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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보며 나를본다] 지독한 하루 (0) 2020/12/25 PM 07:54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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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의사 한명이 하루에 몇명의 환자를 만나게 되는지,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 한달 혹은 일년으로 넓게 보면 몇 명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외상으로 병원을 찾는지 구체적인 숫자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직 간접적인 경험으로 다들 알고있다. 대형병원의 응급실이 어떤 상황인지. 우리나라의 작년, 2019년 총 사망자 수는 29만 5100명이었는데(18년보다 1.2%줄어들었음) 통계를 통해 숫자로 접하게 되는 사망자 수는 수가 얼마나 크든 작든간에 나 개인에겐 별 감흥없이 다가오지만 각각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게 되면, 295,100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중에 극히 작은 일부인 1에 집중해서 보게되면 295,100이라는 숫자보다 1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지게 된다. 그 큰 숫자는 나에게 의미가 없지만 내가 조금 더 자세히 알게되고, 누군가의 상실에 공감하는 만큼 그 1은 의미있게 다가온다. 이 책은 그 각각의 1들을 겪으며, 혹은 그 1을 0으로 만들며 의사가 겪은 비극들의 기록이다. 


 나는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병원엘 남들보다 조금은 자주 방문한 편인것 같다. 병원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고 응급실에도 남들보다 조금은 친숙하게 생각는 편인데 그런 여러번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것은 항상 긴장되는 일이다. 나때문이든, 내 주변 사람 때문이든간에. 응급상황일경우 더욱 더 그렇다. 이 책은 그럴 때 만나는 사람인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책이다. 이국종 교수가 쓴 골든아워는 개인이 국가적인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라 좌절과 처절한 감정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 책은 좀 더 각각의 케이스, 응급의학과 의사로써 개인이 겪은 일들과 그런 일들을 겪으며 느낀 본인의 감정에 집중하여 쓰여진 책이다. 


 누군가가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예술이라고 했는데, 예술의 범위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책은 훌륭한 예술이다. 작가가 느꼈던 다양한 상황에 감정이 이입되어 작가가 느꼈을 다양한 감정이 나에게 굉장히 잘 와닿게 표현되어있다. 나는 정말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저기서 해본 모든 테스트 결과도 그렇게 말하지만, 이런 책들을 읽을때는 굉장히 잘 공감하는 날 보며 어딘가 어색한, 낯선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을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것은 아니지만, 어바웃타임이나 엔드게임을 보면서도 눈물 찔찔댔던걸 생각해보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게 아닌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되다가도 현실의 여러 일들에 소시오패스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날 되돌아보면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영화나 책을 보면서 저런 감정을 느끼는건 공감력과 상관이 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책을 어제, 24일 퇴근 후에 아들에게 선물로 받았는데 25일 오전에 다 읽고 독후감을 끄적이다가, 나가서 이 작가의 다른 책 ‘만약은 없다’도 집어왔다. 재미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여튼 굉장히 몰입해서, 빠르게 읽었다. 이런 저런 글들을 통해 이 작가가 들을 잘 쓰는것은 알고 있었으나 실제 읽어보니 내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다. 다만 죽음을 숫자로 받아들이지 못하고(책에 쓰여진 것들이 사실이라면) 많은 일들에 마음쓰며 닳고있을 작가가 어느정도 걱정되기도 했다. 연예인 걱정처럼 쓸데없는 걱정이겠고... 나보단 훨씬 잘 살겠지만.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책이고 작은 이야기 이야기들을 단원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소제목중에 하나가 마지막 성탄절이었는데 그 글을 마침 성탄절에 보게 되서 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고, 몇몇 이야기를 볼 때엔 작가가 아닌 이야기 안의 특정인에 감정이입되어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원래 책을 읽고 난 후 바로 독후감을 쓰기보다는 다음 책을 시작하고 난 후에 쓰는 편이나 이 책은 감정과 느낀 여운이 흐려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 싶기도 하고, 작가의 다음 책을 읽으면서 쓰면 각각의 책이 주는 느낌이 뒤섞일까봐 서둘러 썼다. 다음 책도 이 책만큼 재미있게.. 라고 해야하나. 여튼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볼 수 있게, 내게 예술로 다가와주길.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성탄절이 됐길. 앞으로 남은 많지않은 오늘도 즐겁길.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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