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감상부터 적자면, 최선을 다했고 만족하지만 그래도 최고는 2편이다.
- 스 포 주 의 -
1. 우선 설정 관련해서 초장부터 스카이넷과 존 코너에 대한 내용을 뒤틀고 시작합니다.
이건 최대한 고민해서 낸 결정이라고 봐요. 솔직히 2편 이후에 제작된 3~5편에서 이 두 소재가 너무 많이 소모되어서 더이상 끄집어 낼 게 없는 상태입니다.
감독이나 제임스 카메론이나 이 이상 이야기할만한 게 없어서 다른 요소로 대체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건 후속작을 위한 편성인 게 맞죠. 최소한 앞으로 나올 작품은 존 코너와 스카이넷 설정에서 자유로워졌어요.
새로운 작품을 위한 첫 걸음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비슷한 컨셉으로 낡은 프렌차이즈의 새로운 시작이 된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 오히려 배트맨 비긴즈에 가깝다고 봐요.
물론 이 감상은 차기작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서 바뀌겠지만요. 다크나이트가 될지, 라스트 제다이가 될지.
차기작을 연출한 감독의 부담감이 벌써 느껴집니다.
2. 페미 이야기가 종종 나오지만, 그렇다고 페미 요소가 영활 나쁘게 만들진 않아요.
왜냐면 제임스 카메론이 말했듯 원래부터가 페미 영화인게 터미네이터1, 2이니까요.
단지 페미 이전에, 걍 스토리가 매끄럽지 못했을 뿐이에요. 이건 똑같은 스토리에 남자주인공으로 바꿔나도 똑같습니다.
노골적인 장면도 없고, 그렇다고 그걸 남자주인공으로 대체한다고 스토리가 더 나아지거나 좋아지는 부분도 없고,
페미 설정을 위해서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 캐릭터나 갑자기 먼치킨스러운 스토리도 아니고요.
만약 중간에 여자가 다 해결할거야, 여자니까 옳아! 이런 장면이 있다면 라스트 제다이처럼 느껴졌겠지만,
모든 캐릭터가 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기존 터미네이터의 설정을 페미를 위해서 뒤튼 부분도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존코너가 죽고 스카이넷이 없어진 건, 걍 그걸로 이야길 풀어내기 어려웠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바뀐게 있다면 영화를 보는 현재 관객의 시각이겠죠.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욘 없다고 봐요. 최소한 페미 요소가 이 영화의 질을 떨어트리진 않습니다.
3. 진정한 후속적이라기 보단, 소프트 리메이크에 가깝습니다.
이부분은 요즘 외국 영화판에 대한 이야기인데, 확실한 프렌차이즈를 가지고 대충 후속작을 만드는게 요즘 트랜드인가 봅니다.
아마 어벤져스 시리즈의 성공에서 나타나듯, 이제 꾸준히 1~2년에 한편씩 드라마보듯 영화를 내도 관객들은 따라온다란거죠.
그리고 그런 장기 프로젝트를 위해 성공한 컨셉을 끌어오고 있어요. 마블이나 DC의 코믹스 프렌차이즈나
아니면 기존에 흥행한 영화의 시퀄 시리즈 등이요. 몬스터 버스도 그렇고요.
그러다보니 이번 다크페이트도 후속작을 염두하고 보는데, 이건 실패한 전략이라고 봐요.
왜냐면 대다수의 관객들이 1, 2편에서 이어진 스토리가 어떻게 '종결' 되는지를 보러왔을테죠.
하지만 영화 끝에 주어진 건 '앞으로의 이야길 기대하세요!' 인거죠.
기존 1과 2편은 전편을 안 봐도, 후속작을 기대하지 않아도, 한 편의 영화로 완벽한 완결성을 가지기 때문에 좋은 영화였습니다.
후속작들은 그저 기존의 설정을 '활용'하는 작품이었죠. 특히나 2편이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 건, 1편을 몰라도 2편 자체가 재미있다는 겁니다.
(솔직히 저도 그렇고, 대부분 2편을 먼저 보고 1편을 찾아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새로운 관객에게는 불충분한 설정 설명 하고 있고, 기존의 관객에게는 너무 익숙한 내용들이란 거죠.
