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8월 1일부터 했으니 정확히 2달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며칠 더 남았습니다.
그 사이 1kg 뺄 수 있을 거 같으니 (하루 0.2~0.3kg 정도로 빠지는 중) 10kg이라고 해야 맞겠죠.
빼기 전 스펙을 적자면, 170cm에 82kg.
현재는 73kg입니다. 목표는 68k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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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은 격렬하게.
살 빠지고 운동했냐는 말을 많이 듣는데, 사실 운동 자체는 다이어트 초기에 3주만 했어요.
빠지기도 그때 확 빠졌고요.
일이 많아서 집에 12시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지 않았으면 더 빨리 뺐을텐데,
여튼 나머지 한 달 반 동안은 음식량 조절로만 승부봤습니다.
비법은 1일 1식.
그것도 매일 한 건 아니고요. 일주일이면 주말엔 두 끼씩 먹고, 또 일주일에 한 번은 술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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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나 왜이리 나태하지?'란 생각에서 시작 됐습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4개월쯤 되었을 때, 절망만 하고 이대로 하루하루 숨만 쉬고
남이 시키는 일만 하다가 인생이 끝날 거 같단 생각이 들었죠.
머릿속은 복잡하고, 그래서 하루는 밤 10시 반쯤 산책을 하러 나갔죠.
제가 사는 곳은 시골인데 국도와 인접한 지역이라 숲길은 아니에요.
근처 15분 거리에 큰 공원이 있고, 공원 주위론 또 아파트와 원룸촌이 생성되어 있죠.
그래서 천천히 걷다가 한 1시간 반 정도 걷고 들어오니 땀이 났죠.
내가 한 밤 중에 운동하면서 땀 흘린 적이 언제더라.
대학교 졸업하고 그런 적이 없더라고요.
학교 다닐 땐 친구들과 밤새 학생회실에서 글 이야기하고 서로 물어 뜯으며 합평회 하고,
해 질 때까지 그러다가 가기 전에 친구들과 농구 한 판 하고.
작년 여름에도 살 좀 줄이겠다고 낮에 (밤엔 아르바이트 했습니다) 조깅하고 그랬는데, 낮보단 밤에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간만에 말 그대로 달밤에 체조하고 나니까 머릿속이 후련해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부터 하루 7km~9km씩 1시간 내외로 조깅을 시작했죠.
뛰다가 걷다가 해면서 말이죠. 살이 쪄서 땀이 많이 나더군요. 조깅 한 번 하고나면 셔츠를 물에 담근 것처럼
흠뻑 젖어 들어왔으니까요.
작년엔 한 달 정도 5kg 빼서 75kg 만들고 그만뒀는데, 이번엔 제대로
목표 68kg 이라고 못 박아놓고 시작했어요.
솔직히 살 빼는 거보단 정신건강을 위해 시작했는데, 그래도 목표가 있는 게 좋겠더라고요.
그렇게 3주간 뛰었는데, 82kg에서 76kg이 됐습니다. 6kg 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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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운의 사고
그리고 어쩌다가 눈을 다치고 맙니다.
안대를 하고 뛰려니 거치적 거리고, 안 하기엔 너무 볼썽 사나울 정도로 멍이 들어서
(술 먹다가 옆 테이블과 시비 붙어서 맞았습니다. 그냥 맞고 있다가 열 받아서 막판엔 같이 싸움;;;;)
거기에다 타이밍 좋게 부업으로 하는 원고 교정 일이 늘어나면서 집에 12시나 새벽 1시에 들어가게 됐죠.
아, 앙돼;;;;;
그래서 운동을 멈췄습니다. 일단 제 1의 목표였던 멘탈 회복은 어느 정도 됐고,
거기다 정신이 돌아오니 할 거 없음 돈이라도 열심히 벌자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나마 부업은 출근하는 일도 아니고, 커피숍에서 죽치고 있으면서 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재미있어 하는 일이기도 했고요.
운동을 하면서 같이 시작한게 1일 1식인데,
단순히 돈 아끼려고 점심만 먹었습니다.
대신 정말로 먹고 싶은 배달음식 시켜서 곱빼기로 처묵처묵.
그 외엔 '음료수 안 마심', '커피는 무조건 아메리카노에 시럽 없음', '입이 심심하면 수분이 많은 과일'로 버텼습니다.
특히 바나나와 수박, 토마토를 엄청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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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식탐은 자연스러운 거야.
그런데 제가 술자릴 좋아하거든요.
제가 술을 많이 먹진 않습니다. 그냥 적당히죠.
대신 일주일에 금요일엔 무조건 술을 마시거든요.
거기에다가 치느님 숭배자.
소주 보단 맥주 파.
그래서 금요일엔 1주일간 한 끼 먹고 버틴 포상이란 개념으로 치맥을 우걱우걱.
그래서 한 2주 동안은, 일주일간 2~3kg 빼놓으면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엄청 먹고 다시 찌우고.
즉, 빼고 다시 찌고를 반복했습니다.
근데 딱 이게 좋았던 거 같네요.
보니까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지는 시점이 온다고 합니다.
