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질 급한 사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 딸랑 거리는 방울 소리가 들리는데, 대뜸 문 열면서
아니 문에 손 대면서 물건 이름을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시 :
문에 손을 댄다 = 에세
문을 열어 제낀다 = 라이트
들어온다 = 두 갑
그럼 전 '이트 두 갑' 밖에 못 듣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어보게 됩니다.
친절하게 다시 말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띠꺼운 표정을 지면서
'그것도 못 듣냐?'라고 얼굴에 드러내는 분들도 계시죠.
그래도 언제나 웃음으로 맞이하며 중지로 계산키 중 '노인'을 누릅니다.
장애인이 있다면 그걸 눌렀을텐데.
(편의점 계산기에는 계산 완료를 하려면 연령키를 눌러야 합니다. 어린이 남/녀, 중고생 남/녀, 젊은 남/녀, 중년 남/녀, 외국인, 노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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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은 고뇌의 동물
천 원짜리 과자 하나 고르는데 1시간 걸리는 분도 계시죠.
이 경우엔 짜증보단 경이롭습니다.
난 그렇게 과자 하나 고르는데 고민하지 않는데, 대단하네 라고요.
어디 앉지도 않고 계속 과자와 유제품, 김밥 코너를 오가며 뭘 살지 고릅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게,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어서요.
30분 정도는 이해하는데 1시간이나 걸려서 고작 과자 하나 산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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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는야 수줍은 중년
말을 제대로 못하고 웅얼거리며 말하시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팔리아멘트 라이트 한 갑을 말하는데 웅얼거려서.
세 번 이상을 '어떤 거 말씀이시죠?'라고 해야하죠.
그것도 제가 듣고 조합해야 합니다.
처음 말할 때 한 갑이란 걸 인지하고, 그 다음에 물을 때 라이트를 인지하고, 그 다음엔 팔리아멘트를 인지해서
조합해서 팔리아멘트 라이트 한 갑이란 문장을 완성 시키죠.
웅얼거리는 분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대체적으로 중간 부분을 제대로 발음하면서도 앞과 끝을 어물거린다는 걸요.
이런 웅얼거리는 캐릭터로 글 쓸 때 이런 특색있는 성격을 반영시킬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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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밖엔 추운데요?
요즘 추워지면서, 그리고 이전에 비가 올 때
술을 사면서 안에서 마시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점장님이나 사장님, 다른 알바생은 대체 봐주는 편인데 전 절대로 안 봐줍니다.
특히나 야간이다보니 안에서 술 마시다 무슨 변고 (토를 한다거나)를 당할 줄 알고 말이죠.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데 편의점은 실내 음주가 법적으로 금지된 곳입니다.
식품 위생법 상 편의점은 '휴게 음식점' 권한을 가지고 있죠.
휴게 음식점은 실내 음주 및 취사가 금지되어 있죠.
(라면에 물 붓는 거나 도시락 데우는 건 건 취사가 아니어서 가능합니다.)
즉, 안에서 버너로 라면을 끊이거나
술을 마시는 건 금지된 거죠.
물론 저도 인간인지라 맥주 작은 캔 하나 정도는 그냥 봐줍니다.
그 이상은 절대적으로 밖으로 보내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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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머. 우리 애는 괜찮아요.
애완동물을 데리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계시죠.
뭐 품에 안고 들어와서 김밥 코너로 가지만 않으면 저도 괜찮습니다.
원래 규정상으론 아예 못 들어와야 맞는 거지만요. 위생 문제 및 제품 회손 떄문이기에 안고 들어오는 것까지 뭐라 하진 않습니다.
근데 목줄도 없이 그냥 풀어놓고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 안된다고 합니다.
최소한 안아 드시라고 말하죠.
저도 집 마당에서 개를 기르지만, 애견인의 자세는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애견인이 아니라 인간적인 기본 상식이죠.
매장 안에 개를 싫어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무작장 데리고 들어와서
'우리 개는 괜찮아요.'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잘 못 된 거죠.
아니 내가 당신 개가 어떤 앤지 어떻게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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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깍아 주면 안되나?
저희 매장은 프렌차이즈 편의점으로, 개인 매장이면 뭐 주인 맘대로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게 안 됩니다.
근데 와서 꼭 깍아 달라거나 하는 분들이 계시죠.
전 안된다고 하다가 자꾸 해달라고 하면
바로 뒷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제 돈을 추가해서 계산해 버립니다.
말씨름하기도 짜증나고 말이죠.
