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한 서사는 크게 기대하지 마세요.
이번 마블 페이즈2는 전체적으로 심각한 주제로 가는 거 같았는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유쾌상쾌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장점과 단점을 적어볼까요.
1. 장점
일단 앞으로 연계될 마블 시리즈에서 큰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태까지 마블 시리즈에 나왔던 떡밥을 강화시켜주는 역활을 잘 해냈어요. 가장 좋았던 점은 굉장히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나 쉽게 이해되게 풀어줬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캐릭터들(선역, 약역, 중립역)이 앞으로 어떻게 활약할지 기대되네요.
그리고 꼭 3D로 보세요. 일단 3d 개봉관이 적어서 2d로 먼저봤는데 영상만으로 3d 효과를 강조한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3D로 다시 봐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웠어요.
팝송으로 귀 호강. 영화는 하나의 커다란 음악 앨범 같습니다. 거기다 올드 팝송들이 상황에 맞게 잘 들어가 있어요. 어떻게 이리 잘 찾았나 싶을 정도로 노래와 영화가 딱 들어 맞습니다.
2. 단점
단점은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어떻게보면 장점이 될 수 있는 단점과 그냥 단점입니다. 대부분이 어떻게보면 장점인 단점들이에요.
일단 여태까지 마블 시리즈 중 주요 인물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토리 상 (마블에서 발표한대로) 어벤져스2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사건은 없어요. 그러니까 딱 페이즈 1 때의 아이언맨2 정도의 중요도입니다. 그걸 많이 기대했었는데 아쉽더군요. 아이언맨2에서 느껴지던 영화의 문제가 3에서 해소되듯,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2가 나와야만 진정한 재미가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페이즈2의 분위기와 맞지않는 이질적인 작품입니다. 페이즈2에 와서 토르2나 캡틴 아메리카2의 서사 스타일에 만족했었던 제겐 캐릭터 소개를 강조하다보니 영화 속 사건 자체에 대해선 약하게 다뤄졌어요. 냉전 시대 스파이물 같은 캡틴2와 전작보다 판타지성을 극대화시키고 장엄한 서사시 같던 토르2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실망한 것은 캐릭터들이 개연성 없이 움직인다는 겁니다. 쟤는 왜 저런다냐. 영화 내내 이 물음을 떨쳐내기 힘들었습니다. 왜냐면 다들 디테일하게 설명하지 않고 두리뭉술하게 넘겨버려요. 여태까지 마블 영화 중에 가장 '만화 캐릭터'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요. 아무리 그래도 영화인데 실사 인물이 만화 캐릭터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감정 이입이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너무 스토리가 예상대로 흘러가서 극적 긴장감은 없어요. 그래도 그 불만들이 눈호강으로 채워지기는 합니다. 물론 이건 전체적으로 페이즈 2의 분위기와 안 맞아서 그런 것도 있고 마블에서 공략 연령대를 낮게 설정해서 그런 것도 있어요. 일단은 성인 취향의 진지한 영화는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개그들에 대해 많이 칭찬하시는데, 이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나온 것들이라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건 위에 설명한 인물들이 지나치게 만화 캐릭터 같다는 거하고 연관되어 있어요. 아무래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자체가 국내에 크게 유명하지 않다보니 그래요. 그래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등장하는 첫 영화인데 캐릭터들이 어떤 성격과 사연이 있는지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시작했어야 해요. 근데 이 영화는 '니들 여기 나오는 애들이 어떤 애들인지 다 알고 있지? 그럼 시작한다' 라는 설명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이 부분은 마블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서 이해는 됩니다. 그걸 다 풀면 영화가 늘어지고 그렇다고 다른 영화에서 먼저 공개할 수도 없는 인물들이거든요. 만약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인터넷에서 원작 캐릭터들 설정에 대해 읽어보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이미 개봉 후라서 스포일러는 잘 피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면 진짜 단점인 것들을 이야기할까요.
지나치게 던져지는 떡밥들. 이 영화는 너무 후속작을 겨냥했기 때문에 떡밥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극 중 제대로 풀리는 떡밥은 없어요.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마치 반쪽 영화를 본 느낌이에요. 그런데 영화는 시종일관 '이 떡밥은 좀 있다 풀리거야' 같은 분위기를 줍니다. 떡밥을 던지는 건 좋은데 그게 당장 풀릴 거 같은 느낌은 주지 말아야죠. 올라간 기대감은 결국 해소되지 않고 영화관을 나오게 됩니다.
개그씬의 번역이 아쉽다. 종종 '저건 좀 더 이렇게 바꾸면 재밌는 개그인데' 같은 게 있어요. 근데 그게 어려운 영어가 아니라서 문제죠. 번역가가 개그를 너무 단순하게 줄여서 써놨더군요.
그래도 중고등학생 정도가 대상이었던 여태까지 마블 작품 중 적정 연령대가 낮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무적파워레인저 느낌이에요. 거기도 또 생기는 문제가 이 영화의 관람 등급은 12세라는 겁니다. 한국 심의 때문에 높아진건가 싶다가도 막상 영화 속 폭력 장면의 수위를 보면 12세가 또 맞아요. 그래서 영화는 좀 정체성이 혼란스럽습니다.
캐릭터 성은 높지만 막상 감정 이입할 캐릭터를 찾을 수 없어요. 일단 그나마 높은게 주인공과 로켓 라쿤인데, 얘네도 개연성 없이 움직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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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여태까지 마블 유니버스 중 아이언맨2나 토르1과 제일 가까운 영화입니다. 당장 이 작품보다는 앞으로 나올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역활을 하고 있어요. 총평을 하자면 캐릭터 성과 그래픽, 음악은 최상급, 캐릭터는 상급, 악역은 중급, 스토리는 하급.
그리고 스포 없이 스토리를 한 줄 요약하자면,
인간으로 시작해 너구리에 열광하다 그루트로 끝남.
쿠키가 두 개인데 솔직히 두 개 다 중요하진 않아요. 급하신 일이 있다면 쿠키를 포기하셔도 좋습니다.
단점이 많은데 이 단점들은 장점으로 바뀔 수 있고, 여름 블록버스터로 시원한 느낌이 드니 관람하셔도 완전 실망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일단은 제가 기대한 것에 비해선 많이 실망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