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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보며 나를본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0) 2021/01/03 PM 05:47

2021년의 첫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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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에는 독후감만 36권을 썼다. 21년에도 그 만큼은 쓸 수 있기를. 

 


굉장히 훌륭한 소설. 


 한 인물의 일생을 그린 책이고 워낙 다사다난한 인물이라 다양한 사건이 있었던 만큼 다양한 장르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상황에 큰 반전이 있는 책은 아니지만,다양한 사건들과 감정들 덕분에 읽으면서 책에서 손을 떼기 어려울 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작품의 배경은 딱 60여년 전인 1960년 언저리 미국 안의 강이있는 시골 마을. 영화 노트북 정도를 배경이 되는 마을로 생각하면서 읽었다. 주인공이 살던 곳은 마을이 아니라 훨씬 외진 곳이었지만. 주인공이 다섯살 즈음부터 20살 중반이 될 때 쯤 까지 겪은 일들이 쓰여있는 책으로 주인공이 겪은 20여년의 세월을 대여섯시간동안 잔잔히 따라가게 된다. 


 작품의 심리묘사가 워낙 잘 되어있고 글 자체가 굉장히 담백하게 쓰여 있어서 감정선을 따라가는게 어렵지 않았고 과다하게 묘사되어있지 않아 보기에도 편했다. 주인공과는 비슷한 점이라고는 없을 만큼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데, 주인공의 인생 굉장히 많은 부분에 내가 이입되어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주변인물에도. 작품 속의 어떤 부분에서는 카야가 나였고, 어떤 부분에서는 테이트가 나이기도 했으며, 어떤 시점에는 체이스가 나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점핑이 나이기도 했다. 홀로된 소녀가 성장하며 느끼는 외로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절박함, 남들의 차별, 본인의 감정을 모르는 혼란, 사랑, 또다시 외로움, 기다림, 위안, 상처…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에게도 이입하여 다양한 감정들을 매우 풍푸하게 느낄 수 있다. 


 다만 굉장히 의아한 점이.... 주인공이 크면서 쉽게 노출 될 수 있는 범죄에 한번도 노출되지 않고 컸다는 부분이 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으나 그런 부분까지 넣게 되면 주인공의 성격도, 이야기의 진행과 책의 두께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테니 소설적 허용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내 기준에서는 1960년대에, 마을에서 매우 동떨어진곳에서 보호자 없이 혼자 살고, 가끔씩 마을에 갈 때에도 온갖 멸시를 당하는 '여자'가 20살이 넘도록 강간이나 강도를 당하지 않고 살 수 있을거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작중에서도 한번 비슷한 묘사가 있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을 그대로 번역('포치문' 이라던가)한 것도 있고 책 초입쪽에 의아한 부분이 두어 부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번역도 매끄럽게 잘 되었다. 다만 난 책을 볼때 챕터의 제목들이나 가벼운 설명들을 잘 읽지 않고 텍스트만 주욱---읽는 편인데, 두 가지 시점에서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다가 합쳐지는 이야기다 보니, 챕터를 시작할 때 시점을 이야기 해 주는데 (ex)1958년, 1960년 같은 식으로) 그걸 안 읽고 그냥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서 다시 읽기도 했다. 

 


 책의 결말 부분에 굉장히 잘 와닿은 주인공들의 대사가 있는데, 주인공들의 상황이나 감정을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보는 것이 아니라 이 텍스트들만 보면 유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내 감정을 기록하는 의의에서 옮겨 적도록 한다. 


 - 사랑해 카야, 알잖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잖아 

 - 다른사람들처럼 나를 떠났어

 -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야 

 - 알아 

 - 카야, 날 사랑해? 한번도 나한테 그 말을 한 적이 없어. 

 - 언제나 사랑했어. 어렸을 떄부터. 심지어 내가 기억나지 않을 떄부터 이미 사랑했어 

카야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 나를 봐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망설였다. 

 - 카야,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은 이제 끝났다는 걸 내가 확실히 알아야겠어. 네가 나를 두려움없이 사랑할 거라는 걸 알아야겠어 

 

모든 사람이 필요할 그런 확신. 


아직 안 읽어본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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