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부는 밤. 다들 창문을 걸어잠근 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서 남자는 자신의 사냥감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좋아? 이 년아?"
꽤 좋은 여자를 잡았다. 반항할 때 조금 혼을 내느라 퉁퉁 붓긴 했지만 원래는 예쁜 얼굴이었고 가슴은 좀 맘에 안 들었지만 몸매도 좋은 편이다. 흰 피부를 손바닥으로 때릴 때마다 빨갛게 붓는 것도 맘에 들었다. 퉁퉁 부은 음부를 왕복할 때마다 꽉 조이는 느낌은 정말이지 끝내줬다. 처녀도 아닌 주제에 음부에서 피가 흐르는 것은 처음엔 자신을 기만하는 것 같아 몇대 때렸지만 하다보니 윤활제같은 느낌이 들어 맘에 들었다.
"흑... 끅! 흐으..."
여자도 흐느끼며 그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흔들었다. 처음에는 아주 돼지 멱 따는듯 소리를 지르더니... 남자는 여자가 내숭을 떨어서 그렇지 사실은 허리를 흔드는 음란한 여자라고 생각하며 요즘 여자들의 문한함을 속으로 비난하였다.
"히익!"
남자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살짝 들었다가 힘껏 내리쳤다. 바닥에 흥건한 물 때문에 직접적인 통증은 적겠지만 그녀는 충격과 상처를 스미는 차가운 물때문에 경련을 일으키며 몸부림쳤다. 남자는 이런 여자의 모습도 좋아했다. 태풍이 불 때만 느낄 수 있는 묘미인 것이다.
"움직여. 이 년아."
남자는 그 말과 함께 여자의 배를 손바닥으로 힘껏 쳤다. 그러자 잠시 멈췄던 그녀의 몸이 다시 움직인다. 정말 기분 좋았다. 뜨거운 육벽과 바람과 비때문에 식은 피부의 조합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물 때문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피부는 마음같아선 먹어 치우고 싶었다. 처음 경찰서에 끌려 갔을 때 자신이 한 수많은 일 중 태풍이 불때 저지른 것만이 걸리지 않은 걸 우연히 깨달은 건 신이 준 선물이었다. 그걸 몰랐다면 집행유예 기간이라고 참아야만 했을 것이다.
"으윽 쌀 것 같다."
남자는 잠시 여자에게서 떨어져 콘돔을 씌운 뒤 최대한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녀가 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지만 그는 바람을 믿고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믿음대로 바람은 그가 짧은 탄성과 함께 정액을 배출할 때까지 모든 소리를 차단해주었다.
"흐흐... 기분 좋았어."
남자는 정액이 가득찬 콘돔을 거꾸로 뒤짚은 뒤 그녀의 몸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예전엔 씻지도 않고 경찰에 신고하는 더러운 년들 때문에 이 버릇이 발목을 잡곤 했지만 태풍은 비와 함께 모든 흔적을 씻겨줄 것이다. 여자는 경악에 물든 얼굴로 그 장면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소름이 돋은 피부도, 진동도 기분좋기만 할 뿐이다.
"그럼 다음에 보자고."
그는 축 늘어진 여자를 내버려두고 일어났다. 집에 갈 것인가 아니면 한명 더 데리고 즐길 것인가 고민이 들었다. 그는 아파트 벽에 기댄 채 고민했다. 그런데
-쿵!-
둔탁한 소리가 그의 머리 위에 울렸다. 그리고 남자는 힘이 빠져 쓰러졌다. 옆을 확인해보니 묵직하게 생긴 돌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가 베란다에 둔 돌이 바람때문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씨1발... 어떤 새1끼가 돌덩이를 이런 곳에..."
일어나려 했지만 어지러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끙끙거리며 천천히 일어나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쿵!-
아까보다 강한 충격이 그를 덮쳤다. 거기엔 아까 그 돌을 든 채 증오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여자가 있었다. 씨1발년, 죽1일년, 개1년... 온갖 욕을 다 뱉고 싶었지만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안 움직이는 입을 간신히 움직여 이렇게 중얼거렸다.
"살인자... 년... 즐겨놓고..."
여자는 그 말을 듣자 흠칫거리더니 떨어트리듯 돌을 내려놓고 울기 시작했다. 허엉... 허엉... 쉬다못해 잠긴 목에서 나는 소리는 말 그대로 돼지 멱따는 소리였다. 남자는 일어나면 죽여버리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감기려는 눈을 막는 걸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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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며칠씩 계속되어 의심이 가는 증거도 없었습니다. ...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인 돌도 당시 바람이 워낙 강해서 어디서 떨어졌는 지 특정할 수 없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 더 이상의 수사가 불가능하므로 사건은 미제로 종결하겠습니다."
아파트에서 변사체가 발견된지 이주일, 수사 담당자는 빠르게 기자회담을 마치고 노트북을 덮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 허술한 기자회담이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이의제기같은 건 없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역겨운 강1간마의 이야기는 항의할 지인도, 제대로 된 부검도 없이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날, 신문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어떤 기사의 표제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법이 심판하지 못한 자. 바람이 심판하다.'
-끝-
기교만 부려보려 발악한, 남는 게 없는 소설같은 기분이네요 ㅠㅠ
강1간씬은 최대한 역겹고 기분 나쁘고 짜증나게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전해졌을지 모르겠네요... 으으 그냥 야설 취급 받는 건 아니겠죠?
바람을 좀 더 제대로 된 무대장치를 쓰려면 한두장 정도 더 써야 했을 것 같긴 한데...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기분 나쁘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읭 올리고 보니 삭제될 것 같기도 하고(...)
바람부는 제주도엔 돌도 많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