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 꾼은 별거 아닌 이야기도 재미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죠.
솔직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좋은 예술가'란 이미지가 바로 이런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소설이 그렇고, 좋은 그림이 그렇고, 좋은 만화가 그렇고, 좋은 노래가 그렇고, 좋은 영화가 그렇습니다.
예술은 이야기 그 자체가 아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중요하거든요.
우린 이걸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래비티는 스토리텔링이 좋은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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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정말로 별거 없습니다. 하지만 그 별거 아닌 우주 재난 이야길 지루하지 않게
감동적이면서도 인류학적, 모성애적으로 그려냅니다.
영상 은유라고 하죠. 굉장히 상징적 장면이 많습니다.
그건 즉, 그냥 이야기만 영상만 즐기다 끝나는 게 아닌
스텝롤이 다 올라가도 극장을 빠져나가서도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단 겁니다.
같이 본 사람들과 이러쿵 저러쿵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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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올 초에 이런 영화가 하나 더 개봉했었죠.
바로 '라이프 오브 파이' 입니다.
호랑이와 소년이 바다 한 가운데서 쪽배에 의지해 표류한다.
이 단순하고 굉장히 익숙한 이야길 가지고 이안 감독은 굉장히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이 영화를 가지고 주위 사람들과 많은 토론을 했던 기억이 있네요.
술 자리에서 맥주 기울이며 제목이 왜 '라이프' 오브 파이인가.
결국 주인공의 경험은 무엇인가.
그리고 글 쓰는 우리가 이 이야기를 가지고 무슨 소설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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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는 그런 영화입니다.
영상 쾌감에 매 순간마다 '어떻게 찍었을까' 하면서도
동시에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하고 진지한 생각을 가지게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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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보세요. 아바타 이후 3D 효과를 가장 잘 쓴 영화입니다. 우주 공간과 3D는 아바타보다 훨씬 잘 어울리더군요.
우주 유영하는 장면들을 어떻게 찍었을까하고 고민한 끝에,
배우의 얼굴을 찍고 우주복은 그래픽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도 몇몇 장면들은 감이 안 옵니다. 정말로 메이킹 필름을 보고 싶어요.
그래비티는 무척 좋았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올해에 제가 본 최고의 영화는 '라이프 오브 파이'입니다.
그래비티의 아쉬운 점을 적자면, 너무나도 은유인데 너무 직설적이었단 겁니다.
그나마 이것도 억지로 끄집어낸 단점이네요. 순전 라이프 오브 파이와 비교해서 단점이지, 영화 자체적으론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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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걍 영상인걸 아는데도 파편날라올때 눈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