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마이피

네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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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연습) 악령 잡기 좋은 날 (0) 2017/01/15 AM 12:58

신이시여 우리가 그들을 잘 이끌게 도와주소서.”

A가 양손을 모으고 중얼거렸다.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학교라. 밤의 학교는 낮과는 달랐다. 언뜻 보면 같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까이서 보면 전혀 달랐다. A가 벽으로 다가가 손을 가져가 보았다. 철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고개를 돌려 천장을 보았다. 뚝뚝, 피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여기가 맞는 건가요?”

그래. 여기가 맞을 거야.”

가방에서 십자가와 수통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머릿속으로 기도문을 주구장창 외웠다. 잘 할 수 있을 거야. 분명 기도문을 외우면 된다고 했어. A가 또 양손을 쥐어 잡았다.

근데 당신 퇴마는 이번이 처음이지?”

, . 정식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죠.”

. B가 혀를 찼다. 젠장. 하필이면 이런 풋내기랑 같이 와야 했다니. B가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너클과 부적 2. 평소라면 충분했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런 샌님이랑 같이 일을 해야 한다니. 머리를 쥐고는 A에게 다가갔다.

이봐. 수통에 성수 들어있는 거지. 이리 줘봐.”

A의 수통을 낚아챈 후 바닥에 물을 뿌렸다. A 주변에 둥근 원을 그리고는 그 안으로 A를 밀어 넣었다. 과연. 샌님은 샌님이었다. 그 와중에서 두 손을 모으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한심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저들은 저러라고 배웠으니까.

잘 들어. 이 성수 밖으로 나오 지마.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안에 얌전히 있어. 아니면 죽을 수도 있어.”

사뭇 진지해진 B의 목소리에 A가 침을 삼켰다. 주머니에서 십자가를 꺼냈다.

그러면 전 무어를 하면 되는 거죠?”

글쎄? 잘 봐도. 진짜 퇴마란 것이 무엇인지.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거니까.”

B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십자가를 쥐고 있는 양손이 눈에 밟혔다. 생각해보면 협회 놈들도 답이 없다. 언제까지 기도문이나 외우게 할 건지 고집이 황소 고집이었다. 그렇게 한 둘이 죽어나간 것도 아닌데. 정말이지 생각이라고는 단 일도 없는 놈들이다.

으으으……

울음소리에 B가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몸에 힘을 주며 복도 끝을 바라보았다. 울음소리는 복도를 메워나갔다. 점점 소리가 다가오면서 A가 침을 삼켰다. 침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소리는 잠잠해졌다.

끼아아아아악!”

, ? ?!”

그 순간 B의 뒤로 웬 남자가 나타났다.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은 협회에서 알려준 대로였다. A가 얼른 십자가를 잡고 기도문을 외웠다. 한글자도 틀리지 않고 외웠건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입을 잔뜩 벌리고는 남자는 A에게 달려들었다.

끼에에에에엑.”

, 뭐야? 왜 안 멈추는 거야? ? 뭐야?!”

A의 몸이 굳어갔다. 잔뜩 이빨을 드러낸 남자의 눈동자는 공허했다. 그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본능만이 살아남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A의 손에서 십자가가 떨어졌다. 어느새 붙잡을 힘도 없어졌다. A가 그만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부들부들 몸을 떨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아이씨. 시끄럽잖아.”

B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시원스레 날린 주먹은 남자의 얼굴에 정확히 들어갔다. 쿨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날아갔다. 벽에 꽂혀버린 것인지 움직임이 없었다. B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주먹을 털어냈다. 그리고는 침을 길게 내뱉었다.

남자는 벽에 박힌 머리를 꺼내고는 천장으로 기어 올라갔다. 바퀴벌레처럼 네발로 타면서 빠르게 이동했다. 눈으로 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끄윽, 끼엑 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계속 움직였다.

이봐. 십자가 가지고 있지?”

A가 멍하니 땅에 떨어진 십자가를 보았다. 십자가? 십자가! 그 순간 A는 협회에서 알려줬던 것이 떠올랐다. 신의 권능으로 령을 물리치리라. A는 십자가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B에게 던졌다.

그래. 바로 이거야.”

철제 십자가는 어른 주먹보다 조금 컸다. 묵직한 손맛에 B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A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건 들은 적이 없었다. 협회로부터는 간단한 일이라고 들었다. 령을 만나면 구제하면 된다고 들었다. 이토록 괴상한 것이 나온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반면에 B는 차분했다. 그는 가볍게 목을 움직였다.

후우……

B가 숨을 내뱉었다. 손가락에 힘을 주고 어깨를 움직여 십자가를 높게 들었다. A가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과연 어떤 방법을 쓸까? 령을 어떻게 인도하는 것일까? A의 눈동자는 어느새 십자가에 집중되었다.

꾸에에에엑.”

남자가 목표를 바꿔 B에게 달려들었다. 천장 구석에서 튀어나온 남자는 눈으로 보기 힘들었다. A가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B 앞에 나타난 상태였다. 그 탐욕스러운 입을 열고는 금방이라도 B의 머리를 뜯어먹으려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콰직.

B가 남자의 머리를 향해 십자가를 내리찍었다. A는 입을 가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B는 멈추지 않았다. 한번, 두 번, 세번 그는 십자가를 셀 수 없이 내리찍었다.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이 잔혹했다. 이빨이 다 빠져버리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움찔움찔 거리는 모습이 아찔했다. B가 남자에게 다가갔다. 팔과 다리를 십자가로 내리찍고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 맛에 십자가를 쓰는 거지.”

, 잠시 만요. 지금 뭐하는 겁니까?”

A는 처음 보는 관경이었다. 어디서도 이런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건 령을 인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퇴마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폭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뭐긴 뭐야. 퇴마하고 있지.”

이게 어딜 봐서 퇴마라는 겁니까? 지금 이게 안보이시는 겁니까?”

A가 일어나 성수 밖으로 나왔다. 참혹하게 깨져버린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끄윽 거리며 신음소리를 내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 순간이었다. 남자가 손을 뻗어 A의 다리를 붙잡았다.

콰직.

B가 십자가를 내리쳐 손을 잘라냈다. 그리고는 남자의 온 몸을 향해 내리쳤다.

잘 봐둬. 이건 사람이 아니고 이게 진짜 퇴마야.”

그리고는 남은 조각들을 향해 있는 힘껏 내리찍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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