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내가 제주가서 유일하게 찍은 바다 사진
특출난 이벤트나 경관은 그리 없기에
짧게짧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최초목적은 '제주도에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제주도에 도착한 시점에서 목적 달성.
무슨 폭포니, 무슨 바위니 그런 것에는 흥미도 관심도 없었기에,
그리고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냥 리프레시를 겸하여 쉬러 간 것이기에
비행기까지 탄 모처럼의 여행이라는 생각은 버리고 여유있게 게으름 피우기로 함.
그래서 제주도 오기 전에 유일하게 해보기로 계획한 오분자기를 먹으러 가기로 함.
근데 내가 멍청이라 제주도 스케일을 잘 몰랐음.
시벌 제주도 존나 넓어요.
공항에서 오분자기를 주로 판다는 성산 일출봉까지 택시타면 수만원 나오는 거리.
버스로도 한시간 넘게 걸린다 함.
심지어 택시 기사님이 요즘은 오분자기 시즌이 아니라고 하심.
그래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바다볼 수 있는 갈치조림을 먹으러 가자고 했음.
아저씨가 탑동에 내려주심.
가장 가까운 가게로 가서 갈치조림을 시켰음.
가격은 15000원.
좀 비싼감이 있었지만 관광지니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냥 쳐묵쳐묵함.
두조각 달랑 나오고, 밥공기도 따로 계산되었는데
왠지 내가 호구가 된 기분이었음.(실제로 호구인 듯 하지만 인정하긴 싫음ㅋㅋㅋ)
맛은 그냥 갈치조림.
제주 갈치조림이 유명하다며? 이러면서 제주도로 그거 먹으러 가지 마셈.
그냥 전라도 어딘가의 정식 잘 하는 곳에 나오는 그런 갈치조림과 전혀 다를 거 없음.
씨발 그냥 동네 밥집에서 갈치조림 15000원 어치 먹었으면
배 찢어지게 먹었을건데...
그러고 밥공기까지 따로 계산된 16000원을 계산하고 바다쪽으로 걸어가는데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서 발견한 문구.
'갈치조림 10000원'
이런 시발? ㅋㅋㅋㅋㅋㅋㅋ
그 문구를 보자마자
명박 성님의 '이새끼가?' 짤방에 나오는 표정이 되었음 ㅋㅋㅋ
그렇게 성공적으로 호구등록을 마치고나서
해변을 걸었음.
첨부 사진이 여기에서 찍은 것.
근처에 용두암이라는 곳이 있다는데 아무리 사진을 봐도
용대가리 같이 보이지 않았기에 그냥 거기까지 가진 않고
방파제 따라 걷기만 했음.
그러고는 SNS에서 만난 제주사는 아가씨 만나기로 해서
흑돼지 전문점 '돈사돈'이라는 곳을 감.
가니까 사람들이 막 줄서서 먹음.
안에 연애인들 싸인 같은 것들이 엄청 많이 걸려있었음.
내가 직접 확인한 건 리키김 싸인.
나머지는 자세히 안 봐서 모름.
일단 들어가진 않고 그 앞에서 약속시간까지 기다리기로 함.
기다리는 중에 돈사돈 길 건너편에 과일가게가 있길래
거기에서 황금향을 사다가 부모님께 택배로 보내드림.
황금향은 오렌지랑 귤의 중간급 품종인데
귤보다 더 말랑말랑 부드럽고 절대적인 단맛을 보장하는 그런 과일이었음.
두 상자 사서 보내고 나니까 아줌마가 하나 먹어보라고 주시는데
존나 맛있어서 속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먹었음.
그 아가씨와 약속시간이 되어 같이 먹은 돈사돈도 나쁘지 않았음.
고기가 존나게 두꺼워서 그게 맘에 듦.
한가지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미리 줄 서 있다가 들어가게 되서
고기 굽는 중에 오겠지 싶었는데 시간을 잘못 맞춤.
그리고는 먼저 쳐묵쳐묵하는데 고기 굽는 직원이 자꾸 기름소금장에 다 구운 고기를 올려줌.
아니면 드레싱 된 야채 접시에 올려주던가.
나는 그냥 풋고추+쌈장이랑 먹는데 자꾸 그렇게 올려주니까 개빡침.
한두번이면 참겠는데 왜 자꾸 올려주는거야? 시발
그래서 나중엔 내가 알아서 먹을테니까 다 구워지면 그냥 냅두라고 말했음 ㅋㅋㅋ
근데 실제로 맛있고 없고를 떠나서 '맛집'이라고 되 있는 곳들은
먹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그런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음.
새우젓 통에다가(마늘 굽는 작은 스댕 그릇 같은 거) 청양고추를 몇개 잘라넣더니
그걸 고기굽는 연탄불 위에 올려서 여기에 찍어먹으라고 막 강요함.
실제로 찍어먹어보니까 시발 짜기만 하고 존나 맛없음.
그래서 그냥 내가 먹던대로 풋고추+쌈장에 먹으니까 맛남ㅋㅋㅋ
암튼 그거 다 먹고 그 아가씨가 자꾸 뭔가 안내 해주고 싶어하는데
나는 이제 볼 거 다 봤으니까 시내에서 놀자고 했음.
그래서 그 아가씨 자주가는 바에가서 피치생이라는 걸 먹음.
복숭아 생맥주인데 맥주 같이 고소하지 않고
달달한 뒷향이 나는 그런 맥주였음.
아주 맛났음.
그거 두잔 시켜서 한잔씩 먹고
한잔 더 시켜서 반반 나눠먹음.
쳐묵쳐묵 맛나다~
그 다음에 간 곳이
그 아가씨가 자주가는 카페였는데
거기에 '말차 빙수'라는 게 있었음.
내가 제주와서 먹은 것들 중에 가장 먹을만 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는데
맛은 녹차맛과 비슷함.
말차랑 빙수를 갈아서 빙수 그릇이 아니라
넓은 접시에 주는 특이한 형태였음.
한 가운데 녹차아이스크림(혹은 말차 아이스크림?) 두개를 떠서 올려놓았고
깍두기 크기만한 떡을 군데군데 배치한 형태였음.
이거 존나 맛남.
이제 곧 겨울시즌이겠지만 제주 가면 이거 한번 드셔보셈.
무슨 바위니 폭포 같은 건 사진으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음.
하지만 먹는 건 직접 혀로 느끼지 않는 한 무슨 맛인지 모름.
그니까 이거 먹으세영.
결론 및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
그 아가씨 이뻤어요. 게다가 성격도 얌전하고 착한 분이었음.
그리고 그 아가씨랑은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나이차도 많이나고
나도 딱히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만난 건 아니었음.
암튼 말차빙수 알려줘서 겁나 고마웠네요.
나중에 서울 올라오면 잘 대접해야지.
추신 - 대한항공보다 진에어 스튜어디스가 더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