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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보며 나를본다] 열한 계단 (0) 2017/01/29 PM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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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책을 꽤 빠르게 읽었다. 

 

지적대화를위한 넓고얕은지식 상하권(하권은 꽤 별로였다)과 시민의 교양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지만, 

 

서점에서 책을 보고.... 차례를 보고 난 후 음... 사지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읽었던 책이 매우 만족스러웠던만큼, 책을 그냥 책장에 꽂아놓더라도 

 

얼마 안되는 인세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에 구매했다. 

 

차례를 보고 어느정도 실망했던 만큼, 책 읽는 우선순위는 꽤 밀려있었는데 

 

역시 이 책도 이렇게 안보다가는 책장에 오래 꽂혀있겠구나, 읽다가 별로면 내려놓지 뭐 

 

이런 생각에 집어들었다가 만 이틀이 걸리지 않아 다 읽었다.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까지 들었고, 

 

앞에 책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작가의 내공이랄까... 그런게 설명되는 느낌의 책이었다. 

 

 

이 책은 작가의 자서전같은 이야기다. 물론 책에 쓰여진 내용의 사실관계는 판단할 수 없으나, 

 

내가 느끼기에는 작가가 겪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옮겨놓은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위안을 받는 부분도 있었고,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으나, 

 

끝부분 두어단원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작가가 고등학생으로서, 대학생으로서, 군인으로서, 회사원으로서, 환자로서 겪고, 

 

각 삶의 위치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답을 찾으려 발버둥쳤던 과정들을 느낄 수 있었으며 

 

두 부분에서는 칼에 깊게 찔린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건 좋아하지 않으나, 지대넓얕에서 했던 것처럼 어느정도 책 내용을 옮겨 적어야 겠다. 

 

 

잠을 자는게 아쉬웠다. 불이 꺼지고 사람들이 잠에 들면 혼자 게르를 빠져나왔다, 세상은 불빛 하나없이 짙은 어둠에 잠겨있었다. 하지만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쏟아질듯한 별들 때문이었다. 어릴적 동화책에서 읽었던 은하수라는단어는 당연히 문학적인 표현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밤하늘에 별들의 강이라는게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스물 한 살이 되어서 나는 처음으로 은하수라는 단어가 의미하는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다. 그건 사실이었다. 밤하늘에는 실제로 별들의 강이 있었다. 그것은 놀랍도록 선명하고 짙은 우윳빛이었고, 한쪽 하늘에서 시작해서 내 머리위를 거쳐 반대편 하늘까지 거대하게 이어져 있었다. 

 

이제 그만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 순간 너무나도 맑은 정신 속에서 나는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나의 삶 전체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그것은 시간의 한계를 초월한 느낌이었다. 잠시나마 인생 전체를 조망한 느낌. 아름다운 자연 속에 너무도 좋은 사람들과 이렇게 함께있는 완벽한 순간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신이 준비해놓은 가장 완벽한 순간임을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더 살아간다는건 무의미한일이다. 무의미한삶을 구차하게 끌고 간다는것은 얼마나 부끄러운일인가. 

 

 

이 부분을 읽고서 나는 너무나도 강한 잘투를 느꼈다. 이런 충만한 순간을 느낄 수 있다니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순간임을 알수 있다니.... 너무나도 질투가 나는 느낌이고 나는 평생에 한번 느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은 그의 전투화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안병장의 전투화는 항상 꺠끗했다. 당장 구보를 나갈 때도, 흙바닥에서 작업이 예정되어있을 때도 그는 직전에 전투화를 닦았다. 내가 물었따. 

"어차피 곧 더러워질텐데, 너무 비효율적인거 아닌가?"

안 병장이 경계근무서를 확인하며 덤덤하게 말했다. 

"저도 예전에는 안그랬지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군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사람들도 힘들게 하고, 되는일도 없고, 왜 힘든지 생각했더랬지 말입니다. 생각하다보니까 보람도 성취도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생각했습니다 그럼 왜 보람도 성취도 없나, 그랬더니 제가 모든걸 대충하려고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군대 일이란게 그렇게 인생에서 중요한것도 아니고. 그러니 구색만 맞추려고 한 거지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군 생활 전체를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채우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역해서 사회에 돌아가면 지난 2년은 버린 시간이 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걱정이 됐습니다 그러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20대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하찮은 시간으로 채울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지 말입니다. 나한테 선물해야겠다. 군 생활의 2년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서 스스로에게 선물해야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뭐, 구두부터 닦기 시작했습니다." 

 

경계근무자들이 돌아왔다, 반사적으로 안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 일어서기 전 나는 내 전투화를 내려다보았다. 흙투성이의 전투화는 내 발에 임시로 신겨져 있었다. 

 

 

아..... 이 부분을 읽고서는 삶의 자세에 대한 반성이라고할까... 그런것이 아주 강하게 느껴졌다.

 

부끄러웠다. 

 

나는 지금 이 시기에 본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 내 삶에는 보람과 성취가 있는가. 

 

왜 내 삶에서 주어진 것들을 대충하려고 하고 있나... 

 

당장 화요일에 출근하면 그간 밀린 일들부터 깨끗하게 처리하고 책상 정리도 하며 마음을 다잡아보리라..... 생각했다. 

 

 

책장에 꽂혀있는 내 책들은(몇권되진 않는다 요즘은 대부분 전자책으로 읽어서) 아주 꺠끗하다 새책이라고 해도 될만큼. 

 

이 부분들 옮겨적으려고, 나중에 나태해졌을때 다시 보고 마음을 다잡으려고(책은 아마 다시 보지 않을테니까) 

 

책을 정말... 음.. 매우 오랫만에 접었다. 

 

혹시 이 글을 보게 될 분들도 나와같은 자극을 받으실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하고싶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차례 

 

저자의 말 - 당신이 표류하지않고 항해하는 사람이 되기를 

 

처음, 소년 - 불편함의 계단앞에 서다. 

 

첫번째 계단, 문학 - 죄와 벌 

     - 열여덟,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읽었다. 

 

두번째 계단 , 기독교 - 신약성서 

     -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펑펑 울었다. 

 

세번째 계단, 불교 - 붓다 

     - 인생에서 가장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순간을 만났다. 

 

네번째 계단, 철학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집을나와 세계를 떠돌았다. 

 

다섯번째 계단, 과학 - 우주 

    - 하릴없이 사치스럽게 책을 읽었다. 

 

여섯번째 계단, 이상 - 체 게바라 

    - 이상적인 인간을 만났다. 

 

일곱번째 계단, 현실 - 공산당 선언 

    - 현실적인 인간이 되었다. 

 

여덟번째 계단, 삶 - 메르세데스 소사 

    - 어느 날 갑자기 삶이 무겁게 정지했다. 

 

아홉번째 계단, 죽음 - 티벳 사자의 서 

    - 모든것이 때마침 마무리된 날, 죽기로 결심했다. 

 

열번째 계단, 나 - 우파니샤드 

    - 광장에 섰다. 

 

열한번째 계단, 초월 - 경계를 넘어서 

    -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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