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생 때 였을겁니다.
한 전철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시각 장애인 분이 한분 오시더군요.
그 분이 전철을 기다리다가 콧물이 나오는지
플랫폼에 서서 아래쪽으로 한쪽 콧구멍을 막고 흥! 쐈는데 ㅋㅋㅋ
그게 능숙하게 하는 분들처럼 잘 나가면 좋은데 그분 옷에 묻더군요.(...)
물론 그 분은 전혀 모르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걸 계속 보고 있었구요.
전철이 올 때까지 5~10분 남짓한 시간이 있었는데
물티슈를 사서 닦아드리거나
그 분에게 손수건이 있냐고 물어봐서 닦아드릴 수도 있었고,
아니면 옷에 묻었다고 알려드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근데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말을 꺼내게 되면 번거로워질까봐?
아니면 물티슈 값이 아까워서?
그것도 아니면 단지 귀찮아서?
지금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생각해왔지만 '왜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오지랖도 아니고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 의식에 대한 관념적인 무의식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도 안 했다'는 겁니다.
상황 자체는 정말 사소한 해프닝 같은 순간 이었지만
그 사실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네요.
이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