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쉽게도 보궐선거는 참패에 가깝네요.
보통 정치적으로 승, 패를 가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로 적당한 표현이 없을 정돕니다.
부산이야 본래 보수 우세 성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서울은 특별시라는 명칭처럼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서울의 특징을 꼽자면, 외부 거주자 중심 / 주요 산업분야의 핵심 인력 / 꽤나 평탄화된 연령과 성별층이죠.
즉, 서울의 정치성향이 대한민국 평균이라 볼 수 있을 정돕니다.
게다가 예전 대선부터 보면, 서울시의 표는 '중도표'의 기준점처럼 작용합니다.
서울시민들은 특별한 지지기반보다는 현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는 거죠.
그런 중도표심 자체가 이미 보수 기반으로 움직였다는 건데,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사회나 정치적 성향이 일반 대중들과 다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보궐선거로 나타난 결과는, 민주당부터 그 지지자들까지도
앞으로 보수를 지지한 대중들(고정지지자 말고)의 생각을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상황입니다.
2. 물론 민주당과 국짐당이란 타이틀을 버리고도 오세훈에게 유리한 선거였습니다.
첫째로 오세훈을 내세운 건 꽤 좋은 전략이었어요. 보궐선거이므로 시장 임기는 짧고
그 짧은 임기 동안 일할 사람이라 함은 기존에 해봤던 사람이 유리합니다.
흔히 편의점 알바 빵꾸 났을 때, 대타로 그만둔 사람 불러오는 것처럼요.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나왔다면 지금과 반대 결과였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게다가 그 상대가 박영선인데, 박영선은 중소벤쳐기업부장관 직은 수행했어도
기초단체장 경력은 전혀 없었으니 매우 불리한 상태였고요.
물론 민주당 입장에선 남성 후보를 내세울 상황이 아니었으니 이해는 하지만요.
둘째로 오세훈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단 거죠.
아마 오세훈 본인도 투기 문제가 표심에 영향 없을거라 예상 했을 겁니다.
현재 박영선 측에서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대중들에게 공감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오세훈에 투표한 사람들도, 오세훈의 내곡동 땅이 불법을 저질렀단 걸 알면서도 찍었을 겁니다.
이미 그 정도 불법은 정치적 흠집으로 작용 못하는 정도로, 현재 정치판 자체가 이미지를 조진 상태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LH 의혹 자체가 보수 쪽에서 정치적으로 존버하다가 보궐선거 시기에 맞춰 터트린 것 같단 의혹이 들지만,
거기까진 너무 심한 비약인 거 같네요.
마지막 세번째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요구하는 청렴도가 한계치에 다다랐단 겁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희생을 강요하면 버틸 수 없죠. 그런데 그 희생이 공평해야 하는데, 편차가 심하단 게 문제입니다.
TV에선 여전히 마스크 없는 세상이 펼쳐지고, 교회와 같은 특정 기관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심지어 위반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과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쳇바퀴처럼 계속해서 같은 상황이 돌아가는 중이죠.
그러니 차라리 공평하게 제한할 게 아니면, 같이 죽더라도 풀어버리자 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갈 수 있어요.
그리고 오세훈이 그렇게 해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을 거에요.
이렇게 세 가지 부분이 오세훈이 당선된 주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3.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일단 민주당은 이제 미뤄났던 방학 숙제를 해야할 시기가 온거죠.
180석 가지고도, '아 개학 1주일 전부터 할거야.' 했던 나태한 자세를 고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민주당의 가장 큰 불만은, 문 대통령이 하는 일을 전혀 돕지 않는단 거였죠.
검찰개혁? = 나중에~. / 언론개혁? = 좀 있다가~. / 정권심판? = 그게 뭐죠?
민주당 스스로 왜 본인들이 다수당이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민주당을 지지해서라기 보다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지지를 받지 못했을 때 어떻게 되었는지 보았기 때문인데 말이죠.
그래서 다수당 만들어줬더니 그래도 또 노 대통령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요.
국짐당 입장에선 이제 뻘짓만 안하고 착실한 이미지만 보여주려고 할 겁니다.
게다가 생각 외로 대선 후보로 낼만한 사람이 많아요.
홍 모씨라던가, 안 모씨라던가.
그에 비해서 민주당인 이번 보궐선거로 곳간이 비었죠. 특출한 누군가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4. 민생은 정치인이 제대로 일하기만 해도 안정되는 것
사실 정치도 결국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거고, 그에 따라서 시장이나 대통령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일 뿐,
실질적으론 공무원과 민간인들이 본인의 자리에서 사회적 규범에 따라 일하기만 하면 저절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맡은 일만 잘해도 안정되는 게 사회인데, 아쉽게도 높으신 분들 입장에선 내가 맡은 일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게 문제죠.
어디는 정치를 이용해 돈 벌려고 하고, 어디는 정치를 이용해 일을 안하기도 하고, 어디는 내가 더 잘났다고 뻐기면서 싸우기마 하고.
전 이번 결과로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이 내년부터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혼란기에서 정치인이라는 본분에 충실한 사람만이 지지 받고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세계화 시대에서 너 보수냐, 진보냐 따지는 건, 너 흑인이야 백인이야 따지는 거랑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수가 진보성향의 복지 공약을 내세우고, 진보가 투기성향의 공약을 내세우는 현 모습에서
과연 당론이란 게 존재하는 건가, 아니면 이제 정치도 '개인을 판단하는 시대'가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제 어느 당이냐는 투표를 할 때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어요.
보수가 다시 올라오고 진보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결국 50:50으로 돌아온 상태라고 보고
앞으로 양측 모두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사람을 위한 정치'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P.S
꼭 이럴 때면 돌아가신 노 대통령이 그립습니다.
박그네는 잘하는데 밑에놈들이 문제야!
이거 많이 보던 패턴 아님? 남탓도 적당히 해야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