기존 설정을 '활용'하는게 아니라 '전면'에 내세워서 "니네 2편에서의 이 쩌는 장면 알지?", "니네 1편에서 사라코너가 무슨 심정인지 기억하지?"라고 들이댑니다.
근데 우리는 그 사이에 유사 터미네이터(3~5편)를 봐왔고, 그 외에도 터미네이터와 비슷한 컨셉으로 성공한 다른 영화들도 봤었단거죠.
그러니까 터미네이터 2는 불멸의 작품이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 자체는 이미 많은 변조를 통해 다양한 유사 작품들이 있어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버려서 좋은 작품들이 많은 영화시장에서 기계인간과 시간여행이 더이상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게 가장 큰 아쉬운 점입니다.
4. 예산이 부족했나? 그래도 액션은 쩐다.
몇몇 부분 색감이 너무 어둡거나, 비행기 씬에서 어지러워서 누가 누군지 잘 파악이 안되는 걸 빼면 액션은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액션을 제외한 나머지에서는 생각보다 아쉬운 점이 많아요.
아마도 예산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팀 밀러 감독은 데드풀 1에서 그런 예산문제를 재치있게 해결했지만
이번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아요.
예산 부분을 이야기한 이유는, 액션 외 장면들에서 너무 쌈마이하게 찍었단 느낌이 들었거든요.
특히나 미래를 회상하는 장면이 그렇죠. 좁은 공간에서 좁은 화각으로 촬영하다보니 솔직히 이게 미래인지, 아니면 공사 중인 건물인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대부분 다른 영화들에서 본듯한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딱히 미래 장면을 보면서 '와 이렇게나 망했네?' 하는 건 없어요.
그 외에도 비슷하게 로드 트립을 하는 세 주인공의 모습도 그렇고요. 걍 대충 - 이동 중 - 자막만 띄워놓으면 이게 남미 투어 영상인줄.
뭐 이건 확실히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위상이 그만큼 죽었고, 그래서 신작을 낸다고 해도 투자 받기 쉽지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그나마 제임스 카메론이 직접 제작한다고 하니 어떻게든 예산 끌어온가라고 위안 삼도록 하죠.
5. 볼만한 게 이것 뿐이야.
요즘 시리즈 영화가 늘어나고 그만큼 우리는 신작보단 후속작을 이어서 보는 경우가 많아졌죠.
하지만 대부분 후속작이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라스트제다이가 그렇고, 최근작이었던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가 그렇죠.
그래도 그런 후속작 가뭄 상태에서 볼만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최소한 새로운 설정으로 3~5편에서 느꼈던 고통을 이젠 벗어 던질 수 있게되었고,
그러면서도 1,2편을 잘 오마주해서 정겹고 흥미롭게 만들긴 했으니까요.
프렌차이즈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건 앞서 이야기 했듯이 다음편에 달렸죠.
그 외에는.....
멕시코 장면이 많았던 건 불만 없었고, 새로운 기계인간인 REV-9은 1,2편의 오마주이지만 너무 소모품이었지 않았나.
그리고 데드풀 오프닝 시퀀스에 나왔듯 진정한 영웅은 각본가이기 마련인데, 이번엔 조금 아쉬웠다는 거.
설명이 적거나(그래서 칼은 뭔데? 터미네이터를 몇 개나 보낸건데? 그럴거면 걍 터미네이터 군단을 보내지 그랬냐 스카이넷아!),
없거나(그 소령은 누구고, 칼이 키우는 개는 왜 안 짖냐?),
뻔하거나(애초에 니가 미래의 사령관이라는 건 등장 때부터 알았다)
그리고 제가 느낄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만약 기존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모르는 새로운 관객이 이 영화로 처음 터미네이터를 접한다면?
(3~5편을 빼고)
오히려 그런 관객들 입장에선 더 재미있는 영화였지 않았나 싶네요.
아무리 그래도 제 입장에선 1, 2편을 제외하고 이번 작품을 감상할 순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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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걱정한 건, 오프닝 로고에서 '텐센트'가 나올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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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중국이 중국하지 않은 몇 안되는 헐리우드 영화였습니다.
아...이번엔 또 어떤 역할로 중국인이 나올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