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 간 본 영화 중 남은 두 편 리뷰입니다.
(연휴 시작 전 수요일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연휴 시작 후 : 어쩔수가없다, 트론: 아레스, 포제션, 도그빌)
사실 포제션과 도그빌 모두 다른 지역까지 차 끌고 가서 보고 왔습니다.
게다가 둘 다 영화 상영시간이 극악이라서 하나는 심야,
다른 하나는 조조로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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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제션)
1. 보는 내내 정신 나갈 것 같아
우선 국내에는 첫 개봉이지만, 1981년 작품입니다.
샘닐(쥬라기공원의 공룡 박사님)과 아자벨 아자니(까미유 끌로델, 여왕 마고)가
나오는 작품입니다.
샘 닐의 젊은 시절을 보는데 마크 해밀과 똑같다고(마크 해밀이 더 젊지만) 생각될 정도였고,
아자벨 아자니는 옛날 한밤의 TV 연애 프로그램 인트로송 가수로 알고 있었는데,
리즈 시절 얼굴을 보니 '저런 미모의 배우가 저런 연기를 한다고?' 란 생각이 들더군요.
여튼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정신 나갈 것 같아, 로 요약 가능합니다.
시종일관 소리 지르고 괴상한 컷 분할에다가 캐릭터들의 감정선도 왔다리 갔다리 하고,
거기다 거의 45년 전 영화이기에 아직까지 연극톤스러운 연기들도 그렇고요.
근데 이상하게 지루하지가 않아요.
갑자기 여주인공이 소리지르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하고, 또 조금 있다고 또 하고, 또 하는데....
매번 배우들이 같으면서 다른, 심도 깊은 연기력을 보여주고 그게 서사로 쌓여가면서
이상하게 지루하지가 않아요.
2. 이야기보단 감정에 가까운 미술 작품 같은 영화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쉽게 요약하자면 매우 쉬운데 자세히 하자면 어려워요.
왜냐면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에겐 '동기'란 게 없어요.
그럴 수도 있다... 라고 암시만 나오는데 해석은 보는 관객마다 모두 다른 이유를 댈 겁니다.
누구는 '권태기'를, 누구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누구는 '분단된 시대상'을,
여튼 해석하려고 하기보단 느끼는 영화에 가깝죠.
미술 작품이나 사진전 같은데서 같은 유형의 다양한 작품들을 걸어가며 감상하는 느낌입니다.
3. 귀가 아프고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이 영화를 보러 간 이유는 사운드 때문이었는데,
솔직히 영화관이 아니면 영화의 매력이 1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괴성, 비명, 몸부림치는 효과음 등은 영화관에서 느껴야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모니터나 TV로 보면 잘 안 느껴져요. 사운드가 중요하거든요.
집에서 영활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큰 볼륨으로 봐야하는데,
아마 그러면 바로 가정폭력범으로112에 신고당할 겁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이 영화는 여러 곳에서 레퍼런스된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앞으로 영화 속 빙의, 비명, 다중인격 등의 장면에서
'포제션'이라는 레퍼런스가 계속 보이실 겁니다.
4. 아, 근데 무서운 영환 아니에요.
좋은 의미로 끔찍한 영화인데 슬래셔나 쏘우처럼 고어하기 보단
괴상하고 정신 도트뎀이 2시간 반 동안 지속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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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
1. 오랫동안 아껴둔 영화
이 영화는 일찌감치 알고 있지만 한 번도 보지 않은 영화입니다.
영화가 개봉했을 땐 미성년자였고, 그럼에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무조건 영화관에 개봉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생각했었죠.
이번에 재개봉으로 드디어 볼 기회가 생겼고, 제 기대를 충분히 충족한 영화였죠.
스토리부터 컨셉은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전 배우들의 연기력을 영화관 스크린이 아닌 곳에서
보고 싶지 않았는데 매우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2. 높은 영화표에 상충하는 3시간 가까운 영화
영화표 값이 높아진 요즘, 2시간 이하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가서 봐야하나? 싶습니다.
이 영환 거의 3시간, 정확힌 2시간 57분 짜리 영화입니다.
얼마전 크라임씬 제로가 방영되었는데, 해당 세트장 컨셉이 이 도그빌 영화에서 나온 거죠.
최소한의 장치와 분필로 그려진 세트장에서 오히려 배우들 연기력으로만 펼쳐가는 영화인데,
문을 두드리거나 손잡이를 돌리는 등 몇몇 중요 소품을 제외하곤 아예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완전 색다른 영상미를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배경, 자연광, 그런 건 없지만
그렇기에 카메라는 온전히 배우에게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관객들도 오로지 배우의 연기만을 온전히 감상 할 수 있죠.
3. 개 같은 마을에서 개보다 못한 인간 군상
영화의 스토리는 인간의 본성, 집단의 변질 등 인문학적 작품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직설적이다보니 해석하긴 쉽죠.
그래서 자칫하면 '뻔하고 지루할 수 있다'란 작품일 수 있었죠.
하지만 반대로 연극적 영화란 설정을 가지고 그걸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합니다.
3시간 동안 빠른 전개였다면 영화 끝나면 관객은 다 지쳐서 감상을 나눌 수도 없었을테고,
너무 많은 상징이나 이미지를 심었다면 자꾸 현재의 장면에 집중할 수 없었을 거에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이 '터부'에 대한 염세적인 도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으론 현세대 가장 섬세하게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4.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아마 다음 주면 재개봉도 끝날 것 같은데,
영화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만,
솔직히 꼭 영화관일 필요는 없어요.
특출난 사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배경음악도 매우 절제되어 있으며
순전히 배우들의 표정 연기를 위해 영화관을 찾았지만
요즘 4K 모니터나 TV로도 충분하다곤 생각합니다.
저도 오랫동안 '첫 번째 감상은 영화관에서' 였기에 재개봉을 기다렸던 건데
다음 감상을 위해 또 영화관을 찾진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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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두 영화 외 이야길 더 해보자면,
요즘 '찬란'이 수입하는 영환 거의 실패가 없을 정도로 수입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국내 개봉할거라 생각도 못한, 심지어 아직 나무위키 문서도 없는 영화인
'굿 보이'가 찬란을 통해 수입되는 걸 보고 진짜로 '찐'영화광 수입/배급사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에 계속해서 재개봉 열풍이 부는데, 저는 영화관에서 못본 작품을 다시 봐서
좋기는 하지만, 한 편으론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죄다 재개봉-재개봉 뿐입니다.
좋은 작품들도 있지만, 너무 빨리 내려가 버리기도 하고, 영화관만의 강점이 있음에도
너무 비싸다는 인식은 떨쳐낼 수 없는 것 같아요.
(10월 감상 예정작 : 웨폰, 굿보이, 8번출구, 블랙폰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