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겪은 건 아니고 부대 간부와 본부 당직 서던 중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위병소 있는 앞쪽엔 도로가 있고 벽돌로 반듯하게 세운 벽이 있었죠. 근데 깔끔한 앞쪽 벽과 달리 탄약고 있는 뒤쪽엔 높은 돌담이 있습니다.
근데 희안하게 돌담이 손바닥 두 개 만한 작은 구멍이 있었죠. 그 구멍은 주위엔 안밖으로 가시 철책이 있고 해서 누가 접근하기 힘듭니다.
구멍이 뚫려 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제가 있던 부대는 허름한 곳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한 번은 장교가 야간 순찰로 총기고, 탄약고, 위병소, 중대 순서로 돌고 있었죠. 근데 총기고를 지나 탄약고로 향하던 중 남자가 구슬프게 우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으흐흐흐. 어무이. 으흐흐흐흑."
쉬어서 가늘고 사람 같지 않은 목소리에 당직 병사와 뒷짐지고 설렁설렁 걷던 장교는 깜놀하면서 급히 소총을 잡고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안 그래도 몇 달 전에 부대 내에 자살사고도 있었고 그 시신까지 확인했던 장교는 죽은 병사가 찾아온 게 아닌가 겁을 집어먹었습니다. 남자 목소리를 못 들었던 병사는 앞서가던 장교가 그러니 허둥지둥 같이 소총을 어깨에 대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씨발. 손전등 비춰봐."
병사는 여전히 어리둥절하면서도 손전등을 잡고 주위를 비췄습니다. 그러다 돌담 쪽을 비췄는데 왠 남자가 정수리를 보이며 서있었어요.
근데 전등을 위아래로 비춰도 남자 몸통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허공에 떠있던 머리는 갑자기 팩하고 고개를 쳐들었고 두 사람은 피칠갑된 얼굴을 보고는 동시에, 으악,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곧 탄약고와 총기고 쪽에서 근무하던 병사들이 한 명씩 장교가 있는 쪽으로 왔다가 역시 머리를 보고는 소리를 질렀고요.
한 사람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지리기까지 했습니다.
장교는 불교라서 묵주를 손목에 끼고 다녔는데 알을 하나씩 굴리면서, 사람이면 오고 귀신이면 물러가라, 소리 질렀습니다.
그러자 그 머리가 나지막하게 이런 말을 했답니다.
"도와주세요."
그 후 몇 분 동안 패닉에 빠진 마음을 진정 시키고 살펴보니 귀신은 아닌거 같고 진짜 사람이 돌담에 머리가 끼어 허우적대고 있었답니다.
사연인 즉, 동네 주민이 근처 상가집에 갔었는데 술을 마시고 얼큰하게 취하고 나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다고 합니다.
술에 만취해서 담에 쳐져 있는 가시 철책에 긁혀도 아픈지 모르고 건너와 돌담을 더듬거리며 울다가 구멍이 있어서 머리를 들이밀었답니다.
근데 구멍이 작아서 들어가긴 어떻게 들어갔는데 빠지지가 않고 하도 울어 목이 쉬어서 소리도 못 질렀다고 하네요.
그래서 얼굴은 돌담에 머리를 밀면서 긁혀 피가 나고 침까지 질질 흘리며 졸고 있는데 마침 장교와 병사가 순찰하다 발견한 겁니다.
장교가 처음 들은 목소린 잠꼬대였던거죠.
그래서 이 이야기의 교훈은 술은 적당히 마시자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