그 상태에서 현상 유지를 꾸준히 잘 하면 다시 살이 빠지는 때가 온다고 하네요.
후회가 많았습니다.
'내가 왜 술을 마셨는가.', '왜 안주를 그렇게 먹었나.'
'2주만에 6kg 빼고 지금 이게 뭔가.'
지금 생각하면 다시 찌지 않고 버틴 것만으로 OK였습니다.
그렇게 2주 동안 76~77kg을 왔다갔다 했네요.
8월 1일부터 5주간 뺀 건 최종적으로 76kg으로, 운동을 멈추고 2주간 고작 1kg 뺐습니다.
대신 체질이 다시 살 빠지는 체질로 바뀌었고, 슬슬 바지가 헐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수분으로 인한 체중감소가 아닌 실제 살이 빠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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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이 몰려온다.
근데 바로 지금으로부터 3주 전. 부업 일감이 몰려왔습니다.
주말에도 일해야 해서 도저히 술을 마실 상황이 아니었죠.
지금까지 술 안 마셨네요. 아 마시고 싶다.
그러다 보니 치킨은 무슨, 맥주는 무슨.
술에 입은 안 댔습니다.
동시에 날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평소엔 너무 더워서 버스 타고 다녔는데,
이걸 40분 동안 걸어가기로 했죠.
그리고 평소에 어지간한 거리는 무조건 걸었습니다.
1일 1식을 유지하면서 이제 곱빼기 시키던 걸 보통으로 바꿨죠.
위가 줄었는지 한 번에 먹는 양이 적어졌습니다.
결정적으로 확실하게 느낀게, 기초 대사량이 늘었단 거에요.
평소보다 걸을 때 지치는 게 적어졌고, 몸무게는 천천히 줄어들어도
허리가 점점 작아지는 게 미세하게 느껴졌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다리가 조금씩 후들거리고 어께나 팔꿈치 등 관절 부위가 쑤시기 시작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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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you just active my trap card
추석 땐 불안했습니다. 많이 먹을텐데. 정말 정말 잘 넘겼습니다.
추석 5일간 하루 두 끼씩 먹었는데, 대신 평소 한 끼니 먹던 양을 두 번으로 나눠 먹었어요.
그리고 한 건 '잠자고', '깨서 컴퓨터 하거나 TV 보고' 가 전부.
부업 쓰던 것도 추석 직후로 줄어들어서 정말로 그냥 푹 쉬었습니다.
중간에 토요일에 치킨 한 번 시켜 먹고요. 아아 치느님. 대신 맥주는 안 마셨습니다.
집에서 야밤에 부모님 몰래 혼자 사먹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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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고 지금까지.
술을 안 마시고 3주째. 일주일당 1kg씩 3kg이 빠졌어요.
확실히 살이 빠지고 근육양이 늘어난 걸 느끼는게, 퇴근할 때 걷는 속도가 빨라졌고
그러면서 지치는 것도 없어졌어요.
조급해하지 않고, '살을 빼자'가 주 목적이 아닌
'건강하게 살자'를 목표로 잡고, 살이 빠지는 건 부수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인드로 임하니 살 빼는 거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그냥 재밌게 느껴지네요.
마치 숙련자가 되가는 느낌.
그렇게 5일을 앞두고 73kg에 총 감량 9kg입니다.
빠르게 뺏다고 하기엔 대충대충이었죠.
확실한 건 어지간히 다시 나태해지지 않는 이상 쉽게 찌지 않을 것 같단 겁니다.
추석 때 그걸 확 느낀게.
평소 퇴근할 때 걷던 걸 전혀 안 하고,
애초에 머리 쓰는 일도 (머릴 써도 살이 빠지죠) 안하고
그냥 뒹굴거리고 먹기만 했는데도 살이 빠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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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결론은 '앞으로 이대로만'
운동만으로 살을 빼겠단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다이어트 초기에 몸을 자극 시키기 위한 기폭제 역활만 한 셈이죠.
중요한 건 부담감을 갖지 않는 마인드, 그리고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것.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으로는
'먹는 양을 천천히 줄여가며 위를 쪼그라들게 하자.'
'1일 1식은 확실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됨. 단, 군것질도 식사라고 생각해야 함.'
'평소보다 몸을 일부러 움직이게 해보자. 특히 퇴근할 때 몇 분 정도는 걷기.'
'운동은 다이어트 초기에 마음과 몸을 다잡기 위한 정도로만 쓰고, 운동만으로 빼려고 하지 말 것. 운동하고 먹으면 소용없고, 결국엔 하루 섭취 칼로리 조절이 관건.'
일주일에 1kg인 이 상태만 유지하면 다시 5주 뒤엔 68kg이 될 수 있겠죠.
그러면 그땐 다시 65kg이 되어 보겠습니다.
어차피 근육 만들려는 건 아니니까.
허리가 작아서 못 입던 옷을 다시 입을 수 있고, 벨트가 세 칸이나 줄고
바지 허리 부분이 주름이 잡혀서 다음 달에 새 청바질 사야지 란 생각을 할 수 있단 게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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