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작은 변명을 하자면, 전 그닥 담배를 많이 태우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두 번, 한 번 필 때 3~4 개피죠.
그것도 꼬박꼬박 몇 번 피웠다고 세는 것도 아니라서 몇 달이나 안 피우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우는 것도 길빵은 안 하고 피고 싶다면 밖에서 피고 싶으면 커피숍의 흡연석에 가고
혹여나 밖에서 피우게 된다면 꼭 근처에 사람과 50m 가량 떨어집니다. 바람이 분다면 더 멀리 피하고요.
집은 인적이 드문 곳의 주택인데 앞 뒤로 밭과 창고가 있어서, 집에서 피울 땐 창고 뒤편으로 가서 피웁니다.
담배는 니코틴과 타르 양이 적은 종류로만, 던힐 1mg와 팔리아멘트 원을 주로 피웁니다.
lss가 냄새도 적고 좋다지만, 마일드세븐이란 일본 브랜드 자체가 맘에 안 들어서 한 번 밖에 안 피워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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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물으면 한결 같이
'습관이라서', '그냥'이라고 말하죠.
사실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맛과 향'입니다.
연기에 무슨 맛이 있겠냐 싶겠지만, 혀에 쌉싸름하게 남는 맛과
목안에 남는 텁텁한 맛이 있죠. 뭐 이건 담배에 따라 다릅니다.
향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약간 커피를 마실 때의 구수한 향기가 납니다.
코로 뿜으면 확실히 더욱 그렇죠.
그래서 인지 제 주위를 보면 커피와 담배 둘에 중독된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흔히 커피를 향을 느끼려고 마신다는 것과 같이, 담배도 향 때문에 피우는 경우가 많죠.
여튼 흡연자 입장에선 탄산 음료를 마시는 기분으로 담배를 피우는 거죠.
우리가 흔히 비매너 흡연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비유를 하자면 길거리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마시던 콜라를 찍찍 뱉으면서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매너있이 담배를 피운다면 지금과 같이 흡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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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유로는 신경 안정 효과를 즐기기 위해서죠.
담배를 피우면 주로 쉬는 시간에 많이 피우는데, 니코틴엔 각성과 이완 효과가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릴렉스 하고 앞으로 할 일에 집중하기 위해 피우는 경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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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흡연자들은 이런 두 가지 사실을 비흡연자에게 잘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건 흡연자들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담배란 것이 게임과 같아서 우선 튜토리얼을 지나서 조작에 익숙해져야 게임을 즐길 수 있듯, 담배도 어느 정도 처음에 적응기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전까진 이걸 왜 피우냐는 생각이 절로나며 담배를 들이마시지 못해 콜록이기 마련이죠.
흡연자들은 그런 이유로 비흡연자들에게 자세한 걸 설명하지 못합니다.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신 흡연자끼리는 그걸 이해하며 유대감이 생겨나죠.
프렌즈란 미드에서 여주인공이 회사에 입사했는데, 담배를 안 피운다고 상사와 중요한 이야길 못해서 고민하는 게 나옵니다.
흡연자들끼리 이해하는 유대감이 존재한다는 대표적인 모습이죠.
거기선 비흡연자인 여주인공들에게 회사 사람들이, 당신은 담배를 피울 필요가 없다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자기들은 담배를 피우고 여주인공은 은따가 되버리죠.
이렇듯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에게 담배를 피우는 진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것은,
서로를 다른 취향의 사람이라 규정짓고 이해하려는 대화를 섣불리 단정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좀 더 서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흡연자들의 매너있게 흡연했다면 지금과 같이 서로 극단으로 치닫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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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서 비흡연자들 또한 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매너 없는 흡연자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까지 반대할 필요는 없단 거죠.
그들은 몸 건강을 버리고 정신적 건강을 택한 쪽이니까요. 비난을 한다면 그냥 매너 없이 피우는, 흔히 길빵하는 싸가지들을 비난하면 됩니다.
전 사람 많은 곳에서 뻔뻔하게 피우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똥 싸고 있네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똥 싸는 거 하고 비슷해요.
더러운 재를 떨구고 냄새까지 피우며 자신의 흔적을 철저히 남기니까요.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비흡연자들은 흡연자가 내뿜는 연기만 보기 때문이죠.
실제를 마시는 연기는 냄새도 나쁘지 않고 피우면 기분도 좋아져요.
그걸 폐에서 다 빨아들이고 나쁜 연기만 뿜어대고 그 연기만 보고 담배는 나쁘다고 생각하게 되는거죠.