그리고 이런 식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손해보며 계산한다.'란 걸 보여주면
금세 꼬리 내리고 나머지 돈을 냅니다. 인간적인 양심을 건드리면 죄책감에 알아서 주시더군요.
애초에 마이너스 나면 내가 돈 채워 넣어야 하는데, 뭘 깍아 달라는 건지.
그리고 돈 가지고 있으면서 깍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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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른 데서는 더 싼데.
그럼 거기 가서 사시던가.
가장 많이 듣는 게, 술과 박카스 세트, 비타500 세트입니다.
술이야 마트 쪽이 싸게 팔다보니 그렇고,
박카스 경우엔 원래 약국에서 싸게 팔게 되어 있습니다.
편의점이란 게 싼 매장이라기 보단 그야말로 '편의'를 위한 매장이죠.
솔직히 편의점에선 행사 제품 외엔 다 비쌉니다.
대신 가깝고 많이 있다는 게 장점이죠.
물건 마진율 보면 대충 하나 천원짜리 물건 팔면 개 당 300~500원씩 남는 구조 (물론 그 남는 돈을 다시 본사와 점주가 정해진 퍼센트로 나눠 먹죠)인데,
그런 편의점에 와서 다른데선 더 싸다고 여기는 왜이리 비싸냐고
그냥 말하는 게 아니라 제게 따지시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제가 뭐라고 합니까. 그냥 웃으면서 '죄송합니다'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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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행사 벌써 끝났어요?
물론 행사가 한달에서 짧은 땐 1주일 단위로 합니다.
그래서 그냥 끝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은 많죠.
문제는 끝난 행사 상품을,
'어제 여기선 2+1으로 샀는데 오늘은 왜 안 그러냐?'
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뭐 어쩌겠어요. 끝났는데.
위와 비슷한 경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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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내겐 팔이 없어
그래서 먹은 걸 다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나가지.
먹은 걸 쓰레기통에 넣지 않고 그냥 한 뭉텅이로 놓고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엔 주로 단체로 우르르 와서 먹고 가는 분들인데,
뭐랄까.
아는 사람이었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다고 할까.
돈 냈으면 뭘 해도 장땡이란 마인드가 느껴져서 그냥 싫습니다.
특히나 손님 많이 몰릴 때 그 지경을 해놓고 나가면
그리고 방금 계산한 손님이 그 테이블을 쓰려고 한다면.
제가 무척이나 깔끔하고 손님들에게 욕 먹기 싫어서 매장 청소 하나는 굉장히 깔끔하게 하는데,
그렇게 해논 테이블을 손님이 보면
'이 매장은 원래 깨끗합니다. 내가 지저분해서 테이블이 더러운 게 아니에요.'라고 변명하고 싶을 지경이네요.
참고로 그냥 삼각김밥 포장지 몇 개 올려논 정도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테이블에 쌓아놓고 나가는 분들을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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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냥 짜증나기도 하고, 독특하다 느껴지는 손님들에 대해서 주저리 주저리 써봤네요.
참고로 저희 매장은 대학교 옆에 있는 곳인데, 가끔 손님이 새벽에 혼자서 와서는 소주나 맥주 사서 밖에 있는 테이블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의외로 여자 손님들이 많이 그러시더군요.
그때마다 뭔 인생의 고민이 있는지, 힘내라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가끔은 안타까워서 막 유통기한 지나서 못 파는 삼각김밥이나 음료 하나 주곤 합니다.
뭐 쓰면서 생각해보니 안타까움도 공짜 범위 내에서 까지 이네요.
딱히 내 돈으로 사서 주고 싶단 생각까진 안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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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청법 관련해서 위험하다고 느낀게,
손님들 중에 초등학생이 있는데
키가 160 정도에 화장까지 하고, 진짜로 지갑 꺼낼 때 몇 학년 몇 반이라고 써있는 팬시 지갑을 보지 못했다면
대학생으로 생각될 정도의 애들이 있어요.
키 작은 애들 중에도 진짜로 '몇 살이지?' 싶은 애들도 많고요. 같이 다니는 친구를 보면 분명 초딩인데, 혼자만 대학생마냥 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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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요즘 애들 화장 때문에 그런지, 얼굴이나 옷차림 만으로 판단해선 절대 안된다는 걸 알겠습니다.
꼴린다는 게 아니라, 외형만으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기에 진짜로 검열하는 사람 맘대로 엿가락 마냥 할 수 있겠단 문제가
'두 눈'으로 와 닿네요.
그래서 손님들 귀찮아 해도 애매하면 무조건 민증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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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