물론 배운 것도 있었지만 맘고생한 거 생각하면 ㅜㅜ.......
좌우지간에 어디 있든지간에 재판은 가급적이면 안하는 게 좋습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