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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보며 나를본다] 차일드 44 (0) 2021/01/18 AM 01:39

리디셀렉트로 읽음. 

3권 중 아직 1권만 읽었음. 1권으로도 이야기가 마무리 되기도 하고, 밤은 늦었는데 잠은 안 오고 해서 다 읽자마자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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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를 스릴러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잘 쓰여진 소설. 너무 잘 쓰여진 나머지 책의 뒤쪽 2/3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이야기의 배경이... 굉장히 숨막히게 하는 부분이 있어 읽는 동안 굉장히 가슴이 답답한 부분도, 실제로 숨을 쉬기도 힘든 부분도 있었다. 읽는 내내 배경의 분위기가 조지 오웰의 1984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1984에서 등장하는 ‘빅 브라더’는 없지만 서로 감시하고 개인의 자유가 극도로 억압되는 사회. 그러나 1984의 세계는 가상이고,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사회는 소설적 허용이 어느정도 있다곤 해도 꽤 흡사하게 실제로 존재했던 시기다. 그런 시기에 내가 던져져있다고 상상하면 단순한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꽤 답답해진다. 


 작품의 배경은 1953년 아직 스탈린이 살아있던(이야기 진행 중에 사망함) 시절의 소련. 소련은 내가 콧물먹던 시절인 1991년 붕괴되었고 실제로 얼마나 좆같은 나라였던 간에 언젠가부터 하나의 우스운 밈이 되어 커뮤니티에서 가볍게 낄낄거리는 정도로만 접하게 되었다. 스탈린의 피의 숙청도, 그들의 국기였던 낫과 망치도. 영화화도 됐다는데 무려 톰하디와 개리올드만이 출연했고 국내에서만 2만여관객을 동원하는 등 글로벌하게 아주 폭망했다고 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훌륭했다고 하는데... 원작과도 많이 달라 작가가 매우 분노했다는 후기도 들린다. 남들의 평가가 어떻건 간에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한번은 볼 것 같다. 


 이야기의 플룻은 사실 특별할 것이 없다. 억압된 사회에서 사회의 주역으로 일정 정도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 이런저런 혜택을 누리고 살던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각성하여 사회에 반하여 어떤 일들을 행하는 것... 이걸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퀼리브리엄과도 어느정도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든 간에 감동은 디테일에서 온다. 어떤 이야기든 몇 개의 문장으로 줄이면 뻔해진다. 그 재밌는 어벤저스도 몇 마디로 줄이면 뻔해진다. 거 뭐 대충 착한놈, 건방진놈, 화나면 무서운놈, 근육 죽여주는 놈, 활 잘 쏘는놈, 예쁜애들이 나쁜놈들 혼내주는 이야기로 줄일 수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 디테일을 잘 보태는 것이 이야기를 잘 만드는 것일 거다. 이 책은 그런 살들을 아주 잘 붙였다. 범인의 정체가 조금 생뚱맞았지만 어느 정도 납득할 수준이었고, 작품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이해된다. 논리의 비약도, 시대상을 감안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도 없고, 등장인물 각자가 느낄 감정들에도 매우 잘 이입된다. 


 특히 주인공보다는 주인공의 아내에게 조금 더 이입해서 읽은 편인데, 왜 그렇게 이입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생존을 위해 그 큰 거짓말을 해야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 주인공과 결혼한 이유에 대해 항변하는 장면 등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조금 뻔한 초반을 지나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작.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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