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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와이프가 집을 나갔다. (6) 2020/06/26 AM 11:43



말 그대로. 와이프가 집을 나갔다.

 

  내가 인생 ㅈ같다는 글을쓰자마자 나갔다. 타이밍보소..... 역시 인생은 모두 제각각인 이유로 ㅈ같은게 분명하다. 세상에 키우기 쉬운 아이가 어디 있겠냐만은, 내 아들은 좀 유난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 육아라는 것이 군대와 비슷해서, 얘기를 하다보면 군대 얘기에서 자기네 부대가 항상 가장 힘들었던 부대가 되는 것 처럼, 육아도 니 애가 힘드니 내 애가 힘드니 하며 누구 애가 더 진상인가 자랑아닌 자랑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노인들이 병 자랑하듯이) 확실히 일단 내 아들은 진상인것을 수치화해서 점수를 매길 수 있다면 올림픽 메달 감이라고 생각한다. 펠프스 급이 될거라고 거의 확신한다. 이런놈한테 거의 10년을 매일 붙어있었으나, 힘들긴 힘들었을거다. 집을 나간게 뭐 합의되지 않은 것이거나 돌아올 기약이 없는 것은 아니고, 일요일에 들어오기로 했고, 나갈땐 모텔에서 자지말고 호텔에서 자라며 용돈도 나름 챙겨 줬다. 지갑에 있던 돈 다 꺼내줬는데 내 입장에서는 적지 않았다. 그래봐야 경제권은 와이프가 쥐고 있어서 나보다 돈 더 많겠지만. 와이프와 아들 사이에 나눈 얘기는 듣지 못했으나 월요일에 집에 들어가니 또 애랑 씨름하고 애는 울고 와입은 빡 쳐 있었고, 화내는 중에 어떤얘기를 했는지는 관심도 없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맨날 같은 것으로 혼을 내고 화를 내니 그날도 분명히 그거일거다. 공부 하다가 미적미적대서 화가 났겠지.

 

  공부를 많이 시키는 편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원하지 않는 학원을 뺑뺑이 돌린다거나 필요없는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닌것을 알고 있으나, 매번 같은 걸로 화를 내는걸 보면 솔직히 어이없다. 바보같기도 하고. 얼마나 화가 나면 저러나 싶기도 하고. 화 내는것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집 애들은 10분 걸리는걸 60분 100분씩 하고 있으니 속이 뒤집어 지기도 하겠지. 화 내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진짜 뭐 무릎 높이의 벽에만 부딪혀도 징징대면서 못한다고 하는 거랑... 앞에서 말한 저 공부 속도... 밥먹는 속도... 뭐 이런 것들. 근데 이게... 같은 방법으로 시도하면 같은 결과만 나오는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 본인은 아니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가볼땐 몇 년째 같은 방법으로 애를 조지고 있다. 솔직히 그리 맞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애를 혼내고 있는데 화를 낼 수도 없고 이런걸로 얘기하다보면 의견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빈정대기 바쁘게 변하는 적이 많아서 몇 번 얘기하다가 그냥 놨다. 공부하는 측면에선 나는 꽤 애 편에서 애를 변호해 주는 편이다.

 

  그럼 공부를 너가 시키지 그러냐... 는 비난을 당연히 받을 수 있는데, 힘들다. 솔직히 힘들다. 나는 그냥 방임제로 너가 오늘 공부할 양은 이만큼이다. 니가 빨리하든 늦게하든 이만큼은 하고 잘 거다 라고 하고 정말 모르겠는것만 가르쳐주는 식으로 하는데, 그걸 받아들일 수 없나보다. 본인도 힘들게 옆에 앉아서 감시하면서 그냥 가끔은 핸드폰 하면서 자기 마음을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에게 짜증이나 내는 꼴을 보고 있으면 애써 눈 돌리긴 하지만 솔직히 내 배알이 꼴릴때가 많다. 애 앞에서 그걸로 의견 싸움 하고 싶지는 않으나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튼 그 방법이 옳고 옳지 않고 간에, 애도 많이 힘들었겠지만 본인도 많이 지쳤을거다. 힘들었을거고. 정신적으로도 아마,,, 아주 많이 피폐해졌을거다. 남들보다 몇배는 까탈스럽고 자기주장 강한 아이에게 거의 10년을 찰싹 달라붙어서 키운다는것은 굉장한 스트레스였을거다.집을 나간다길래 그러라고 그냥 얘기했다. 나가서 니 할거 다 하고 와라. 월요일 저녁에 싸우서 화요일 점심에 나갔다. 애가 화요일에 학교가는 날인데, 애 하교부터 내가 시켰다. 회사에다가 와입지 애 보다가 지지치고 집을 나갔습니다 라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입원했다고 구라쳤다. 뭘로 입원했다고 하지 하면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거듭했으나, 정당한것을 찾지 못하다가 급성 간염으로 결정을 내리고 결정했다. 물방에 오른 병들은 꽤 많았는데 이런 조건들, 나이에 따른 발병 빈도라던가, 일주일 정도 자리 비울껀데, 일주일정도로 입원 비율이 맞춰진다거나, 너무 응급하면 안되고 너무 응급하지 않아도 문제가 됐다. 입원을 안하는 병은 또 걸러야 했었기 때문에... 적합한 병 고르는것도 매우 큰 시련이었다. 결국 급성간염으로 정했고, 내 이야기 속에서는 급성 간엽으로 간수치가 하늘을 뚫는 상태가 되었다. 회사에다가는 도저히 사실대로 이야기 할 수는 없어서....

