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작가 이야기가 나와서 다른 마이피 글에도 덧글 썼지만, 좀 더 생각할만한 이야기어서 써봅니다.
물론 그냥 퇴근 전에 월급 루팡을 위해 키보드 치며 일하는 척 하려고 쓰는 거긴 합니다.
예술에 대해 이해가 어렵다면 결국 예술 다른 사물들과 마찬가지로 과정을 통해 가치가 매겨진다고 보면 됩니다.
예술작품이 아닌 걸 통해 설명하기 위해 두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탄소가 맨틀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고 견딘 끝에 150KM 지표를 뚫고 나와 다아이몬드로 비싸게 거래된다.
2. 이번 출시된 아이폰 SE의 부품들 원가는 26만원 정도이다. 그러면 우린 26만원짜리를 55만에서 사는 셈이다.
어려운 이야기 빼고 결론만 쓰자면 '핵심은 본질이 아니라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란 거죠.
얼마전 금요일 금요일 밤에 예능프로그램 속 신기한 미술나라에서
헐값에 팔리던 어떤 화가의 제자의 작품이 알고보니 화가 본인의 작품이라서 엄청 비싸게 거래되었단 이야기가 있었죠.
그 그림은 예나 지금이나 본질은 똑같은 그림입니다. 단지 누가 그렸나에 따라서 그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바뀌어 버린거죠.
예술은 예술이고, 사람들 마다 관점은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게 예술의 미덕이죠.
누구는 가격을 보고 비싸다 할 수 있고, 누구는 그 정도 작가면 비쌀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나도 그리겠다고 말하죠.
유명한 사고 실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처럼 이미 사람들 뇌리에 들어가서 뭐든 한 마디 하게 만드는 게 예술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이야기 하면 할 수록 좋은 작품이 됩니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명확한 답을 원합니다. 예술은 답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답을 알고 싶어하고,
그러는 와중에 작가는 '니 생각도 맞고, 니 생각도 맞다'라는 중도적인 입장을 통해 끊임 없이 사람들이 각자의 답을 찾게 만듭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건 예술 말고도 대중 문화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흥행한 건 유튜브를 통해 끊임없이 '저게 뭔 내용이냐'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우리가 말하는 명작 게임들도 보면 클리어 후에도 계속해서 이야기 거리를 만들면서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고
생각나서 다시 찾아가서 플레이하게 되는 작품들이 아니었나요.
수 백년의 시간이 흘러 이우환 작가에 대한 기록이 잊혀지고 알 수 없는 작품만 남는다면?
그렇게 과정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면 과연 그때도 점 찍은 그림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요?
예술에서 실효성, 물질적 가치를 찾는다면 어떠한 이야기도 꺼낼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게 비싼 점 찍은 종이쪼가리인거죠.
그런데 생각을 발전시켜보면, 어쩌면 우리 발에 채이는 돌맹이조차 수 천년 전 어느 위대한 원시인이 동굴에
벽화를 그리기 위해 사용하던 걸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런 생각을 한 것만으로 내 발에 걸린 돌맹이가 다른 돌맹이와는 다르게 보일 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이 맞다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하찮은 돌맹이는 순간 예술적 가치를 가지게 되겠죠.
제 생각이 무시된다면 그러면 결국 그냥 돌맹이로 끝나는 거고요.
이런 식으로 유연하게 생각하면 예술이란 개념도 참 어렵지 않고, 그냥 사람 마음 먹기 달렸단 겁니다.
사람이란 수학공식처럼 답이 있는게 아니니까요.
재미있는 상상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