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일본에서의 10년 시리즈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일본 유학생활 중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당했던 교통사고 이야기입니다.
때는 유학생활 초창기인 신주쿠에 있는 어학교를 다닐 때였습니다. 당시 어학교에서는 바이크나
자동차 통학을 금지했었습니다. 걸리면 퇴학조치였죠~!!
저는 한국에서부터 바이크를 탔었기 때문에, 바이크천국 일본에 왔더니
몸이 근질근질거리기 시작하더군요. 한국에서 타던 리터급 바이크를 처분하고 와서 돈도 있었기에,
바이크를 사서 통학도 하고 근처 여행도 좀 다녀야지.. 하고 알아보다가 400cc짜리 스즈키 빅스쿠터인
스카이웨이브400(수출명 버그만400)을 구입하게 됩니다.
실제 제가 타던 스즈키 스카이웨이브400 타입S
빅스쿠터인데, 배기량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단기통이라서 진동도 심하고
생각보다 잘 나가는 오도방은 아니었으나, 수납공간이 출중했고 당시에는 신박했던 스마트키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디자인도 매우 날렵해서 마음에 들었던 바이크였죠.
구입하고 처음 한 달은 정말... 사고 안난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시로바이라고 리터급 바이크 타고 다니는 경찰이 있는데, 이사람들에게 정말 많이 잡혔습니다 ㅋㅋㅋ
일본은 교통범칙금이 엄청나게 비싸고 벌점제도도 까다로웠지만 저는 국제면허증+외국인버프를 좀 받아서
한번도 딱지를 끊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운이 좋았던거죠~!!
좌우지간 그런 일련의 적응기간이 끝난 후에는 교통법규라던가 도로의 흐름 등.. 모두 파악하고나니
자신감도 생기고 경찰에게 잡히지도 않게 되었을 때 쯤... 그러니까 소위 방심하기 시작했던 그 때
인생에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편도 2차선 도로였고 꽉 막혀있어서 저는 가장 갓길로 서행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바이크가 갓길주행을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어요. 아무튼 그렇게 서행하고있는데,
갑자기 반대차선에서 제쪽으로 우회전해서 꺾어들어와서 그대로 제 바이크 우측 측면을 들이받았습니다.
정말 1초도 안되는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저는 서행이었으나 측면을 부딛혔을 뿐더러
상대방 차량은 상당히 빠르게 제 우측을 치고들어오는바람에 저랑 바이크가 4미터 가량을 날라갔습니다.
진짜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더군요. 제가 공중에서 날라가면서 땅바닥에 떨어지기까지 많은 걸 봤습니다.
같이 날라가고있는 오도방과 주변에 있던 놀란 행인들. 그리고 가해차량의 운전자 등등..
거짓말 같지만 그게 다 보였습니다. 슬로우모션으로요.
그리고 철푸덕! 땅바닥에 나뒹굴었습니다.
일단 다행이었던 게 두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사고지점이 바로 경찰서 앞이었다는 것과... 제가 평소 스쿠터든 뭐든,
그리고 가깝든 멀든... 춥든 덥든.. 보호대까지 완전장비를 하고 다니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통증은 꽤 있었으나 어디 부러지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지요(오도방 타시는 분들. 보호장비 꼭 착용하세요!)
가해차량은 택배차량이었습니다.
게다가 운전자는 여자였는데, 어쩔줄을 몰라하더군요. 사고 나자마자 경찰서에 있던 경찰들
우르르 나와서 저를 살피고 문제없으니 오도방을 들어서 치우더군요. 방해된다고 ㅋㅋㅋㅋ
구급차 부른다길래 필요없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학교가는 길이었기에 발각될 게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구급차를 마다하니까 안된다면서 자꾸 부르려고 하길래
일단 대사관에 연락한다그러고 대사관에 전화를 했습니다.
이때가 아마.. 2007년쯤이었는데요, 당시 외교관들 정말 쓰레기였습니다.
지금은 이미 여러 이슈들이 있었기 때문에 외국에 있는 영사관이나 대사관 직원들 대응을 잘해주지만,
2007년쯤에는 개판이었어요.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다 듣기도 전에 외교관이 이러더군요.
"아니 거 유학와가지고 왜 운전을 하고 그러세요?"
이러더군요.
몸은 괜찮냐 뭐 이런 것도 없었고 인사도 없고 그냥 짜증내면서 조용히 살지 왜 운전따위 해가지고
사고내서 사람 귀찮게하느냐..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진짜 어이가 없어서... 아파죽겠는데 짜증이 밀려왔지만,
일단은 사고처리를 해야했기에... 일단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하고 지금 당장에 사고처리를 해야하는데
일본어가 안되니까 통역자 좀 보내달라했습니다.
외국 유학중이신 분들은 알아두세요.
곤란한 일이 생겼는데 언어가 안되면 대사관에서 통역을 해주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분위기가 저랬으니.. 통역자 없고 구하려면 시간 걸리는데, 일단 알아는 보겠다 하고 끊더군요.
