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ㅈ같다. 이 사회에서 특별히 운좋은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ㅈ같은 인생을 살아간다. ㅈ같은 인생에 대해 유명한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하거나 각 개인들이 고찰을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느끼고 있을거다. 각각 다른 이유로 인생이 ㅈ같다는걸. 나만 느낀다면 너무 비참하니까 동조 해 주길. 여튼 알랭 드 보통은 자기의 책 불안에서 이런 ㅈ같음을 불안이라는 형태로 해설했는데 그 생각에 일견 동의한다. 자기의 모습이 지금 모습이 아닐 수 있었다는 그 마음때문에 불안을 느끼고 부정적인 마음이 된다는 걸. 누구였는지 이름은 기억 안나는 철학자는 인생전체로보면 기쁨보다 우울, 슬픔이 훨씬 크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것은 부모들의 만족을 위한 이기적인 행위이다. 라고도 이야기 했었고.... 여튼 인생은 ㅈ같다.
나는 시기마다 다양한 이유들로 그리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아왔는데, 인생이 순탄치 못할 때에도 천성이 밝아서 그런가 둔감해서 그런건가 인생 뭐같네 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특별히 없다. 내가 만나던 사람들이 인생 뭐같다는 이야기를 할 때에도 혼내는 편이었고. 그런 생각을 못 하게 하는 편이었는데 내가 요즘 느낀다. 인생 뭐같네 진짜....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개인적인 어떤 이벤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냥 그렇게 됐다. 어느정도 남들이 부러워 할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매우 좋지 않다고 느낀다. 절대적으로 보면 많은 금액.. 뭐 억대 연봉이라거나 불로소득이 있거나 한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그리 적지 않은 급여를 받고 있고, 이런저런 부수입들로 개인적으로 그리 쪼들리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회사 내외적으로 어느정도 인정도 받아 오라는데도 가끔 있고, 회사에선 날 잡으려 이런저런 편의도 제공한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당연하게 여겨지는 동료들의 기대. 갈수록 높아지는 내 자신의 기준등의 업무 스트레스는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커지며 꾸준히 나를 억누른다.
내 성격에서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있는 향상심도 마찬가지. 어느순간부터 향상심이 나를 옥죈다. 20대 때 내 인생이 자랑스럽거나 잘 살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땐 향상심보다는 그저 정신없게 몰려드는 일을 하는것 만으로 만족하고 살았었는데 그때보다 되려 더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땐 눈앞에 있는 일만 하면 됐었는데, 잘 할 필요도 없이 그냥 하기만 하면 됐었는데, 지금은 잘 하고 싶은것이 너무 많다. 경쟁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삶이 경쟁적이 되었다. 나 자신과의 경쟁. 나 자신과의 경쟁은 굉장히 이기기 힘들다. 기준이 점점 높아지니까. 어제보다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강박에 가깝게 되어가고 있다.
잠을 원래 많이 자는 편은 아니었지만 요즘은 정말 못 잔다. 잠을 못 드는것은 아닌데 몇시에 자든 상관없이 잠자는 시간이 적어졌고, 거의 매일 동일한 시간만큼 잔다. 다들 잠들어있는 시간에 잠에서 깨어서는 30분 한시간씩 핸드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시간이 미안하다. 남들보다 덜 자고 일어나서 남들 다 잘 시간에 헛짓꺼리 하면서 시간좀 보낼 수도 있는 건데, 그런 시간이 아깝고 보낸 시간자체에 죄송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 기분이 든건 한참 되었으나 잠에서 깨면 아직도 일주일에 한두번은 30분 한시간씩 무의미하게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는 죄의식에 휩싸인다. 아 또 헛짓꺼리 하면서 시간 보냈네...
집도 휴식처가 되지 못한다. 퇴근하고 집 가면 보통 애가 공부하다가 엄마한테 혼나고있다. 그 꼴 정말 보기 싫다. 주로 거실에서 그러고 있는데 내가 갈 곳이 없다. 거실에서 놀 수도 없고 운동할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그냥 내 방에 들어가버리는데 그렇게 내 방으로 쫓기듯 들어오면 기분도 좋지 않고 딱히 뭘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기분 더럽다. 집에 가는것 자체가 그리 즐겁지 않다. 내가 대신 애 공부시키거나 혼내줄 것도 아닌데. 아들이랑 뭐 하는것도 힘들다. 내 기대가 정말 높은편이 아닌것 같은데 아들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할때 받는 스트레스를 처리할 길이 없다. 뭐만 하면 못한다고 징징대는데... 못하는건 괜찮은데 그렇게 징징대는건 정말 듣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애한테 소리지르게 되고... 최근엔 그게 싫어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모범을 보여주자고 생각해 아예 애가 깨어 있을때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이런저런 방해도 받고 집중도 잘 안 되지만, 그냥 앉아있는다. 뭐라도 하는 척 하면서.
내 삶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누구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탓할 생각도 없다. 그냥 살다 보니 이렇게 됐다. 인생 그리 대충 살지도 않았고 잘 살려고 나쁜짓 하며 다른사람 밟고 올라서지도 않았는데 그냥 살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살다보니. 남들도 다 똑같이 힘들다. 다들 그러고 산다는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남들이 ㅈ같고 힘들다고 해서 내가 ㅈ같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내가 남들보다 덜 참고 사는것일수도 있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일 수도 있겠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는 것일수도 있고 다른방법으로 푸는 것일 수도 있겠지. 나랑 같이 사는 사람도 당연히 힘든 부분이 있겠지. 내 아들도 힘든 부분이 있겠고. 여튼간에, 인생은 ㅈ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