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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김치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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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평생 잊혀지지 않을 기억.txt (5) 2014/07/02 AM 09:57
내가 대학생 때 였을겁니다.

한 전철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시각 장애인 분이 한분 오시더군요.

그 분이 전철을 기다리다가 콧물이 나오는지
플랫폼에 서서 아래쪽으로 한쪽 콧구멍을 막고 흥! 쐈는데 ㅋㅋㅋ
그게 능숙하게 하는 분들처럼 잘 나가면 좋은데 그분 옷에 묻더군요.(...)

물론 그 분은 전혀 모르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걸 계속 보고 있었구요.


전철이 올 때까지 5~10분 남짓한 시간이 있었는데
물티슈를 사서 닦아드리거나
그 분에게 손수건이 있냐고 물어봐서 닦아드릴 수도 있었고,
아니면 옷에 묻었다고 알려드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근데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말을 꺼내게 되면 번거로워질까봐?
아니면 물티슈 값이 아까워서?
그것도 아니면 단지 귀찮아서?

지금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생각해왔지만 '왜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오지랖도 아니고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 의식에 대한 관념적인 무의식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도 안 했다'는 겁니다.

상황 자체는 정말 사소한 해프닝 같은 순간 이었지만
그 사실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네요.


이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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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0076燒魔    친구신청

그냥 마음 닿는대로 하면 됩니다. 더 신경 써 줄것도 없고...

후루루룽    친구신청

그냥 남이어서.. 그리고 상황도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은 이상한 상황

metroid    친구신청

그렇게 깊게 생각하실거까지야...
공공장소에서 코를 풀어서 던지는거 자체가 좋은건 아니잖아요?
일반인이든 맹인이든 장애인이든간에 말입니다.

그사람을 맹인이라고 보기 이전에 보통사람으로 보시면 그리 좋은 행동을 한건 아니니까
괜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실 필요 없이 마음이 조금 편해지실수 있을거 같네요.

루리웹다삼    친구신청

예전 사는 동네에서 가끔 뵈는 한 시각장애인 아저씨가 계셨는데 항상 퇴근시간에 맞춰서 저녁에 종종 마주치곤 했었습니다.
지하철 계단 오르시고 하는것 자체도 버거워 하시는걸 보곤 뒤에서 혹시나 몰라 천천히 뒤따라갔었는데 ...
역을 나오시면 택시를 항상 잡으시려고 하시길래 처음엔 알아서 가시겠지 하고 집으로 가다가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다시 돌아와 택시까지 잡아서 보내드리곤 했습니다~
한번 도와드리니까 그다음엔 쉽더군요 ~ ㅎ 물론 못도와드렸다고 잘못했다고 말씀드리는건 아니구요 ~ 저도 처음보자마자 도와드린건
아니라서 .... 그 마음이 공감이 되서 끄적거려봅니다 ㅎㅎ

fatbrain    친구신청

저도 89년도에 길가던 맹인이 육교를 한참 만지면서 오르지도 피해가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는 걸 바라만 봤습니다.
당시 숫기가 없던 시절이라 먼저 다가가는게 힘들어서 지켜만 봤는데 아직도 그 기억이 가끔씩 납니다.
그 때 도와드릴껄....그 이후론 가급적 할 수 있는 것은 후회없이 도와드리며 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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