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정말 오래 입고, 많이 입은 옷이 있다.
원래 옷을 잘 사지 않고 한번 산 옷을 헤질때까지,
남들이보기 민망해 질 때까지 입는 편이지만
(난 얼굴이 두꺼워 나보다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민망해 지는 편이다)
이 옷은 특히.. 정말 특별하게 많이 입었다.
06년인것 같다.
연신내의 어디였을거다. 그때 당시 던킨도너츠 옆... 일거고. 브랜드는 생각나지 않는다.
명품은 아니고 그냥.... 중저가 브랜드였던 듯. 간판이 초록색이었나? 파란색이었나...
여튼 그랬다. 그때 당시 여자친구가(연애초기였던, 지금은 와이프)내가 일을 시작할 때 즈음
실내에서 춥지말라고 내 손을 끌고 가 반 강제로 사준 옷이다
(그래봤자 그 돈의 출처를 따라가 보면 결국 내 돈이겠지만).
십년이 넘도록 매년 10월말, 11월초쯤 쌀쌀해 지면 드라이 맡기고,
겨울이 끝날때까지 꾸역꾸역 입는다.
원래 탱탱하던애가 지금은 탱탱하지도 않고, 많이 늘어나서
몸에도 맞지 않아 불편한 느낌도 있다. 특히 팔이 늘어난 것이 체감된다.
그래도 어김없이, 올해도 꺼내 입었다.
검소하다...는 느낌과는 조금 다른것이다.
사실 저런 옷을 사는게 어렵지도 않고.... 돈이 없는것도 아니고 쇼핑할 시간이
없는것도 아니다(귀찮기는 하지만). 이젠 좀 갖다 버리라는 와이프의 성화도
잠잠해진지 오래 됐다. 그저 인제 추워지니 그 옷 준비해달라는 말 한마디면 됐다.
바로 알아들었다. 옷이 탄성을 잃어 예전만큼 몸에 잘 맞지도 않고 원래 길이보다
많이 늘어나 사실 이 옷을 입은 내 모습은 보기에 그리 흡족하지 않다
(흡족하지 않은 것이 꼭 이 옷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사실 조금 어렵지만).
왜 이 옷에 집착하듯이 이렇게 입는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새 옷을 사 입는것은 어렵지 않은 일인데, 굳이 그러고 싶지가 않다.
내가 이 옷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부터 더 집착하듯이 찾아 입는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년에도 이 옷을 찾아 입을 것이다.
숨쉬듯이 당연하게. 무심하게 다시 얘기하게 될 것이다.
쌀쌀해지는데, 그 옷좀 준비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