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하루를 읽고 만약은 없다를 읽었다. 남궁인이라는 사람만 알고 책에 대해서는 잘모르고 있었어서, 책을 출간 순서대로 읽지 못하고 반대로 읽었다. 지독한 하루의 끝에 만약은없다 라는 소제목의 글이 있어서, 이거 읽고 만약은 없다 읽으면 되겠군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이 책은 의도적인건지는 몰라도 앞부분과 뒷부분의 톤이 완전히 다른데, 앞부분의 대제목이 죽음에 관하여, 뒤쪽 소제목이 삶에 관하여… 로 의도적으로 이렇게 배치한 듯 보인다. 책의 내용들은 지독한 하루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겪은 사건들에 대해 옴니버스식으로 본인의 감정을 풀어가는 방식인데, 앞쪽은 보통 어둡고 처절한 이야기, 뒤쪽은 재밌게 읽을수 있는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읽는 사람의 감정을 고려한 의도적인 배치로 보인다. 앞쪽을 읽을때의 어둡고 우울한 기분과는 반대로 책을 덮을 땐 꽤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덮을수 있게 되어 있다. 즐겁고 웃기는 이야기. 누군가가 죽고 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가평생 이불을 찰 수 있는 이야기들. 글을 쓰는 본인도 웃으면서 이런저런 수식어들을 사용해가며 자신도, 독자도 웃는것을 상상하며 글을 쓸 수 있고, 독자들도 제 3자로써 그냥 웃으며 볼 수 있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의도적으로 뒤쪽에 배치해 읽는 사람도 웃으면서 책을 덮을 수 있고, 본인도 자기에게 나는 괜찮다는 최면 가까운것을 걸면서 책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책에 있는 내용을 어느정도 할인해서 봐야 하겠지만 이 작가의 책 두권을 읽은 지금도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이 이비인후과나 치과같이 상실을 직접적으로 겪는 과가 아닌 응급의학과 의사를 한다는것을 믿기 어렵다. 상실에 닳는 사람이 연속적인 상실을 겪고 괜찮을 수 없는데...
이 책들의 내용 중 상당부분은 이미 이곳 저곳에서 읽은 적이 있는 글이다. 말할수 없는곳이나 기묘한 진료실,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부쳐 같은 글들, 또 다른 몇개의 글들도. 이미인터넷여기 저기에서 읽은적이 있는 글이다. 몇 몇 글들은 이 작가가 쓴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가웠다. 신선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드는건 아쉬웠지만.
책의 앞쪽에 있는 글들도 지독한 하루보다는 덜 처절하게 쓰여있고, 중간중간 감정을 쉬어갈 수 있는 가벼운 글들도 있어서 편하게, 재미있게 봤다. 다른책에서도 보인 작가의 특징이고 좋은 부분도 있지만 서식을위한 단어가 필요보다 많이 들어간 부분은 조금 아쉽다. 또, 후기에 쓰여진 작가의 어머님을 향한 글은 같은 글이더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기도 했다. 작가처럼 나도 무탈히 잘 지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