물론.. 그러고나서 연락도 없었습니다. 경찰이랑 가해자는 뭐라뭐라하는데 알아들을수가 없으니... =ㅅ=
그러다가 문득.. 치바에 살고있는 한국인 누나가 생각이 나더군요.
제가 일본 오자마자 어떻게 알게되어서 몇 번 만났었는데.. 나중에 유부녀라고 털어놓길래 정리하고
안만났었습니다. 그런데 그 누나가 영주권자라서 일본어가 유창했죠. 어쩔수없이 도움을 부탁했더니,
그 먼 거리를 바로 차타고 달려오더군요.
그래서 한 시간도 안되어서 모든 걸 다 처리했습니다.
결국 구급차는 안부르기로하고 대인접수를 안하기로 했습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고마운 일이었겠죠.
연신 고맙다 그러고 바이크는 보험으로 전부 다 수리해준다했습니다. 양쪽 보험에서는 현장에 나오지도 않고
그냥 구두진술로 종결되더군요. 9:1로 제 과실이 1이었는데, 전 과실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운전중에는 과실이 0%
나올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만약 제 과실이 0이 되면 제쪽 보험에서는 과실이 없으니 처리를 못해준다했습니다.
그 처리라는 건 가해자쪽 보험사랑 연락하고 뭐 그런 것들을 해줄 수 없다더군요.
그게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고, 제 과실이 1이 있어도 보험료 동결이라던가
그런 거 일절 없으니 안심하라해서 그냥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수리비랑 청구하라하여서 신주쿠에 있는
스즈키월드라고 제가 오도방 구입한 곳에 가지고 갔더니 알아서 견적을 오도방 신차값 가깝게 내어주더군요.
그리고 헬멧이나 찢어진 자켓이랑 바지, 보호대 등.. 전~~부 다 견적서 첨부해서 올렸습니다.
보험사쪽에서는 뭐.. 대인처리를 안해서그런지 아무 딴지도 안걸고 오도방 수리비도 그냥 신차값으로
받았습니다. 그 외에 헬멧이라던가 장비들도 제가 보낸 청구서대로 다 그냥 주더군요. 확인도 안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나중에라도 대인접수할 거 같으니 빨리빨리 종결지으려고 한 거 같네요~!
아무튼... 그렇게해서 제가 오도방을 중고로 40만 엔 정도에 구입했는데,
보험사쪽에서 받은 금액은 거의 80만 엔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사고난 오도방도 카울이 깨지긴했어도
잘 굴러갔었는데, 그걸 보험사에서 안가져가더군요. 제가 원하면 가져가는데 원하지 않으면 제가 처분해도 된다하여
제가 다시 가지고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난 상태로 일본 옥션에 올렸습니다. 몇 만 엔이라도 받겠거니 했는데,
놀랍게도 20만 엔에 낙찰이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리하여..... 사고나서 운이 좋게 다치지도 않고 갑자기 100만 엔이 생기게 되었지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만약 대인접수라도 했으면 200만 엔은 족히 받았을거라 하더군요. 뭐 하지만 저는
학교를 짤릴 순 없었기 때문에....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국인인 걸 감안하면요~!
업그레이드한 야마하 1세대 티맥스 스페셜(실제 제가 타던 오도방)
지금도 스쿠터 종결자랄까... 정말 좋은 오도방입니다. 2기통 500cc죠.
물론 그 누나가 없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대사관에서는 도와주지도 않지.. 일본어는 안되지 =ㅅ=... 아무튼 정말 고맙다고 밥 먹여서 보냈는데,
물론 그걸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ㅅ=..... 자기가 도와줘서 잘 해결되었으니 저보고도 부탁을 들어달라더군요.
그 부탁이라는 건 뭐.... 님들 생각하시는 그런 거 맞습니다. 욕구불만의 유부녀였으니까요 ㅋㅋㅋ
저 사고가 제 인생에 지금까지 유일한 사고였습니다.
당시 보험금으로 받은 100만 엔은 결국 바이크를 야마하 티맥스500스페셜로 업그레이드하고
남는 돈은 생활비로 썼었네요. 당시 가지고간 돈이 슬슬 바닥이 보여서 알바를 해야했었는데,
덕분에 한 몇 달 더 놀 수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요즘 일본이 호경기로 또다시 IT인력문제로 한국인들 많이 일하러 가시더군요.
아무래도 운전도 많이들 하시는데, 시로바이한테 걸렸을 때 도망가려는 외국인들 있는데,
이사람들은 오도방만 타는 사람들이고 실력도 출중해서 절대 도망 못가니까 만약 걸리게되면 얌전히 멈추세요 ㅋㅋ
그리고 후쿠맨이라고 있습니다. 이건 한국의 암행어사 같은건데, 일반차를 타고 단속을 합니다.
주로 고속도로에 많은데 이놈들한테 걸리면 기본 벌금10만 엔에 면허 한 달 정지입니다.
보통 은색 크라운이나 크림색 스카이라인을 타고다닙니다. 다 대형차들이고 잘나가는 차인데다가
이놈들도 운전 굉장히 잘하고 한번 물면 절대 안놓아주니까 조심하세요~ 애당초 달릴 생각을 하면 안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