비흡연자들 또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얻는 면이 있어요.
니코틴의 안정 효과와 한숨 효과(억지로라도 한숨을 내쉬면 마음이 편해지는 심리효과)가 있죠.
살기 빡빡한 세상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가 주로 힘들어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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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서로 비흡연자들과 흡연자들이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정부차원에선 뭐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가는 흡연구역과 필터 흡연실을 만드는 것이 있겠죠.
그리고 금연 정책도 좋지만, 그것과 동시에 매너있는 흡연을 유도하는 방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서울시에서 길빵하는 사람과 꽁초 함부로 버리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는 것은 굉장히 잘하는 부분이라고 봐요.
비매너 흡연자들은 돈으로 손해가 발생해야 그 후로 조심하니까요.
그런 방식으로 매너 흡연을, 벌금을 부여해서라도 유도해야 서로 좋은거니까요.
매너 없는 흡연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고등학교 때 끼리끼리 피우던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술도 어른에게 배우란 것처럼 담배도 어른에게 제대로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고등학생의 담배 구매가 금지되어 있으니 쉽사리 피운다고 말하기 어렵죠.
(피우는 건 불법이 아니죠.)
전 그 대신 어른들이 매너있는 흡연을 해서 어느 정도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애들은 어른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고, 그게 특히 사춘기 때 두드리지니까요.
금연하지 못할 거면 최소한 매너 흡연이라 하라 이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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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제가 담배를 워낙 안 피우니 피우는 사실 조차 모를 때가 많고,
흡연자 친구들도 그렇게 피울거면 그냥 끊는 게 좋지 않냐고 말합니다.
그러나 프리랜서로 일하며,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설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다보면
마음 한구석에 누가 돌이라도 올려논 것처럼 먹먹해질 때가 있습니다.
잘 안 풀리면 사서 피우죠. 저 또한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땐 피웁니다.
그리고 적정선에서 남에게 피해 안주고 매너있게 담배를 피운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 담배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좀 더 매너 흡연이 정착되고 비매너 흡연이 비난 받는 세상이 와서,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때가 왔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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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언젠가 담배도 마약처럼 금지되는 때가 올지 모릅니다.
그러면 흡연자들은 죄다 담배에서 커피로 신경 안정 효과를 얻으려 할지 모르겠네요.
이 둘은 꽤 비슷해요.
다만 담배와 달리 커피는, 마신다고 남에게 피해주진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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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프리랜서 일과 편의점 야간 알바를 병행해서, 돈은 많이 버는데 대신 잠을 잃어서 힘드네요.
근데 편의점서 일하다보면 한 번도 '팔리아멘트'의 담배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사람을 못봤네요.
한결 같이 팔라멘트, 혹은 필라멘트라고 하더군요. 그럴 때마다, 자기가 즐기는 담배 이름 정돈 제대로 알아도 좋을텐데라고 생각합니다.
p.s 2 요즘은 본업 / 알바 / 공모전, 이렇게 셋을 동시에 하는데
a4 70장을 예상하고 쓰는 글에서 벌써 55장 정도 썼습니다. 15장만 더 쓰면 두 달의 고생도 끝이다~.
p.s 3 자랑을 하나 더 하자면, 알바 시급이 올라서 버는 돈이 사장을 뛰어넘었습니다. 저희 사장이 나름 편의점 3~4개 하는 분인데, 다 알바쓰고 본인은 관리만 하는데 월 300정도 번다더군요. 대학가에 있는데 방학 동안 사람이 없어서 수입이 줄고, 전 시급과 프리랜서 일거리가 많이 들어와 올라서 이번 달만 한 번 역전했습니다. 대성공!!!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사업으로 진 빚을 갚아야 하잖아? 난 내 돈도 못 모을거야;;; oTL
p.s 4 2년 가까이 사귄 여자친구가 있지만, 알바하면서 오는 손님 중 두 세 명 정도 오는 미인에겐 저도 모르게 눈이 갑니다.
여자친구도 쳐다만 보는 건, 기분 나쁘고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고 허락(?)해줬으니 그냥 쳐다만 봅니다.
'이쁘네~'하며 보다가 나가면 허무해지면서 괜히 여친 생각만 더 나서 씁슬해지는 뒷맛이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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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손가락으로 담배꽁초 팅겨서 버리는게 참 인상깊었습니다.
그거 이외에 바닥에 침을 찍찍뱉는거도 그렇고;; 겉멋이라고 하는건가
쎈척이라고 하는건가 뭔진 모르겠는데, 그런 분위기가 좀 있는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