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까지 잡담 한 마디. (여기서 필자의 더러운 성질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것이 불만스러운 게임이었다.
달려서도 3분내에 주파할 수 있는 지독하게 좁은 대륙들로 이루어진 좁은 맵은 세계를
돌아다닌다는 느낌을 준 적이 없다.
마을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모든 걸 마테리아로 통일하여 오히려 잃어버린 합리성은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엉망진창인 균형은 목숨을 건 대결인지 몬스터 학살인지 구분이 가지 않게 하며
역시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쓸모없는 캐릭터 유피, 코미디에 가까운 바하무트 개와 바하무트 영식,
용서가 안되는 KOR, 아이디어의 빈곤함,
‘크라우드의 정체’를 빼고는 볼 것이 하나도 없는 스토리, 수없이 튀어나와
오히려 스토리의 진중함과 리듬을 잃어버리게 해서 집중을 깨트리는 미니게임,
사이버 펑크 분위기의 미드갈과 드레곤 퀘스트풍의 캄이 바로 연결되는 등
일관되지 못한 분위기,
지극히 평면적이라서 사람이라는 느낌이 안 드는 캐릭터들.
사실 캣토시의 반만큼이라도 입체감을 가진 캐릭터 본 적이 없음.
특히 디오같은 캐릭터는 초등학생에게 게임 캐릭터 디자인해보라면
나올 법한 극도로 단순한 캐릭터이다.
귀엽게 보이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에어리스를 보면 정나미가 다 떨어진다.
시드-거친 말투에 우수한 기술. 쳇, 이건 건담에도 못 나가는 마징가 Z용의 캐릭터이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유치하다는 것을 가지고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저연령층에 어필하려면 지나치게 복잡한 캐릭터는 전혀 필요없다.
저연령층에 어필하는 캐릭터는 류나 카즈야, 아키라이지 햄릿이나 라스콜리니코프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완전히 저연령층 대상의 게임으로 갈 것이지
크라우드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복잡하다.
어린 시절의 컴플렉스, 기억상실에 의한 개체성 상실,
자아 상실에 정신분열 증상까지 보인다.
유치한 정도이지만 그래도 이건 저연령층 대상이라기엔 복잡하다.
그리고 신라 컴패니 같은 경우에는 기업의 사회 지배라는 패러다임의 변화까지도 보여준다.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저연령층 대상으로는 복잡하고, 고연령층 대상으로는 유치하니 답이 없다.
이게 일본식인가?
미니게임들과 코믹스러운 캐릭터들과 경황 없는 스토리 등,
분위기는 정말 너무 밝고 소란스러워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단 한번도 침울하다거나 우울한, 무거운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했는데도
주제는 인간의 개체성 확립이라는 무거운 것이다.
-혹은 그럴 것이라 짐작한다. 솔직히 이 게임에 어떤 주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자승자박의 환경속에서, 어쩌라는 거야?
거의 악의에 차서 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FF7은 훌륭한 게임이다.
필자는 FF라는 거대하고 권위있는 이름에 대해 비판을 하는 글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총대를 매는 기분으로 비판을 해 보았을 뿐이다.
절대로 스퀘어나 FF를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드래곤 퀘스트와 더불어 가장 자국민에게 어울리는 게임을
만들어온 스퀘어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모든 것이 일본풍이다.
그들의 미메시스는 그들 자신을 따를 수 밖에 없을테니.
열도의 섬민족에게 어울리는 분위기인 것이다.
웅혼한 기상은 없지만 아기자기하고,
거칠고 황량하고 장대한 분위기는 없지만,
하이꾸같은 짤막짤막한 서정이 흐른다.
일본인은 그 협소한 어휘체계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형을 가진 민족이며,
서사시를 가지지 못한 민족이다.(불쌍한 일본인을 위해 묵념.)
그런 민족이 가장 서사시다와야 할 RPG를 만들면 결국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의 길만을 따라가는 일본도에, 인물상호작용은 가장 낮은 정신수준에서만 이루어지고
(위자드리나 울티마의 대화를 생각해 보시오.),
중국의 소녀경을 연상시키도록 미소년 미소녀 캐릭터만 난무하고,
그래, 특히 이 ‘난무’라는 개념에 목숨을 걸다싶이 매달리는 점.
더블마법, 더블소환, 마법난무, 일섬, 마구쏘기.
생각하면 얼마나 치졸하고 유치한 것들인가.
힘에의 숭상이 아닐까.
하지만 그것이 자국민들에게 잘 맞다면, 타국민인 내가 왜 목소리 높여 떠든단 말인가.
FF7은 분명 일본인들에게는 참 훌륭하고 좋은 RPG일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아직 자신이 일본에 중독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뿐이다.
그러고보니 다시 욕설 비슷하게 쓰고 있군.(필자의 소갈머리를 확인할 수 있다.)
10년 전에 통신에 돌던 FFⅦ 매뉴얼의 맺음말이라 한다.
나는 그 당시 일부러 통신을 멀리 했기 때문에 잘 모른다.
여튼 이 매뉴얼에는 중간중간 필자의 비난이 가득하다가 끝에는 저렇게 맺었다 한다.
왠지 놀랍게도 지은이는 한국 판타지 소설계에서 유명한
「龍王(원제 아님. 비틀었음)」의 李모씨라고 한다.
1972년생으로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이고
1997년 저 당시 하이텔에 「龍王(원제 아님. 비틀었음)」을 연재했다.
李모씨의 책은 제대로 읽어본게 없다.
친구가 빌려온 「북극성 광시곡 1권(원제 아님. 비틀었음)」을
대충 읽었본게 전부다. (재미없드라~)
여하튼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龍王(원제 아님. 비틀었음)」이
재미있다고 하더라.
나도 하도 많이 듣다보니 관심이 가서 언젠가는 읽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위와 같은 10년전의 헛소리를 보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저건 단순히 일본을 까는 것 아닌가...
저런 양반이 왜 일본 게임을 즐기고 공략을 썼는지 의문이다.
일본에서는 그들의 서사시라고 하면
고사기, 일본서기, 헤이케 이야기, 유카라(아이누) 등을 댄다.
국어국문학 학사가 "서사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서사시"와 어휘 체계는 뭔 상관인가...
"서사시"의 개념을 10년이 지난 아직도 모르고 있을까하는 걱정도 된다.
그냥 단순히 "좀 있어보이는" 말로 포장해서 그럴 듯 하게 꾸며내고 있는 것 같다.
남을 짓밟아서 자신은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속물이다.
그리고 외국의 문화란게 다 차이가 있는 법이지 우월은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FF라는 거대하고 권위있는 이름에 대해 비판을 하는 글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총대를 매는 기분으로 비판을 해 보았을 뿐이다.」
어디가 비판인가? 비난을 잘못쓴 것 아닌가?
같잖은 영웅 심리 밖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