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단편단편으로만 들어서 전혀 몰랐는데
아침에 출근하면서 지금까지 아버지의 인생을 조금씩 곱씹어보니까
존나 쩔음ㅋ
성장과정은 생략하고
사회인 연대기만 봐도...
45세에 K모 그룹 계열사 CEO가 되심.
다른 직원들이 다 하기 싫어하는 빡쎈 파견, 발령 같은 거 전부 본인이 자청해서 하셨다 함.
지금 기억에도 몇번 부하직원 분들이 집에 오셨을 때
아버지를 과장, 차장으로 불렀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음.
부장, 이사, 사장님. 이렇게는 기억이 좀 나는데...
IMF 터졌을 때 직원 한명도 안 자름.
전원 상여금 반납하고 2~3년 정도 버텼다 함.
일이 없으니까 다들 회사와서 햇빛 쬐고 있다가
뒷산 올라가서 풀뽑거나 족구 같은 거 했다고 ㅋㅋㅋ
그러다가 눈꼽만큼이라도 생산량이 늘어나면 바로 투입해서 바로바로 생산량 충당하고
주문량이 늘어나자마자 바로바로 양을 맞춰버리니까 그쪽으로만 주문이 몰림.
그래서 조금씩이나마 회사가 점점 일이 늘어났고
결국 전부 복구 하고나서 흑자 전환에 밀린 상여금까지 전부 다 나눠줌ㅋ
당시 지역 신문에도 났었음.
회사들 줄도산할 때 유일하게 흑자 찍은 회사라고...
어렸을 때는 그냥 '근갑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지림ㅋ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는지 상상도 안 됨.
지금도 그쪽 지방에 개인적인 용무로 놀러가시면
그때 직원들이 어찌 알았는지 귀신같이 찾아와서 인사드리고 간다 함 ㅋㅋㅋ
그러고 몇년 후...
K그룹 높은 아저씨들이 아버지가 맡고있던 회사를 탐내기 시작함.
다들 허덕허덕할 때 흑자내고 쑥쑥 컸으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인 모양임.
그래서 아버지 토사구팽 시발ㅋㅋㅋ
아버지가 그 그룹 회장님을 지금까지도 존경하시는걸로 알고 있는데,
그 자리까지 아버지가 오시는데 막대한 도움을 주셨다고...
근데 그 분 혼자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그룹 내 여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 같음.
암튼 그렇게 팽당하고 아버지 존나 실의에 빠지셨음.
그럴만함. 청춘을 다 쏟아붓고 망해가는 그룹 계열사 하나 살려놨는데
그렇게 짤렸으니...
그때 가족도 다 팽개치고 머리깎고 절로 들어가려고 생각하셨다 함.
(근데 요즘은 성당 다닐거라고 말씀하심. 단, 낚시 하고 골프 치시느라 바빠서 못 가시는 거라고 ㅋㅋㅋ)
암튼 그렇게 있다가 한줄기 구원의 빛같은 커넥션이 이루어짐.
아버지가 아직 잘리기 전에 주 거래 사중에 일본 계열사가 있었는데,
(통역 안 쓰고 다이렉트로 영업, 접대, 계약까지 다 따내시느라 독학으로 일본어 마스터 쩌렁ㅋ)
일본의 T모 그룹에서 스카우트가 옴.
그래서 그쪽 계열사 CEO로 다시 업계 복 to the 귀.
이때 포지션도 최근에 들은건데 존나 쩔음.
그 그룹 CEO 들은 전부 계약직임. 한마디로, 계약 안 하면 전부 짤림.
근데 아버지는 등기 이사였다고 하셨음. 즉, 그 그룹의 정식 소속으로 정년 보장.
그룹 역사 내 최초라고 하셨던 것 같음.
그래서 하신 게 T그룹 산하 소속 LCD 생산 회사를 한국에서 경영 하셨음.
회사 명에도 T 그룹의 이름 안 붙임. 본사에 로열티 줘야 한다고 ㅋㅋㅋ
이걸로 본사랑 존나 싸움 ㅋㅋㅋ
요즘에야 비로소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대두되기 시작해서
다들 복지 정책을 조금씩 하는 모양이지만(실제 기업 자체의 마인드와는 별개로)
일본쪽 기업들은 그런 마인드가 도입된지 한참되었다 함.
그래서 그 회사 맡으신 뒤 그 지역에 기부 엄청 많이 하신걸로 앎.
개인적으로도 기부 많이 하시고, 외국에도 후원하는 애들 몇명 된다고...
근데 다들 아시겠지만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LCD는 저물어가는 분야임.
아버지가 아무리 열심히 하셔도 트렌드를 뒤집을 수는 없었음.
결국 사업은 철수하게 되고, 공장은 문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이 옴.
그게 불과 몇년 전 이야기임.
회사 직원이 1500명 정도 됐는데 전부 동종 업계로 이직하는 것까지 전부 다 지원해주시고 회사 정리 하셨음.
이 부분도 가만 생각해보면 지림.
아는 사람 몇명도 아니고 직원 전부를...
그러고 요즘은 소규모(혹은 중견급?) 건설회사 회장님으로 계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카웃 되신 것 같은데, 회사에서 돈은 안 받는다 함.
돈 받으면 일 해야 된다며 이제는 귀찮으시다고 ㅋㅋㅋㅋ
단, 표면적으로 나설일 있으시면(계약 체결하거나 인맥으로 해결해야 될 상황 같은 거)
그것만 직접 처리하심.
거기에서 발생하는 경비만 회사에서 지원하는 형태라고 함.
실제 업무는 그 밑에 계신 사장님이 전부 처리하시는데,
그 근처 사장단 분들 접대할 일이 생겨서
'알아서 잘 대접해 드려라'라고 하시고 어디 놀러갔다 오셨는데
나중에 확인해보시니 그 사장님들 12분인가를 1박 2일 챙겨드리는데 천사백만원인가 들어갔다 함 ㅋㅋㅋ
나 같은 조빱이랑 노는 클라스가 다르심ㅋ
난 BBQ도 존나 비싸서 시장 통닭 시켜먹는데 시발 ㅋㅋㅋ
지금까진 가족이라서 잘 몰랐는데
사회인으로써 이룩한 업적 생각해보시면
이건희, 정주영 일대기 같은 거 읽을 필요 없이 그냥 아버지를 멘토로 삼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듦.
특히나 나도 사회인으로 진출해서 가만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승진 루트나, 속도. 그리고 처리 방식 등이
내가 생각하기엔 상상을 초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