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딩시절에는 점심으로 도시락을 싸들고 댕겼습니다.
아마 5학년 정도였을 때로 기억합니다만, 당시 점심을 매일 작은 컵라면 하나로
때우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애우였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아무튼
반에선 왕따였고 점심으로 컵라면을 다 먹으면 운동장에 나가서 물을 마시고 드러오곤 하더군요.
이렇게 말하면 좀 미안하지만 조금 모자란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아주머니의 아들이었는데,
제가 학교가면서 항상 시장을 관통하여 등교를 했었습니다. 그 생선가게도 항상 지나쳐갔고
친구모습을 자주 봤었지만 아는척은 안했습니다. 그 친구는 왕따였고 괜히 친한척 했다가
저까지 왕따가 될까봐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비겁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또 라면을 먹겠지 하고 봤는데 울고있더군요. 봤더니.. 쉬는 시간에
누군가가 그친구 라면에 구멍을 내놔서 뜨거운 물이 다 흘러나오고 면이 익지를 않으니
먹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한참을 울더니 그냥 익지도 않은 생라면을 씹어먹고는
늘 그랬듯 나가서는 운동장에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모습을 보고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렇게 생각만 했을 뿐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왕따에 동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모자른 그 친구는 성적도 좋지 않았습니다만, 유독 수학(산수)만 잘해서 수학은 전교 1등. 수학 경시대회에서도
입상하곤 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어쩌면 영재였을지도...
제가 당시에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선생님이었죠. 아이들이 왕따를 대놓고 해도 선생님은 묵인했습니다.
그리고 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해도 다른 아이가 입상하면 불러 세워서 박수도 치게하고 칭찬했지만,
그 친구가 입상하면 그런 게 없더군요. 제가 어린 나이였지만 선생님이 저래도 되는건가??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선생님도 왕따에 동참하는게 아닌가 싶었죠.
그 친구가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릅니다.
그 이후로는 만나거나 친구로 지내거나 하질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세월이 지나도 제가 컵라면을 먹을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이 나네요.
얼굴도 기억 안나지만 그 상황이 자꾸만 떠오르면서 난 왜 그때 가만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ㅎㅎ
요즘보다 예전 공교육이 진짜 무법지대같았어서
자질이안되는 교사들 너무많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