 

  여튼 그렇게 터치를 하고 지금 만 4일째 애를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볼만하다. 애가 주로 혼나는 이유인 공부는 그냥 던져놓고 신경쓰지 않으니 혼자 알아서 잘 하고 정말 모르겠는것만 한두문제 물어본다. 왜 엄마랑 할 때는 이게 몇시간씩 걸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엄마를 탓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모르겠다. 머리쓰는것이 싫어서 엄마가 해 줄때까지 기다리는걸까. 엄마랑 있으면 엄마 쳐다보느라 엄마랑 장난치느라 못하는걸까.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물론 지금 애를 볼만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각종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을거다. 집에서 밥을 별로 먹지 않아 설겆이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고, 옷도 집에서 입는 옷을 몇일째 입고 있어서 빨래도 많이 나오지 않아서 설겆이와 빨래는 아직 안했고, 청소도 집을 내가 더럽다고 느끼지 않아 하지 않았다. 그냥 오며가며 지저분하거나 널려있는것들은 치우고 분리수거 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밥이나 청소 빨래등은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다. 근데 집안일이 아니라 다른일들이 있다. 너무 갑자기 휴가를 쓴 것이라서 업무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급하게 휴가를 쓰건 아니건 전화는 계속 걸려왔겠지만) 처리해야 할 일들은 당일 처리해줘야하고. 일이 풀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다. 회사에 있을때보다 전화가 더 많이 오는 느낌.

 

  내가 지금 3박 4일째 집에 있는동안 애 보는것에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 다른 전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가장 큰 것은 무기력이다. 불과 몇일전에 인생 ㅈ같다는 글과 전혀 다른 느낌.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애만 챙기면 내 할일은 끝이다는 느낌. 그 외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느낌을 받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있다. 책을 읽거나 뭐 다른 것을 하고싶다. 해야한다는 느낌 자체가 전혀 들지 않는다. 난 이렇게 일주일만 더 살면 폐인될거다. 씻지도 않고 집에서 다 늘어진 쿨티랑 반바지 입고 집앞에 밥 먹으러 돌아다니고 그게 내 할일의 전부라고 생각하니 세상 늘어진다. 잠도 엄청나게 자고, 컴터앞에 앉아서도 존다. 시도 때도 없이 존다. 난 낮잠을 자거나 잠을 많이 자면 머리가 가끔 아프곤 하는데, 지금 그렇다. 오늘은 9시까지 잤다. 심지어 애가 일어나서도 잤다. 미친것 같다. 뭐 적응되고 정신 챙기고 하면 뭔가 좀 다른 일을 하기도 하겠지만, 지금 몇일은 사람 사는게 아니다 이건. 너무 힘들다. 하루 이틀 어제까지만해도 아니 이걸 못하겠다고 지지치고 집을 나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정도 이해하게 됐다고 할까... 난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못 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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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퓨    친구신청

음 너무 길어서 다 못읽었는데
다행히 6살 아들 키우는
저랑 와이프는 방임제에 서로 합의하고 있고
앞으로 ..공부해도 지탓 못해도 지탓..
그래서 다른애들과 달리 우리애는 한글도 안가르쳤는데
(본인이 친구따라 한다고 했다가 1달만에 때려침)
때 되니까 결국 하나둘씩 읽기 시작하네요
다른애들보다 6개월 1년 정도 느린거 같은데
발달장애도 아닌이상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너다    친구신청

읽다보니 앞으로 닥칠일 같아 묘하게 몰입됩니다.
딱히 해드릴 말 재주는 없네요
10넘기셧으니 10년만 더 버티시면 될듯....?!

M.McFly    친구신청

저희 와이프도 죽을려고하는데...ㅠㅠ 이게 심하게 가면 우울증도 심하게오죠... 저도 그 생활 못할것같아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이면 퇴근하거나 주말이면 아이랑 많이 놀아주고 엄마는 빠지라고해요 쉬든가 다른거하라고..

rumpsugar    친구신청

첫줄처럼 각자 인생의 좆같음은 커스터마이징화되어서 누구도 같을 수 없겠지만...
저도 5살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짧게 말씀드리면, 저도 애가 가끔 밉고 화나고 짜증도 납니다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유전자 진짜 무섭다" 내가 시키지도 가르치지도 않은 나와 같은 말투와 행동을 하는것을 보면서, 아, 인간이란 성선설 성악설 성무성악설 모두를 떠나 그냥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이어지는것이구나. 애가 미우면 나도 미웠겠지 아님 지금도 밉겠지. 애가 좆같으면 아 나도 얼마나 좆같(았)을까. 다 내잘못이다~~싶더라구요.
애가 이쁘것도 내탓 미운것도 내탓이라 생각하시고, 와이프랑 잘 이야기 나눠 보세요. 누굴 탓하겠습니다. 내가 이모양이라 애도 저모양인걸~

[MS]DIMEspin    친구신청

힘내쇼 그리고 걍 뭣하면 이혼하고

성우서현아바이    친구신청

대충 읽어보니 저희집 아들이랑 비슷한 것 같아여.아들놈이 4학년인데...
일단 느려요.밥먹는거 숙제하는거 옷벗는것도 꾸물꾸물 대요.
몇마디 하긴하는데..고쳐지지 않네요.요즘은 대신 빨리 하고 놀아라,겜해라 다하고 뭘 보상을 주니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여 웃긴거 친구들이랑 나가서 놀떄는 빠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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