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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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이직하려다 취소하려고 고민하는 이야기 (16) 2021/06/29 PM 04:56

 

 

 

1. 제가 일하는 곳이 전문 연구원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서 석사, 박사급 연구원 세 명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전 관련 학위는 없지만 해당분야 경력으로 좋은 성과들을 많이 내서 반쯤 스카웃 형식으로 현재 있는 곳에 들어왔죠.

  연구와 행정 둘 다 되는 멀티플레이어 형태로 일하는데 급여는 그냥저냥이지만 칼퇴와 복지가 좋아서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도 이쪽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한다면 필요할 것 같아서 올해 석사 과정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2. 그러다 작년에 박사급 연구원 한 분이 임신+원래 몸이 안 좋았는데 입원해야 해서 퇴사하고

  올초에 신규 박사를 뽑았습니다. 근데 이분..... 제가 여러 인간군상들을 봐왔지만 그 중 TOP 3에 들 정도로

  일을 못합니다. 심각하게 못합니다. 박사 논문은 어떻게 썼을지 궁금할 정도인데다가

  실제 학위논문 검색해서 박사 졸업 논문을 봤더니 학사급 논문이 어떻게 졸업심사에 통과했을지 모를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거기다 극한의 이기주의에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반 년간 진행한 연구실적이 같이 일하는 저의 1/10 수준이었죠.

  근데 계약직으로 뽑은데다가 인사팀에서는 계약직을 중간에 징계하고 자르는 거에 심각한 부담을 느껴서

  그냥 놀더라도 냅두고 1년 계약기간 끝날 때까지 참자는 분위기가 부서에 있었죠.

  준정부기관이니 그냥 안고 가자는 분위기였지, 일반 사기업이었으면 1주일만에 짤려야 마땅한.... 그런 분입니다.

 

 

3. 그러다 지난 5월에 대외문서에 제게 이야기도 안 하고 제 이름과 연락처를 넣고 자기 이름은 쏙 빼놓아서

  모든 민원이 갑자기 제게 밀려오는 상황이 되었고, 이에 너무 큰 실망감을 느껴서 부서장과 상담하고 이직하려고 했습니다.

  (왜 그랬냐 물어봤더니, 자기 업무가 많아서요, 라고 답함. 거기서 한 대 칠 뻔...했지만 참았네요)

 

  하루만에 이력서 써서 되는데로 막 지원했는데 10군데 넣어서 7군데는 서류 통과하고, 그 중 3군데가 최종면접까지 합격했죠.


 

4. 합격한 3군데와 연봉 조정하면서 이직 준비하고, 그 박사 연구원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게 지난주에 이직한다고 이야기도 끝내놓고

  7월 5일부터 출근 예정이었습니다. 전 인수인계 준비하고 지금까지 한 업무문서나 공문들도 엑셀에 링크 넣어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추가로 초등학생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일할 수 있는 엑셀이랑 워드 양식 같은 거 만들어주고 있었죠.

 

 

5. 근데 오늘! 갑자기 그 박사가 '저 오늘 퇴직합니다.'하고 빅엿을 맥이고, 하던 일도 정리 안하고 퇴직서 써버림.

  그리고 남은 연차 신청하고 '잘 있으라.'하고 하고 퇴근해버렸네요.

  안 그래도 인력 부족이라서 저까지 나가면 남은 한 분이서 세 명 분의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라서

  갑자기 부서장부터 다 와서는 미안하지만 안 그만두면 안되냐고 붙잡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곤란한 상황이라서 일단 내일까지 생각 좀 해보겠다고 하고 말았습니다.

   

 

6. 그러다 인사팀 사람이 방문해서 잠깐 이야기하는데 모 대학 교수로 뽑혔다고 자랑자랑을 하고 갔더고 하더군요

  그래서 마침 그 대학에 아는 사람도 있겠다 물어봤더니, 교수는 무슨, 1년 연구원 계약직으로 갔다고 합니다.

  나가는 마당에 뭐가 아쉬워서 또 뻥을 치고 나가는지.

 

  그 대학의 지인과는 같은 부서로 발령난 건 아니라서 안 좋은 소리는 안 하고 

  그래도 혹시라도 업무상 엮이는 게 있으면 뒤통수 안 맞게 조심하라고만 했습니다.

 

 

7. 여튼 이직하려던 원인이 사라져서 갑자기 또 이직하려는 마음이 없어진 것도 있고

  왠지 준비도 안하고 한 달만에 이력서 내서 쉽게 최종합격해서인지

  언제든지 이직하고 싶으면 할 수 있겠단 생각도 드네요.

