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일하는 곳이 전문 연구원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서 석사, 박사급 연구원 세 명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전 관련 학위는 없지만 해당분야 경력으로 좋은 성과들을 많이 내서 반쯤 스카웃 형식으로 현재 있는 곳에 들어왔죠.
연구와 행정 둘 다 되는 멀티플레이어 형태로 일하는데 급여는 그냥저냥이지만 칼퇴와 복지가 좋아서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도 이쪽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한다면 필요할 것 같아서 올해 석사 과정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2. 그러다 작년에 박사급 연구원 한 분이 임신+원래 몸이 안 좋았는데 입원해야 해서 퇴사하고
올초에 신규 박사를 뽑았습니다. 근데 이분..... 제가 여러 인간군상들을 봐왔지만 그 중 TOP 3에 들 정도로
일을 못합니다. 심각하게 못합니다. 박사 논문은 어떻게 썼을지 궁금할 정도인데다가
실제 학위논문 검색해서 박사 졸업 논문을 봤더니 학사급 논문이 어떻게 졸업심사에 통과했을지 모를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거기다 극한의 이기주의에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반 년간 진행한 연구실적이 같이 일하는 저의 1/10 수준이었죠.
근데 계약직으로 뽑은데다가 인사팀에서는 계약직을 중간에 징계하고 자르는 거에 심각한 부담을 느껴서
그냥 놀더라도 냅두고 1년 계약기간 끝날 때까지 참자는 분위기가 부서에 있었죠.
준정부기관이니 그냥 안고 가자는 분위기였지, 일반 사기업이었으면 1주일만에 짤려야 마땅한.... 그런 분입니다.
3. 그러다 지난 5월에 대외문서에 제게 이야기도 안 하고 제 이름과 연락처를 넣고 자기 이름은 쏙 빼놓아서
모든 민원이 갑자기 제게 밀려오는 상황이 되었고, 이에 너무 큰 실망감을 느껴서 부서장과 상담하고 이직하려고 했습니다.
(왜 그랬냐 물어봤더니, 자기 업무가 많아서요, 라고 답함. 거기서 한 대 칠 뻔...했지만 참았네요)
하루만에 이력서 써서 되는데로 막 지원했는데 10군데 넣어서 7군데는 서류 통과하고, 그 중 3군데가 최종면접까지 합격했죠.
4. 합격한 3군데와 연봉 조정하면서 이직 준비하고, 그 박사 연구원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게 지난주에 이직한다고 이야기도 끝내놓고
7월 5일부터 출근 예정이었습니다. 전 인수인계 준비하고 지금까지 한 업무문서나 공문들도 엑셀에 링크 넣어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추가로 초등학생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일할 수 있는 엑셀이랑 워드 양식 같은 거 만들어주고 있었죠.
5. 근데 오늘! 갑자기 그 박사가 '저 오늘 퇴직합니다.'하고 빅엿을 맥이고, 하던 일도 정리 안하고 퇴직서 써버림.
그리고 남은 연차 신청하고 '잘 있으라.'하고 하고 퇴근해버렸네요.
안 그래도 인력 부족이라서 저까지 나가면 남은 한 분이서 세 명 분의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라서
갑자기 부서장부터 다 와서는 미안하지만 안 그만두면 안되냐고 붙잡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곤란한 상황이라서 일단 내일까지 생각 좀 해보겠다고 하고 말았습니다.
6. 그러다 인사팀 사람이 방문해서 잠깐 이야기하는데 모 대학 교수로 뽑혔다고 자랑자랑을 하고 갔더고 하더군요
그래서 마침 그 대학에 아는 사람도 있겠다 물어봤더니, 교수는 무슨, 1년 연구원 계약직으로 갔다고 합니다.
나가는 마당에 뭐가 아쉬워서 또 뻥을 치고 나가는지.
그 대학의 지인과는 같은 부서로 발령난 건 아니라서 안 좋은 소리는 안 하고
그래도 혹시라도 업무상 엮이는 게 있으면 뒤통수 안 맞게 조심하라고만 했습니다.
7. 여튼 이직하려던 원인이 사라져서 갑자기 또 이직하려는 마음이 없어진 것도 있고
왠지 준비도 안하고 한 달만에 이력서 내서 쉽게 최종합격해서인지
언제든지 이직하고 싶으면 할 수 있겠단 생각도 드네요.
급여는 지금보다 이직하려던 곳들이 다 높았고, 장기적으로도 괜찮은 곳이지만
출퇴근도 2시간씩 소요될 정도로 멀고 지금 일하는 곳에 그 박사만 빼면 나머지 분들도
다 사람 좋고 분위기도 괜찮아서 일 할 맛 나거든요.
=======================
세 줄 요약
1. 새로 온 사람 땜에 빡쳐서 이직하려고 함
2. 10군데 이력서 내서 3군데 최종 합격함
3. 근데 빡치게 한 사람이 먼저 빤쓰런 해서 이직할 이유가 없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