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6일 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29)씨의 개인 컴퓨터(노트북·데스크톱)를 조사하던 경찰 분석관들은 김씨의 대선 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다량 확보했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까지 부분적으로 공개된 당시 디지털증거분석실 자체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12월 15일 오전 4시 2분부터 9분 사이]
분석관1 : "주임님, 닉네임이 나왔네요."
(분석관 두 명 박수)
분석관1 : "피곤하죠? 한 시간이면 끝나겠죠? 이거 봐요."
분석관2 : "음… 우리가 찾았네. 일단은 이 사람이 쓴다는 부분이 나왔네."
분석관1 : "고기 사주세요."
분석관2 : "국정원이 책임… 지우지 말라고… 다 있어… 일단 이 자료부터."
분석관1 : "이거는 수사팀에다 구두로 넘겨주자. 있는 거가 중요하니까. 팩트만 넘기고 판단은 거기서 하게 합시다. 우리가 판단하지 맙시다."
"대박 노다지를 발견했다", "요 사이트, 요 사이트 이것은 주로 국정원 것이고", "안 되죠, 이것이 나갔다가는 국정원 큰일 나는 거죠" 등 김씨의 대선 개입 흔적을 찾아낸 분석관들의 흥분된 대화도 오갔다.
국정원 직원이 선거 또는 정치에 어떤 방식과 유형으로 개입했는지도 소상히 드러났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를 ▲ 야당에 유리한 글의 삭제 요청을 한다 ▲ 여당에 유리한 글, 야당에 불리한 글에 댓글, 게시글을 작성한다 ▲ 오늘의 유머 베스트오브베스트에 등록되지 않도록 방해하거나 반대한다 ▲ 직접 게시글을 올리고 아이디를 바꿔 댓글, 추천한다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실제 16일 새벽 분석관들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 "게시글 올리고 자기가 또 자기 거 댓글 달고 추천하고..." 등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16일 밤부터 분석실 분위기가 급반전된다. 허위 보도자료를 만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도 포착됐다. "그렇게 써 갈겨, 써 갈겨", "다 삭제", "문제가 된다", "발설하면 안 된다", "갈아 버려" 등 삭제를 지시하거나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발견된 것이다. 이상규 의원이 지난 7월 25일 국정원 국정조사 경찰청 기관보고에서 한 분석관이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판에 잠이 와요, 지금"이라고 말하는 발언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밤 11시경 경찰은 서둘러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부분적으로나마 공개된 당시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동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상규 의원은 "CCTV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증거는 뚜렷하다"며 "이제는 국정원과 경찰의 단독 플레이가 아닌 컨트롤 타워가 따로 있었다는 것을, 새누리당 대선 캠프와의 연관성에 집중해서 엄중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날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동영상(CD 72장, 127시간 38분 분량)에 대한 녹취록 전문(340쪽 분량)을 공개했다. 당시 서울청은 디지털증거분석실 3실과 4실에 11명의 분석인원을 배치해서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이 의원은 "오늘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는 것은 경찰이 '농담이었다, 편집되고 짜깁기 되었다'는 식의 오만불손한 표현을 쓰면서 자신들의 은폐, 축소사실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경찰이 수사 분석 과정에서 이미 국정원의 개입부터 일개 직원의 단독범행이 아니라는 것까지 잘 알고 있었음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재판중이라는 이유로 (김씨의 노트북) 하드디스크 이미징 파일 제출을 하고 있지 않은데, 이미 검찰의 디지털 증거 감식은 여러 차례에 걸쳐 조작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검찰이 반드시 이미징 파일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관들의 작업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인 12월 16일 보도자료를 작성하던 한 분석관이 "굳이 (댓글 자료를) 공개를 해야 하나"라고 묻자, 다른 분석관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의혹을 남기면 우리가 손해를 보는..."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의혹은 더욱 확산됐고, 국민의 알권리는 사라졌다.
다소 분량이 많기는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오마이뉴스>는 언론사 최초로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동영상 녹취록(340쪽 분량) 전문을 모두 공개한다. (녹취록은 첨부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