 

  급여는 지금보다 이직하려던 곳들이 다 높았고, 장기적으로도 괜찮은 곳이지만

  출퇴근도 2시간씩 소요될 정도로 멀고 지금 일하는 곳에 그 박사만 빼면 나머지 분들도 

  다 사람 좋고 분위기도 괜찮아서 일 할 맛 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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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줄 요약

 

1. 새로 온 사람 땜에 빡쳐서 이직하려고 함

2. 10군데 이력서 내서 3군데 최종 합격함

3. 근데 빡치게 한 사람이 먼저 빤쓰런 해서 이직할 이유가 없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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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틴    친구신청

어디나 그렇지만, 연구쪽은 사람 잘 만나는게 엄청 중요한걸로 아는데 지금 인원이 좋으면 있으셔도 무방할거 같네요. 그렇다고 원한 남기면서 이직하시려던 것도 아니니 위에서 딱히 나쁘게 볼 것 같지도 않구요

O북극베어O    친구신청

저도 갑자기 원인이 없어져서 지금까지 고민한 게 붕 떠버리니 허무합니다. ㅋ

복숭아원숭이    친구신청

원인이 제거되었으니, 다른 불만이 있는게 아니라면 그냥 다니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급여는 이직하려던 곳하고 비슷하게 조정하시면 될듯하고요.

O북극베어O    친구신청

역시 계속 다니는 게 답이겠죠. ㅋ

공허의 집시데인저    친구신청

지금 사람들이 괜찮으시면 이직안하시는게 나을 수도 있어요.
이직한 회사에 더한 진상이 있을 수가 있더라고요 ㅠㅠ

O북극베어O    친구신청

그건 생각 못했네요. 여튼 사람들이 다 좋으니 계속 있어야 겠습니다.

Vague Hope    친구신청

보통 그만둔다고 말했어도 퇴사의 원인을 모두가 인지했는데 제거 됬잖습니까. 위에선 작성자분이 제일 먼저 그만둘 사람이란 인식이 생기는건 감안해야겠지만 현직도 대우가 나쁘지 않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고르시면 될듯.

O북극베어O    친구신청

그래도 박사가 오늘 그만두니까 같이 일하는 분들도 다 잘 됐다고 해주셔서
나중에 이직하더라도 일단은 계속 다녀야 겠습니다. ㅋ

불타는 쿠마    친구신청

저도 개발쪽에 있어서 석박들 많이 만나지만,
진짜 박사들중에 이상한놈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참고로 저도 학사.

O북극베어O    친구신청

저랑 비슷하시네요. 반갑습니다. ㅋㅋ

그래도 다른 분들은 제 학위랑 상관없이 업무만 보고 잘 평가해주시는데에 비해
오늘 그만둔 박사는 평소에도 '박사가 일하는 건 다르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질적으론 기관 전체에서 쓰레기 평가를 받는 건 본인이란 건 모르시더군요 ㅋ

Ezrit    친구신청

이직한 곳에 더 미친 놈이 있는 건 꽤 흔한(?) 클리세라...;

특히 출퇴근 2시간은 치명적인 단점이네요.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야말로 돈입니다.

O북극베어O    친구신청

어디 멀리라도 그 박사하곤 떨어지고 싶었는데 알아서 떨어져 나가서
그냥 계속 다녀야겠네요

Artyna R.S    친구신청

어디든 '바보 보존의 법칙'이 절대적으로 적용 될 겁니다. 이직하는 곳이 지금 계신 곳보다 정말 월등하게 좋아서 이직 안 하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가 아니라면 고민 해보는 게 맞아 보입니다.

철철새    친구신청

그런데 붙잡으며 연봉조정얘기는 안하던가요? 연봉조정만 되면 해피할거같은데

원더풀마왕    친구신청

연봉조정 얘기해보세요

안되면 이직 생각하면 되겠지만 되면 장땡 아입니까~

驕慢[교만]의 墮天使    친구신청

윗분들 말씀처럼 이미 이직을 하기로 했는데
연봉만 어느정도 선에 맞춰 주시면 그냥 다닐게요. 라고 하세요.
어차피 다른데 이직 결정 됐는데 아쉬울거 없으니 일단 지르시는게....

주인장님 그만 두시면 다른 사람들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거 연봉을
이야기 해보시는것도 좋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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